어느 비 오는 날, 어떤 남자가 비디오가게에 들러서 재미있는 비디오가 있나 구경했다. 그런데 모두 다 자신이 본 것 아니면 맘에 들지 않는 것 뿐이라서 그냥 가려고 하였다.
이때, 남자의 눈에 들어온 가게 먼지 쌓인 구석에 있는 비디오 테잎은 왠지 모르게 으스스했다. 공포 영화 칸 쪽에 있는 것을 보아서 아마도 그것은 공포 영화일 것으로 생각됐다.
그런데 그 비디오 테잎에는 영화감독의 이름, 영화제목 같은 게 하나도 쓰여있지 않았다. 일단 남자는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테잎의 대여료는 약 1,000원. 다른 것 보다 싸기에 일단 그것으로 고른 남자. 이윽고 남자는 집에 돌아와서 빌려온 테잎을 넣고서 보았다.
처음 장면에는 아무런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치지직 거릴 뿐이었다.
이때, 장면이 바뀌면서 어떤 여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긴 롱 코트를 입은 여자였다. 그 여성의 손에는 톱이 쥐어져 있었다.
아주 아주 날카로운….
이때, 남자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유는 그 여자가 걷고 있는 거리가 왠지 낯이 익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 여자가 빗속에서 걷고 있는 거리는 남자의 집 앞 주변이었고, 곧 화면에 자신의 집 대문이 보였다.
이때, 여자는 대문 앞에서 멈췄고, 들고있던 톱으로 문을 자르기 시작했다. 남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화면 속의 여자가 곧 거실로 들어설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곧이어 화면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다. 남자는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의 긴 생머리가 보일 듯 말듯하였다.
'그래! 코드를 빼면 돼! 비디오를 끄자 이거야!'
남자는 빨리 전원을 껐다.
그러자, 여자의 모습도 치지직 거리면서 사라졌다.
다음날, 남자는 바로 그 테잎을 반납하였다.
반납은 기한을 넘기지 않고 정확히 하여야 주인과 원만한 교류를 쌓을 수 있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반납을 하지 못하여 연체를 하였을 경우, 그에 따라 부과되는 연체료는 주인이 임의의 가격으로 책정할 수 있다. 또한 그에 해당할 경우 거래자 간의 신용도를 깍아먹어 마이너스 이미지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사후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러니 연체하지 말고 반납을 똑바로 하자.
연체료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솟구치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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