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년쯤 전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대하장강]이라는 중국소설을 읽었습니다. 대만의 고양 선생이 지은 소설이지요. (김용을 소개하는 글에 고양 선생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작품으로는 [호설암]이 번역되었습니다.(이 책은 나중에 [중국상도]라는 제목으로 바꿔서 출판되기도 했어요.)
[대하장강]의 시대 배경은 중국 청나라 말기입니다. 2차 아편전쟁(?)이 벌어지고, 외국군이 북경으로 쳐들어오자 청나라 황제(함풍제)는 후궁들을 데리고 열하로 피신을 합니다. 북경에는 황제의 동생인 공왕 혁흔이 남아서 강화협상을 벌입니다. 함풍제는 열하 행궁에서 사망하고, 6살짜리 아들이 황제의 자리를 물려받습니다. 어린 동치제가 국정을 다스릴 수 있는 성년이 되기까지는 누군가가 정사를 돌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보정대신이라고 해서 몇 명의 신하가 임명되었는데, 최종 승인은 태후가 하게 되었습니다. 함풍제의 정처였던 자안태후는 정치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서 정사를 돌보는 일을 하기 어려웠고, 원래는 후궁이었지만 황자를 낳은 자희태후는 정치에 대해서 조금 아는 것이 있어서 정사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자희태후의 궁이 서쪽에 있어서 서태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동쪽은 신분이 높은 쪽이 위치하는 자리이므로, 황후였다가 태후가 된 자안태후는 동쪽의 궁에 거주하였고, 동태후라고도 불렀습니다. 함풍제 사후에 1년쯤 지나서 자안태후도 사망하여, 동치제가 15세 성년이 될 때까지 서태후가 수렴청정을 하게 됩니다.....
[대하장강]은 사실은 하나의 소설이 아니라 고양 선생의 여러 소설을 하나로 합쳐서 번역한 작품입니다. 원래는 [자희전전] 등의 소설이 있었답니다.
소설의 중간에 철도를 건설하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또 다시 외국군대가 쳐들어오면 다른 지역에 주둔하는 병력을 신속하게 이동시켜서 막으려고 철도를 놓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철도 건설을 반대하는 조정대신과 관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반대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철도를 직선으로 건설하게 되면, 조상의 묘를 지나갈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효에 어긋나므로 철도 건설을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효를 절대의 가치로 중시하던 중국인들의 사고방식 때문에 조상의 묘를 훼손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조정에서는 대신들이 둘로 나뉘어서 서로 말다툼을 하고, 반대파는 찬성파를 입에 거품을 물고 욕합니다. 단순히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죽이고 싶어할 정도로 미워하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다가 정치판이 본래 싸움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철도 건설이라는 한 가지 사안을 놓고, 각자 찬성하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가 있었고, 이 이유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 서로 논쟁하고, 그러는 와중에 서로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깨닫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이 보수우파와 개혁좌파로 나뉘어서 서로 논쟁하고, 서로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치판은 조용할 날이 없이 맨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리는 이게 무척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정치판은 본래 싸움판입니다. 만약 싸움이 지겹고 짜증이 나거든 정치판을 보지 않는 수밖에 없습니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