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송사의 뉴스, 교양, 오락예능 프로그램에서 드러나는 공통점 하나가 있다. 남녀 두명의 진행자(MC)나 앵커의 방송 자리 위치가 똑같다는 것이다. 남자 왼쪽, 여자 오른쪽의 자리배치는 그야말로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나타나고 있다.
1970년 10월부터 시작된 앵커 시스템이 도입되고 남녀 두명의 앵커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오랫동안 고착된 자리 형태가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이다. 이같은 고정된 위치는 최근들어 약간의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자리의 패턴이다.
방송 3사의 메인뉴스 앵커 위치를 보면 왼쪽 자리에는 KBS 홍기섭, MBC의 엄기영, SBS 박상규등 남자 앵커가 자리하고 오른쪽에는 KBS정세진, MBC 김주하, SBS 김소원 등 여자 앵커가 앉는다.
이러한 남자 왼쪽, 여자 오른쪽의 자리배치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방송 3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보면 단적으로 알수있다. KBS의 ‘연예가 중계’는 남자 진행자인 박태호PD가 왼쪽에, 여자 진행자인 이소라가 오른쪽에 위치하고 MBC의 ‘섹션TV 연예통신’는 김용만이 왼쪽에 한혜슬이 오른쪽에 포진하며 SBS‘생방송 TV연예’는 서경석이 왼쪽에 장서희가 오른쪽에 위치한다.
교양 프로그램 역시 이같은 진행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MBC‘아주 특별한 아침’의 경우 남자 진행자인 이재용 아나운서가 왼쪽에 여자 진행자인 최윤영 아나운서가 오른쪽에 위치하며, SBS ‘순간포착 세상의 이런일이’는 왼쪽에 임성훈, 오른쪽에 박소연이 자리한다.
남녀 두명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이같은 남녀 MC나 앵커의 자리 배치는 시청자에게 인상의 강도나 진행자의 잔상의 시간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뇌구조와 시신경은 화면의 왼쪽 것을 강하게 받아들이고 오른쪽은 약하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화면의 왼쪽 내용을 더 오래기억하게 된다. 이 때문에 중요한 사람이나 대상, 내용 등은 화면 왼쪽에 배치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방송 전문가들과 여성학자들은 우리 방송 프로그램의 남자 왼쪽, 여자 오른쪽이라는 획일적인 자리배치는 남녀 차별, 진행의 획일성 등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Commen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