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선민 기자]
을지문덕은 어느 민족일까? 엉뚱하게 느껴지는 이런 질문이 던져지는 것은 그의 조상·출생지·성장 과정에 대해 전하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삼국사기는 “출생과 성장 배경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조선시대 후기에 홍양호(洪良浩)가 지은 ‘해동명장전(海東名將傳)’에는 “평양 석다산(石多山) 출생으로 어려서 부모를 잃고 혈혈단신으로 자랐다”고 돼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
한편 중국 쪽 역사서인 ‘자치통감’에 인용된 ‘혁명기(革命記)’라는 책에는 을지문덕의 이름이 ‘울지문덕’으로 나온다.
중국 북쪽의 유목민인 선비족에는 ‘울지’라는 성이 있어 중국 왕조에도 관료로 많이 진출했다. 을지문덕과 비슷한 시기에는 ‘울지경덕’이란 인물이 활동하고 있었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을지문덕’이 선비족이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학자들은 고구려나 백제에도 ‘명림(明臨)’ 같은 복성(複姓)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한다.
하지만 고구려가 부여족이 중심이 돼 말갈·거란 등 여러 민족을 아우른 다민족 국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을지문덕이 선비족 출신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을지문덕이 ‘고구려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선민기자 [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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