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도가니 불가니 그런 사상을 너무 좋아하면 일찍이 허무주의에 빠져,
인생의 덧없음을 즐기고 살지 모른다.
어릴적 지나가는 개미떼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맨앞에 가는 개미와 가운데 어디인가 있는 개미, 맨 끝에 있는 개미.
내 눈에는 그 모든 개미가 다 똑같은 개미로 보였다.
그렇지만 분명 그 개미들 중에선 대통령 개미도 있을거고 부하 개미도 있을 것이고,
개미 집단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한 경제학자 개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다 똑같은 개미로 보였다.
난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신과 같은 절대자가 있다면 우리 인간들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내가 개미를 보는 것처럼 절대자는 우리 인간들을 이렇게 보고 있을 것이다고.
생각해보면 이처럼 덧없었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인데,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얽매인다.
조금의 넉넉함을 가질만도 한데, 어느 누구도 넉넉함을 가지길 원하지 않는다.
돈의 넉넉함, 욕구의 넉넉함을 가지기는 무엇보다, 누구보다 원하면서
베품의 넉넉함은 그렇지가 않다.
나는 어릴 적 돈을 열심히 벌어서 많은 이에게 베풀면서 살리라고 결심했다.
그치만 나는 죽을 때까지 베풀지 않을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오만일까?
내가 벌면, 그것을 기반으로 더 벌고, 더 많이 생긴 자본을 무기로 더 많은 돈을 벌고
내가 가지고 있으면 그 돈이 더 쉽게 열배, 백배가 될테인데 지금 그걸 줘버리면 그 사람들에게도 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죽을때까지 벌다가 늙어서 쾌척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두 생각도 극단적인 것이다.
아주 급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조금씩 베풀면서 그리고 많이 모아서 늙었을 때 베푸는 것이 중간점인 것이다.
요 며칠 공부때문에 바빠서 고무림에 들어올 시간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밤을 새서 공부한 것이지만 역시 공부에는 끝이 없다.
와서 게시판을 보니 마루한을 비난해놓은 것이 무지 많다.
어린 놈이, 뭘 잘 알지도 못하는 놈이 까분다는 식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너는 왜 이렇게 모르냐라는 식의 내용이 주이다.
나도 알몸 박정희란 책을 읽어봤다고. 아마 여기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그의 과를 명확히 객관성있게 알고 있다고 항변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기 전에 조금 씁쓸하다.
자신과 생각이 틀릴 수 있지만 그 비난은 너무 강하다.
여기가 익명이라서 그러리라 생각한다.
익명이라서,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
어둠 속에서 칼을 뽑는 자이다.
여러분들 중에 은하영웅전설을 읽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얀 웬리의 대사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아 제길 외웠다.
진실이란 녀석은 생일하고 똑같아.
개인에게 하나씩 있는거야.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
신념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못한 일이야. 왜냐하면 돈은 만인에게 공통의 가치를 가지지만
신념의 가치는 본인에게밖에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지.
죽을 각오가 있으면 어떤 어리석은 짓, 어떤 심한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건가? 폭력으로 자신이 믿는 정의를 남에게 강요하는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군.
이런 생각도 해본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민주주의를 절대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인가?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정치제도 중, 수많은 정치제도 중 하나가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 그럴줄 알았다. 이 독재 옹호자야라고 말할 사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
우리 미래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민주주의라는 괴상한 제도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제도를 신봉하면서 살았었어.
우리가 지금 절대왕정 시대에 어떻게 살았을까 하면서 그러듯이.
아,
너무 허무주의인가?
하지만 생각을 여러모로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그것이 비록 헛소리일지라도.
사실 요즘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현 여론 상황이나 시대의 흐름으로 보아 내가 다니는 학교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기분 묘하다.
거참, 거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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