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집안 식구소개는 안하겠습니다.
전 막내입니다. 동생은 없습니다. 그리고 형도 없습니다. 누님들만 계십니다. 예, 요즘분들은 많이 공감 못하실 막둥이(!)입니다.
큰누님의 큰조카가 올해 21살입니다. 예, 귀한 아들인거죠. 하지만 솔직히 귀하게 크지는 못했습니다. 어려서는 아버지의 건강상 떨어져서 살았기 때문에 주말에야 얼굴을 볼 수 있었죠. 눈치밥먹고 컷습니다. 저는 모르겠었는데 버릇도 없었고 성격도 나뻤나봅니다. 초등학교때 제가 번호순으로 3번이었는데 20번대 친구가 제가 괴롭혀서 학교에 안나온다고 그 친구 부모님이 학교에 오셨었으니까요. 가끔 동창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중고등학교때에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군대를 갔습니다.
처음에는 단체기합이란게 불합리해보였습니다. '난 잘했는데 왜 저 못한녀석 때문에 내가 기합을 받아야해?' 라는 생각을 했었죠. 군대가기 전까지는 단체생활이란걸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박격포라는 주특기를 받고 동료의 소중함과 단체생활의 행동요령같은걸 익혀가면서 조금씩 군생활에 적응해갔습니다. 그리고 자대배치후 후임병들도 들어오면서 제가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는...밖에서는 직장다니기 전에는 접하지 못하는 상황도 겪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별로 성격이 안좋았습니다. 어려서는 작은키때문에 컴플랙스도 있었고 나중에 키가 커서도 좋다는 소리는 못들었으니까요. 그러다가...저희 소대가 포사격을 잘해서 외박을 나갔었습니다. 외박병력의 절반이 이등병인지라 그 이등병중에서도 고참인 저와 위 3명의 고참이 이등병들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술을 한참 거나하게 마셨고 여관을 찾아서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는데 갑자기 눈앞이 번쩍했습니다. 정신이 잠깐 나갔습니다. 제정신이 들어보니 바닥에 쓰러져있더군요. 주변을 둘러보니 왠 술취한 청년하나가 우리 소대원을 때리고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비교적 조금 취했고 우리 소대원들은 거의 한계까지 마셔서 전혀 대항을 못하더군요. 제정신이 조금 들은 저는 벌떡 일어나서 그 청년의 멱살을 틀어잡았습니다. 눈에 보이는게 없었습니다. 제가 맞은것뿐 아니라 우리 소대원들을 건드렸다는 생각에 아무생각이 안들었습니다. 그때 뒤에서 고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XX야 하지마라" 덩치가 왠만한 운동선수 저리가라고 할 정도의 그 고참이 약간 정신이 든 얼굴로 한마디 더 하더군요. "너 사고치면 저기 맞은녀석들도 다 영창간다.그냥 놔줘라"
그날 여관가서 엉엉 울었습니다. 20대 이후에 그렇게 울어본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빼고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뭐, 그 뒤로는 인생관이 바뀌었는지 어땠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중고교 동창들을 만났을때 '너 사람됬다'라는 소리를 듣곤 합니다. 요즘처럼 단체생활을 하기 힘든 시대에는 그 정도만으로도 갔다올만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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