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듯 이사짐을 꾸리고 6년 정든 삼성산 자락을 떠납니다.
책꾸러미와 옷가지를 정리하며 용도 다한 물품을 한켠으로 치웁니다. 버리고 떠나는 책들이며 노트에 쓴 글이며, 왠지 이것은 내 밖에 있는 물건이 아니라 내 안의 기억입니다. 사랑을 잃고 절름발이로 살아갔던 한 사내의 6년의 소회와 친한 벗들과의 우정, 껄끄러웠던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 이 모든 감정을 구석으로 치워내듯 밀봉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고 떠납니다.
아, 이별의 기억들은 여기에 두고 떠나니 앞으론 사랑했던 추억들만 남겠죠. 후, 곧 학교로 다시 돌아가려 하는데 추억과의 재회가 난감하네요.
'시간이 약이다'라는 처방전을 받은 게 어끄제 같은데....
학교로 가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면 저 역시 어려질거란 희망이 생깁니다. 얼마전 학교 축제를 가 보았는 데 시선처리가 힘들더군요.
노출의 계절, 감기걸린 검은 매의 이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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