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된 진상을 만나보았습니다.
평소에 버스타고 오면서 소설책을 빌려 읽거나 합니다만, 오늘은 피곤해서 그냥 잤습니다.
의자에 앉아 자고 있는데, 누가 제 다리를 퍽 치더군요.
분명히 밀려서 '눌린' 게 아닌, 발을 들어서 '친' 느낌이었습니다.
정신이 확 들더군요.
눈을 떠 옆을 보니, 4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술에 만취해서 제 옆에 있더군요. 그리고 어물어물 거리면서
"아 저....내가 술이 취해서.... 아.....그래서 그러는데..."
대낮부터 술취한게 자랑도 아니고, 화가 났습니다만,
전 그 말을
- 술취해서 본의아니게 차버렸다. 미안하다 -
로 알아들었습니다.
피곤한 상태였기에 더 화가났지만, 참았습니다. 사과하는 사람에게 화낼수도 없고 말이죠.
다시 자려고 하는데, 그 사람이 또 제 다리를 퍽 차더군요.
"아 저.. 술 취해서.. 자리 좀...."
아하,
술이 취해서 때린걸 사과하는 게 아니라,
술이 취했으니 자리를 내놓으라고 자는 사람 발을 두번이나 후려 갈기신 거였군요.
"아저씨! 지금 뭐하세요?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하세요!"
벌떡 일어나서 버스가 떠나가게 외쳤습니다. 모두에 시선이 쏠리더군요.
"왜 자고있는 사람을 두번이나 치냐구요! 지금 시비거세요? 네? 사과하시라구요!"
민망했는지 서둘러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더군요.
대낮부터 술처먹었으면 얌전히 택시타고 집에나 처밖힐 것이지, 술냄새 풀풀 풍기면서 여기저기서 민폐나 끼치고 다니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
살다보니 정말 별의별놈을 다 만나보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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