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요 외신들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회 탄핵의결 이후 상황에 대해 지도력 상실을 우려하는 한편 이 과정을 통해 정치ㆍ경제적으로 성숙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자 ‘대통령 탄핵으로 잃어버린 5년 될지도’라는 제목의 전면기사(13면)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권좌에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만 한국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적 지도력이 절실한 이때 지도력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분석가들의 입장을 빌어 “정치적 난국이 돌파되지 않는다면 중국을 멀찍이 앞서 나가야 할 긴급한 시기에 놓인 한국으로서는 노 대통령의 임기 5년은 ‘잃어버린 5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문은 대통령의 탄핵결의안 통과와 관련, “한국식 분파적 민주주의의 끓는 냄비같은 속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 사건은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은 지금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처리문제를 두고 자유주의적 청년층과 보수주의적 장년층간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되어 있다”며 “지난주 정치적 난투극은 우여곡절의 한국 과거사와 불확실한 한국의 미래에 대처하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노력의 일부분”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노 대통령이 가장 성공을 거둔 분야는 사회적ㆍ제도적 개혁”이라며 “법무부 수장에 여성을 등용한 것을 비롯해 이전 대통령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개인적인 도구로 사용하던 검찰이나 국세청, 정보기관들 같은 부처에도 보다 많은 독립성을 부여한 점”을 들었다.
또한 노 대통령이 국내정치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왜곡시키고 있는 부패와 지역주의를 타파하는데 착수했으며, 광범위한 정치자금 수사를 통해 적어도 기업과 정치 사이에 존재하는 부패의 고리를 백일하에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어 "노 대통령은 집권 새천년민주당과의 결별을 통해 한국정치를 분열시키는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원했고,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인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추인함으로써 범국민적인 개혁운동을 일으키고자 했다'고 전하고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에 대해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공동으로 대통령 탄핵안에 표를 던져 옛 체제를 보존코자 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노 대통령의 탄핵은 단단한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와 기업의 구체제가 아직도 그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한국의 경제, 사회, 외교분야에 나타나는 변화의 동력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시대의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한국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홍콩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15일자는 “외국 투자자들 한국 시장이 잇따라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해외펀드 매니저들은 한국의 혼란스런 상황을 오히려 매수의 호재로 여기고 있다”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대통령 탄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펀드매니저들의 투자지침서 역할을 하는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이머징 마켓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8.9%인 만큼 펀드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분석하고, “정치적 뉴스에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지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는 뉴욕의 밴엑 이머징 마켓 펀드매니저의 분석을 소개했다.
또한 신문은 헌재의 결정이 오래 걸리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고 “결국에는 노대통령의 명예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는 홍콩 베어스턴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 신문은 또 홍콩 크레디트 에그리콜 에셋 매니지먼트의 레이 조바노비치 수석투자전략가의 “약동하는 민주주의 체제가 뿌리내리는 것 같아 고무된다” , “한국은 경제적ㆍ정치적으로 성숙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평가를 인용해 한국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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