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제 신념 중 하나입니다.
이 신념에 대해 말하기 전에, 제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요.
오래 전에 SF 소설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SF라는 게... 아시다시피 독자분들께 많이 낯설은 장르입니다. 그런데다가 저 자신도 글을 매력적으로 쓰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잘 안 보고, 코멘트도 많이 얻지 못했죠.
그래서 선작이 많고, 인기를 많이 누리는 작품들을 한 번 죽 훑어 봤습니다. 그리고 몇 배로 더 좌절했죠. 내 글이 대체 저 작품들보다 못한 게 뭐야? 뭐 그런 철없는 생각이 머리통에 가득 찼었습니다.
뭔 시도를 해봐도 여전히 저조하다보니, 점점 글에 대한 의지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멘트를 구걸하고, 서평을 구걸하기도 했죠. 하지만 여전히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사실 소설 연재 전까지는 멘탈이 강한 편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심이란 건... 무섭더라고요. 그냥 속절없이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리곤 괜히 신경질적으로 변했죠. 속은 타고... 글도 안 써지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100화쯤 연재했을까요, 평소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다들 그런 날이 하나씩 있잖아요? 참지 못하고 후기란에 너무 힘들다고 징징댔습니다. 내 글이 그렇게 재미없냐... 너희가 말할 가치도 없었냐... 반 절규하며 그렇게 털어놨습니다.
그리고 밥도 거르고 침대에 자빠져 잤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보니, 뭔가 긴 코멘트가 달려 있었습니다. 힘을 내라. 너는 할 수 있다. 네 글은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절대 좌절하지 마라. 그리고 삼만원 정도의 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솔직히 눈물이 다 나더군요.
그 이후로는 멘탈이 잘 수습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후원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 이후부터는 선작에도 그렇게 집착이 안 가더군요. 물론 아직 완전히 신경쓰지 않는 그런 신선의 경지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멍멍이가 공에 집착하듯 하는 버릇은 사라졌습니다.(쓰고 있는 글을 접고 대세를 따를까?라고 몇 번을 되뇔 정도였습니다. 실상은 그런 류의 글 전혀 쓰지도 못하는 바보면서 ㅎㅎ)
그리고 작은 깨달음도 얻었죠. 다른 작품들을 천시하던 오만함이 꺾이고, 그러자 가볍게만 보였던 그들의 작품에서 매력적인 글솜씨와 매끄러운 전개 등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어트랙션 간의 조절도 미숙하게나마 되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작품 하나를 1부 완결을 지었습니다. 엉망진창에, 여기저기서 뽑아내서 기운 누더기 같은, 어설픈 작품이었습니다. 그냥 습작으로 돌릴까 하다가... 제 첫 작품인만큼, 또 독자들이 응원한 만큼 그냥 냅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후기를 올렸지요.
2년, 혹은 그 후의 시간에 반드시 이 글을 마무리지으러 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좀더 날카롭고 멋진 스토리로 리메이크를 하고, 또 그 이야기의 끝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좋은 글인지는 아직도 의문이고, 너무나 느린 연재속도에 걱정부터 쌓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참으로 두서없는 본인의 어리석은 이야기였습니다만... 어쨌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작가는 작품을 만들고, 독자는 작가를 만든다는 말입니다. 제가 만약 그때 그 후원과 진심어린 코멘트를 받지 못했다면... 저는 작가가 아니라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 이런저런 일이나 하며 살았겠죠. 제 작품의 인물들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 익사해버렸을 테고요.
그러니 독자 여러분들께 조심스럽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재능에, 노력에, 관심에, 소재에, 슬럼프에 좌절하고 있는 작가를 본다면... 격려의 말과 응원을 해주세요. 몇몇은 그대로 속절없이 무너져버릴지도 모르겠지만... 몇몇은 일어서서 다시 키보드를 두드릴 겁니다.
그리고 반드시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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