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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왜 시스템이 중요했는가....

작성자
Lv.5 萬波息笛
작성
04.03.23 03:48
조회
544

시스템에 의한 개혁

참여정부를 빗대어 '로드맵 정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로드맵은 있는데 여행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Road-map'이 아니라 'Load-map'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참여정부가 집권 1년 동안 로드맵을 수립하는데 시간을 다 보낸 것에 대한 비판들인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직후 경호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경호'를 주문해 대통령 당선자 경호실을 곤혹스럽게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장을 보러 나왔다든가,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든가 하는 장면에서 국민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다" 며 탈권위 경호를 주문했던 것이다.

노무현은 스웨덴의 팔메수상의 일화를 종종 인용한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삼엄한 경호가 없어도 되는 사회, 설사 대통령이 죽더라도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시스템화 되어 있는 사회를 소망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의 발언은 노무현 정권의 리더십의 원칙과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경호 때문에 대통령과 국민이 멀게 느껴지고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 사회란 '가부장적 대통령론'의 해체를 의미한다. 김대중 정부까지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자리는 모든 것을 결단해야하고 모든 권력이 집적화 되어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어떠한 어려움도 홀로 감내해야 하는 자리였다. 국민에게 '힘들다'라는 단어는 해서는 안되는 '금지된 말'이었던 것이다.

대통령은 정권의 위기를 자신의 존립위기를 넘어 국가의 위기로 인식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권력 행사를 은밀하고도 정략적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검찰을 권력의 시녀화 시키고,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을 여야 정치인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했고, 국세청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이나 언론사를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했던 것이다. 그런 정보와 힘을 이용해 '의원빼오기' 등으로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했으며 정권의 개혁적 성향은 그러한 정쟁으로 퇴색되어 갈 수밖에 없었다. 권력이 집중되고 무한한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에게 자연스레 경호는 더욱 삼엄해진 것이다. 그런 여건 속에서 대통령과 지도자에 대한 존경은 두려움의 다른 표현일 분이었다.

노무현의 소망인 '대통령에 대한 삼엄한 경호가 없어도 되는 사회'는 그 말 그대로의 의미를 넘어 철저히 분권화 되어있고, 시스템화되어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죽더라도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가 선포되지 않고 대통령 한 사람의 죽음이 국가 전반의 시스템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지향하는 시스템화되어 있는 사회는 '믿고 따라가면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와야 하는' 사회를 말한다. 그래서 매뉴얼이 필요하고 이 매뉴얼의 또 다른 이름이 로드맵인 것이다.

대통령 취임 직후 가진 '검사와의 대화'에서 국민들은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목격했다. 대통령과 젊은 검사들이 진지한 대화를 하면서도, 서로를 공격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국민들 앞에 공개된 것이다. 이제까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이었다. 어떻게 '권력의 시녀'인 검찰의 일개 검사들이 대통령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한 채 언성을 높여가며, 대통령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검찰의 독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방향에 대해서는 자신의 방향이 옳지 않다고 검증되지 않은 이상 그대로 밀고 가겠다고 했다.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토론 좋아하는 대통령이 젊은 검사들과 토론에 나섰다가 곤욕을 치렀다고 했지만, 그때 그 대화가 불법 대선자금의 철저한 수사를 이룩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되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전권으로 휘두르고 권력에 복무해 왔던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해 준 대신 국민들의 판단 수준을 높여준 셈이다. 검찰에 의해 정치자금의 흐름도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버린 것이다. 검찰 독립은 눈에 보이는 대통령의 권한은 약화됐지만 도덕성과 명분을 움켜쥘 수 있게 되었다. 국정원에 대해서도 국내정치 불개입을 지시했고, 국세청과 경찰도 국내 정치에 개입한 흔적이 아직 포착된 바 없다.

