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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5 네시
작성
05.12.06 12:28
조회
141

누구에게나 있겠지요.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향수 가득한 추억이...

저에게는 정말 어렸던, 5살 어린아이의 풋풋한 추억이 기억에 스며들어 있답니다.

그 때의 저는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치기가 싱그러운 미소와 같이 보기 좋게 남아있던 때였지요.

5살... 아직 눈으로만 세상을 머리속에 채우던 그 때,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된 저에겐 위험하기는 했지만 아직 남아있던 공사자재들과 그 주변은 는 또래친구들과 함께하는 최고의 놀이터였답니다.

어느날이었지요. 다섯 살, 여리지만 당찬 꼬마는 공사현자을 친구들과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답니다. 너무나 오래된 흔적이란 머리와 가슴속에만 있는 이야기이기에...

하지만 그 때 이사온 그 아이는 친동생 같던 4살 짜리 또래 아이의 윗층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것만으로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가졌는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어떤지는 모르지만 예전엔 작은 연립주택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교류가 아주 많았지요. 그 아이도 그렇게 알게 된 것 같아요.

많은 기억을 간직한 것은 아니지만 제 생일날에 와주기도 하고, 친해져서는 아기자기한 그 손을 잡고, 목에는 병아리 모양의 이름표를 달고, 인근에서는 가장 큰 편인 교회로 손을 흔들며 달려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미소가 나오는 그 기억은 교회에 대해 남아있는 제 유일한 추억으로 남아,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아련히 저의 눈 위로 덮여 보이곤 합니다.

그렇게 멀어보이지만 아직 가슴엔 가깝기만 한 추억의 어린시절은 얼마 가지를 못했지요.

교회를 다녀오면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아이의 2층 집에 올라서는 당시에 인기가 있던 비디오를 틀어보았던 것 같아요. 만화 영화였죠. 지금 기억 나는 걸로는 아마... 닌자거북이었던가...후훗.. 미소가 나네요..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소설로 치면 복선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재미있게 함께 영화를 그 아이와 보고있었는데 비디오가 갑자기 안 나오는 거였어요. 그 아이의 어머니가 비디오를 꺼내어 보셨는데, 비디오 테잎이 끊어졌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일찍 그 아이의 집에서 나와 집으로 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아이를 본 것이...

지금도 그 아이를 떠올리면, 들어보지도 못한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이삿짐 트럭의 엔진음이 들리는 듯해요.

회자정리요, 거자필반이라 했던가요...

그 아이는, 저는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그 아이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대전으로 이사를 가버린 것입니다. 저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그렇게 어릴 적에 남아 지금까지도 가슴을 채우는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지금 그 옛 추억을 곱씹으며 회자정리의 진실에 아쉬워 하며, 거자필반의 이치가 닿지 않음에 마음이 아픕니다.

언젠가는 그 때가 올까요? 그저 가슴에 묻어버리고, 잡을 수 없는 먼 곳으로 흘려보내야 했던 그 아련한 곳에만 살고 있는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는 그 날이...

미소를 짓게 만들면서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그 얼음성 속의 얼려진 시간들... 힘들고 마음이 답답할 때, 그 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차분해진답니다. 그 얼음성 속에만 남아있는 동결되어 버린 그 때의 나와 그 아이에게 손을 내 뻗으면 현재는 잠시 얼어 붙고, 그 때가 다시 살아나거든요. 아주... 잠시지만...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저 처럼 그런 아련한 추억이 있어 그 얼음의 세계에 잠시만 들어가보시면 마음이 따뜻해지지는 않나요?

현실에 지치고, 몸이 아프고, 마음이 쓰리실 때 저 처럼 얼어 붙은 그 시간에 잠시간만 마음을 맡겨 그 동결이 풀리며 뿜어내는 따뜻한 난로같은 기억에 마음을 쬐이시는 건 어떠세요?

저는 아직도 기다립니다. 제 마법의 손길에 잠시간 동결이 풀리는 그런 추억이 아니라 햇빛이 바람을 타고 마음까지 스며드는 봄날이 겨울을 몰아내 얼음성의 동결을 풀어 영원한 현실이 되게하는 그 때를 말이죠.

그러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지금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 아이가 나를 잠시 기억해주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좋아요. 그 아이가 지금은 내 얼음성 속에서 잠이 들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따뜻한 봄볕만 받아 살아가면은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그 얼어버린 성은 지금 이미 녹아버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그저 힘이 들어, 현실에 가슴아프고 아쉬워 그 때를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봄볕에 흥이 돋아 춤추며 살기를...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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