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뭐랄까, 주급 단위로 받는 것이라 액수는 적었지만
그래도 급여를 받는 날엔 언제나 항상 발걸음이 가벼워졌죠.
그리고 마침 현재 기생하고 있는 마을 근교 역에 도착해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돈봉투를 만지작 거리며 출입구로 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저기요..."
라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뭐, 사람도 많겠다 나랑은 무관하겠거니 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려는데...
이번엔 누군가가 저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번 두드리더군요.
이에 저는 극도로 몰려오는 흥분과 긴장감을 다스리며 뒤를 돌아보았죠.
그리고 전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직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20대 초중반의 풋풋하고 청순해 보이는 여성이 서 있는 것을 말이죠.
이렇게 이야기 하는 저도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은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이긴 합니다만..ㅡ ㅁ ㅡ;
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는 애석하게도 여기까지와 같은 상황을 상당수 경험해봤던 터라 여성을 조금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봤습니다.
사찰 공양과 교회 전도부터 시작해서 보험설계사, 다단계 판매원, 정수기 영업사원, 등등 그다지 원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지대한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살아왔던 저였기 때문이었죠.
우선, 저는 여성의 용모 먼저 빠르게 훝기 시작했습니다.
계약 서류가 들어가 있을만한 얇디 얇은 화일첩,
전단지및 홍보지로 빽빽할 듯한 부피가 큰 종이 백,
마지막으로 사각형이나 정사각형 모양을 띈 수금함 비슷한 상자들등등
짐짓 능청스럽게 콧등을 긁으며 확인해본 그녀의 무장상태는 그냥 단순히 핸드백 하나만 달랑 들고 있는 모습일 뿐이더군요.
"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저...저기..."
약간은 시큰둥한 저의 물음에 (물론 연기) 그녀는 시선을 살짝 아래로 떨구며 말하기를 주저하더군요.
이에 저는 확고한 확신에 차서 부처님, 공자님, 맹자님, 하느님, 천지신명님께 꼭 49제를 올리겠나이다라는 다짐을 하며 희망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저의 전매 특허인 보조개까지 장전하고 말이죠.
그리고 들리는 그녀의 말.
"남..."
"네?"
"저...저 남..."
"죄송한데 잘 안 들리네요 ㅎ?"
"남대문이 열렸어요..."
ㅋ...
현실은 역시 시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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