분권은 대통령을 자유롭게 했고, 국가 전반을 시스템에 의한 작동방식으로 바꿔놓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통제를 하지 않는 분권은 자율을 수반한다. 이것이 시스템화되어 가는 방식이다. 정부 각 부처들이 마련한 개혁 로드맵은 대통령이 큰 그림만 그려주고, 세부실천방향은 해당 부처에 맡겨버렸다. 권한을 대폭 줘 버린 것이다. 물론 정부부처 성격이나 장관에 따라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미적지근한 로드맵을 작성하기도 했지만, 분권으로 인해 자율적 개혁프로그램 작성이라는 수확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분권과 자율은 실제로 입법화되어 정책으로 나타났다.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의 입법을 완료하고 중앙권한을 지방에 획기적으로 이양함으로써 지방화와 분권형 국가운영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우리나라가 선진사회로 도약하는데 필수적인 일상의 변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적잖은 성과를 이뤄냈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개혁성과가 정작 빛을 발하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야당의 탄핵안 가결에 의해 대통령이 직무정지 되면서부터였다.

Thank you 노무현

노대통령이 자주 인용했던 스웨덴 팔메 수상의 경우와 같지는 않지만,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되어 직무정지를 당해 사실상 대통령이 공석이 되었다. 이 상태에서 탄핵의 부당성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있었지만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그래서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고, 공무원 사회에서도 일체의 동요 없이 대통령이 직무정지되기 전 상황과 거의 똑같이 시스템에 의해 국정을 수행해 나간 것이다.

한 경제일간지는 탄핵 정국 1주일 째를 접어들면서 관가에서 '노무현 바람'이 조심스레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탄핵 정국이라는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자 각 부처에서 그 동안의 개혁방향이 옳았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고건 대통령 권한 대행은 "처음에는 눈앞이 캄캄했다. 헌정사상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평소 국무회의에서 강조해온 위기관리시스템이 이번에 가동돼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는 것. 또 이 신문은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의 말을 빌어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나라가 상당히 발전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부조직이 상당히 자율적으로 돌아간다. 예전에는 비서실을 통해 대통령 의중 알아봤다. 한 몇 분 대통령말 듣고 정책기조하고 맞춰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장관들이 자율적으로 한다"며 참여정부의 개혁성과의 발전을 나타냈다. 그래서 관가에서는 노무현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Thank you 노무현'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역사에서 이처럼 아이러니 한 순간이 있을까?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주인공이 늘 말하던 '대통령이 없어도 되는 국정운영' '대통령 한사람의 존재가 개혁의 전제조건'임을 거부했던 노무현의 '개혁 로드맵'이 야당이 제공해준 탄핵정국에서 제대로 먹혀들었던 셈이다. 자신의 개혁방향의 정당성을 믿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신뢰한 노무현의 정치와 개혁 방향은 그가 잠시나마 국정의 중심에서 사라졌을 때 개혁에 대한 국민과 공무원의 자신감을 높였고, 결국 근본적 개혁 달성을 위한 탄탄한 토대를 구축했던 것이다.


Comment ' 5

  • 작성자
    ▶◀메두사
    작성일
    04.03.23 04:24
    No. 1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잘못하고 실패한 일도 많았지만 이룩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은 이미 성공한 대통령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2 녹수무정
    작성일
    04.03.23 10:02
    No. 2

    다른건 몰라도 저거 하나는 마음에 듭니다
    권위적이지 않다는거 자기 밑사람을 기어다니게 하지않는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작성일
    04.03.23 10:14
    No. 3

    Thank you 노무현이라..
    노무현이의 재평가가 이루어지는건가?...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숙부인
    작성일
    04.03.23 10:37
    No. 4

    탄핵으로 인해 그동안 등한시 했던 것들에 많은 관심을
    가시게 됩니다. 사실 탄핵이 아니었다면 윗글 같은 노무현대통령이
    한일은 저는 몰랐을 겁니다. 관심이 없었죠.
    요즘들어 이런저런 기사를 보며 아! 이런일을 했구나 하고 느낀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7 퀘스트
    작성일
    04.03.23 11:32
    No. 5

    이런 글은 출처를 좀 밝혀주셨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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