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6.09.19 15:01
조회
1,387
이상민.jpg  이상민 감독은 모두가 함께 의견을 내는 '토론농구'를 만들려하고있다.
ⓒ 서울삼성


전 메이저리그 스타 박찬호는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절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 스포츠계의 경우 작전회의 등을 할 때 감독 말에 끼어들기가 힘들다. 고참급들도 함부로 나서기가 쉽지 않아 연차가 짧은 선수들은 그저 묵묵히 듣고 시키는 것만 해야 한다.

이는 학창시절부터 계속적으로 이어오는 모습이어서 대부분 운동선수는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박찬호가 경험했던 미국은 달랐다. 작전회의시 감독, 코치는 말할 것 없이 선수들이 너도 나도 자기 의견을 말했다. 국내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박찬호 입장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박찬호는 난데없이 자신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작전회의 때는 묵묵히 듣기만 하는 게 습관이 돼버려 의견을 내는 게 너무 낯설었던 것이다.

이렇듯 국내스포츠 정서는 미국 등 서구사회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르다. 특히 감독의 권한은 절대적이어서 선수가 중간에 의견을 내려 끼어든다는 것은 의도를 떠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우려가 있다. 예전과 사뭇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이다. 단순히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안준호 감독은 한 시대를 풍미한 명장 중 한 명이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얼핏 보기에는 유약해 보이지만 자신만의 농구철학이 뚜렷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전구사에 능했다. 용병급 사이즈와 기량을 갖췄지만 어느 감독도 다루기 힘든 서장훈이 팀 플레이를 해친다고 판단되자 과감히 그를 배제하다시피하고 우승을 일궈내는 등 특유의 뚝심도 있었다.

당시 안 감독은 강혁(40·187cm), 이상민(44·183㎝), 이정석(34·183cm), 이시준(33·180㎝) 등 빼어난 가드들을 앞세워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각양각색 가드진이 전천후로 활용되는 가운데 장신슈터 이규섭(39·198cm)이 뒤를 받쳤다. 올루미데 오예데지(35.201.4cm), 테렌스 레더(35·200.3cm), 애런 헤인즈(35·199cm) 등 외국인선수를 보는 안목도 뛰어났다.

안 감독하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전타임시 벌이던 이른바 '토론농구'다. 코트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경기를 지켜보거나 작전지시를 하던 안 감독은 열정적이었지만 남의 말에 귀도 잘 기울여 주었다. 한참 작전에 대해 얘기하다가도 선수들이 의견을 말하면 말을 멈추고 들어주던 스타일이었다.

그로인해 삼성 벤치는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토론장 같은 분위기가 펼쳐지는 경우가 잦았다. 보통의 감독 같으면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 '토론 작전타임'으로 불렸다. 특히 최고참급에 속하던 이상민은 감독 이상으로 발언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수시로 의견을 내고 상황에 따라서는 작전판을 들고 직접 지시를 하기도 했다.

안 감독 역시 이러한 모습을 인정해줬다. 국내무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이어서 당시 이러한 광경은 팬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상민은 당시의 좋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도 그런 감독이 되려하고 있다.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차피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며 "감독이 지시를 하는 것은 맞지만 매번 그리할 수는 없어 선수들 스스로도 생각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를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감독의 시선 못지않게 직접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이 느끼는 것은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이 감독 체제는 아직 전임 안 감독 시절처럼 활발한 토론 문화는 정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독 스스로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감독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주희정(39·180cm)에 이어 김태술(31·180cm)이라는 고참급 가드도 새로 합류해 점차적으로 바뀌어갈 공산이 크다.

호불호를 떠나 보수적인 국내 스포츠 문화에서 이 감독의 이러한 마인드는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2485 옆동네의 모ts글을 본 감상평? +2 Lv.99 마음속소원 16.09.24 1,449
232484 링크더오크 보다가 문득 생각난건데 왜 사이비 교주 중심... +5 Lv.54 늦두더지 16.09.24 1,820
232483 생각의 길이가 나노미터 단위로 짧은 meteor +4 Personacon 가디록™ 16.09.24 1,651
232482 현실적으로 이계로 가게 되면 +5 Lv.60 카힌 16.09.24 1,613
232481 글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14 Personacon DragonHo.. 16.09.24 1,559
232480 참 이것을 보면서 아귀같음을 느낌니다. +3 Personacon 엉심킬러 16.09.24 1,724
232479 여러분 정의는 살아있습니다! 문피아는 갓 사이트입니다! +5 Lv.13 J명언 16.09.24 2,147
232478 여러분 다들 자신의 서재 방명록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15 Lv.54 스노우베어 16.09.24 1,673
232477 이번 사건. 저는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4 Lv.46 레팡 16.09.24 1,590
232476 ㄷㄷ 방금 천마왕 일괄로 구매 때렸다. 바보같다고 말해다오 +6 Lv.56 바른말 16.09.23 1,582
232475 도와주세요. 전에 읽었던 글 제목이 생각이 안나요 +2 Lv.89 하호 16.09.23 1,199
232474 허약한 사람이 체력을 붙이려면.. +8 Lv.70 고지라가 16.09.23 1,424
232473 표절작가 유성은 반성의 기미는 커녕 통수를 치고 가는군... +4 Lv.58 deekei15 16.09.23 2,521
232472 서점 오랜만에... +14 Personacon 르웨느 16.09.23 1,721
232471 레벨시스템은 어떻게 되는거죠? +23 Lv.1 [탈퇴계정] 16.09.23 1,681
232470 입체적 인물은 무엇인가 +5 Lv.16 둥근고딕 16.09.23 1,698
232469 일본에서 파생된 클리셰 +13 Personacon 묘한(妙瀚) 16.09.23 1,861
232468 이북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15 Lv.77 아공간 16.09.23 1,826
232467 진상고객의 예 +10 Lv.60 카힌 16.09.23 1,681
232466 민방위를 마치고 +15 Lv.60 카힌 16.09.23 1,481
232465 쿨타임제로 표절 관련 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16 Lv.54 스노우베어 16.09.23 2,504
232464 우주세기 건담과 UC +6 Lv.60 카힌 16.09.22 1,761
232463 문피아 앱이 이렇게 데이터를 많이 먹나요? +9 Lv.72 wtsnow 16.09.22 1,660
232462 모든 명군은 다음의 딜레마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2 Lv.96 강림주의 16.09.22 1,746
232461 한국인 어머니를 둔 싱가포르인 크리스찬 리 Personacon 水流花開 16.09.22 1,591
232460 탄수화물의 진실 +15 Lv.18 글도둑 16.09.22 1,812
232459 정말 읽을 만한 소설 추천해주세요! +11 Lv.1 [탈퇴계정] 16.09.22 1,468
232458 이건 무죄? +9 Personacon 水流花開 16.09.22 1,734
232457 궁금한게 있습니다. +2 Lv.57 가로괭이 16.09.22 1,307
232456 작가가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3 Lv.42 산하련 16.09.22 1,593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