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과 중국인이 한자를 입력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글자 수가 워낙 많아서 저걸 어떻게 다 입력하는지 신기방기합니다. ㅎㅎㅎ 그리고 ’저 고생을 하면서도 그대로 문자 체계를 사용하는구나‘하는 관성을 보고 또 한 번 놀랍니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늘 경탄을 불러오지요.
어렸을 때 배우고 읽었던 책 내용을 보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셨다고 합니다. 지금 한 580년쯤 전의 일이죠. 어렸을 때는 세종대왕이 명령해서 집현전 학자들이 연구해서 만들었다는 것으로 배웠는데요, 몇 년 전에는 세종대왕이 직접 만들었다는 주장을 보았습니다. 또 한글(훈민정음)을 만든 년도와 반포한 년도를 혼동했다고 주장합니다. 세종실록의 문장을 오독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주장하더군요.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랬든 저랬든 세종대왕님 만세입니다. 어떻게 발음기호로 된 문자 체계를 만들 생각을 하신 것인지, 참으로 아이디어맨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한글의 문자 특징은 발음기호라는 것이 하나 있고, 모아쓰기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한글은 글자만 보면 바로 발음을 할 수 있죠. 발음기호로 된 글자라는 게 바로 입증됩니다. 영어 알파벳은 글자 따로 발음 따로이긴 하지만, 대체로 발음을 짐작할 수 있는 글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 알파벳도 발음기호라고 봅니다. 그런데 중국의 한자도 역시 발음기호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자가 표의문자라고 배웠는데,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보면 표음문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어찌 보면 맞는 말 같고, 어찌 보면 틀린 말 같고, .... 저는 단정을 못 짓겠더군요.
한글이 발음기호이긴 하지만, 인간이 발음하는 모든 음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한국말에 딱 맞춰진 발음기호라고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표현할 수 있는 발음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한국말 사용에 불편을 전혀 못 느낀다는 장점이 있고, 다른 나라의 말을 최대한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유투브 동영상을 하나 봤는데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한국인의 ‘아르헨티나’ 발음을 들으면 자기네 국민인가 하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 ^ 외국인들이 Argentina라는 글자만 보면, ’아르젠티나‘라고 발음하기 쉽잖아요... 아, 또 하나 생각이 났습니다. 프랑스 영화배우 중에 장 폴 벨몽도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어 단어만 보면 장 폴 벨몽도라고 발음하는 게 맞겠지만, 프랑스의 p 글자는 ‘ㅃ’에 가깝게 발음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한글로는 장 뽈 벨몽도라고 쓸 수가 있고, 아마 이게 진짜 프랑스 발음에 가까울 겁니다.
한글을 창제할 때 초성+중성+종성으로 글자를 결합하여 하나의 글자로 모아서 쓰게 만들었습니다. ‘강’이라는 글자를 보면, 기역, 아, 이응이 결합하여 하나의 글자 하나의 발음이 되었죠. 이런 모아쓰기는 초성+중성+종성이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항상 모아쓰기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생깁니다. 그래서 인쇄할 때 보기 좋은 글자체를 만들기를 할 때마다 노력이 많이 듭니다.(요즘은 글자체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도 있나 보더라고요...) 영어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글자체를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들게 됩니다... 글자체의 아름다움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만...
일제시대 한글을 살리려고 노력하신 분들이 있었죠. 주시경 선생과 최현배 선생의 이름은 제가 간신히 기억하고 있네요. ^ ^ 그런데 최현배 선생 등이 노력해서 만든 풀어쓰기(?) 글자체가 있습니다!!! 영어 단어처럼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을 각각 쓰게 만든 글자체입니다. 하도 신기해서 제가 이 책을 구매한 적이 있긴 했지만, 글자체를 기억하진 못하겠습니다. 나중에 우리 후손들 중에서 풀어쓰기 글자체를 개발할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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