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글을 남기신 많은 분들 중, 어떤 분들께 몇 가지만 여쭙고 싶습니다. 부디 대답해 주시길 바랍니다.
1.
왜 야당만 비난하느냐? 따지고 보면 대통령이나 열우당도 잘 한 게 없지 않느냐? 라고 말씀하시는 분께 질문합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둘 다 용서해 주자는 말씀입니까? 아니면 둘 다 내처 버리자는 말씀입니까? 둘 다 내처 버린 다음에는 어떻게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부디, 생각하고 계시는 '그럴듯한 대안'은 무엇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
이번 사태는 대통령과 열우당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한다. 모두를 포옹하며 보다 건설적인 정책으로 정국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자식들이 엇나간다고, 아버지까지 맞불을 지피면 안되지 않는가? 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질문입니다.
그는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자질이 없다, 이런 생각이십니까?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야당을 다독이고, 도대체 어떤 정책을 펴야 모두가 수긍할 수 있었을까요? 누군가 그럴 수만 있다면, 저는 한평생 그의 종이 되겠습니다. 아니, 그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만을 제시하는 분이라 해도 기꺼이 종이 되겠습니다.
어떻게 포옹해야 하는지, 어떤 정책이었어야 하는지...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주십시오.
'야당이란 어차피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세력이다. 그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야당이 아무리 거세게 반발했더라도, 민주국가의 대통령이라면 그들과 잘 타협했어야 한다' 라는 식의 막연한 이상론은 사양합니다.
제가 듣고 싶은 건 '어떻게'의 부분에 대해서입니다.
그저 '잘'이 아니라, '어떻게 잘'인 것입니다.
이젠 누구나 아시겠지만, 지난 1년간 백 번이 넘는 탄핵발표가 있었습니다. 우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탄핵하겠다! 대통령이 주장을 꺾지 않으면 탄핵하겠다!
물론 대통령도 잘못한 게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지난 1년간 탄핵에 이를 정도로 큰 잘못을, 그것도 백 번이 넘게 저질렀나요?
이런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고 끌어안아야 했는지 부디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3.
평소에는 아무 소리 안 하고 제 할 일만 하더니, 이제와서 무슨 난리냐? 괜히 남들 그러니까 덩달아서 따라하지 말아라, 라고 하시는 분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팔짱을 끼고 멀찍이 물러서서 '흥! 이 놈도 저 놈도 죄다 웃기는 놈들이군' 비웃고 계십니까?
아니면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정말 궁금합니다.
4.
마지막으로 모든 분께 여쭙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야당입니까? 대통령입니까?
거리에 몰려나온 사람들, 이렇게 인터넷 게시판에서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은 과연 대한민국의 주인을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 모든 흥분과 분노가 오로지 대통령을 위한 충성심의 발로일까요?
아니지 않습니까?
바로 '내'가 모욕을 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내 나라'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건 못 보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들이 살아야 할 나라'가 보다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야당보다는 차라리 대통령을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더 낫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은 '많이' 입니다만)
물론 대통령보다 '더 나은' 인물이 있다면, 기꺼이 그를 선택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대통령보다 더 나은 인물이 야당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회창? 최병렬? 조순형?...그들 중의 하나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탄탄한 성장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세계가 다 불경기에 휩싸여 허우적대고 있는데, 대한민국만이 우뚝 솟아올랐으리라 생각하십니까? 불법정치자금에 연루된 모든 정치인이 잘못했습니다! 사과하고 일제히 물러났겠습니까? 그래서 이제야말로 깨끗한 정치가 시작되었을까요? 최소한 지금보다는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을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지금은 없지만, 대통령 역시 다를 바 없다. 차라리 아무도 선택하지 말자.
이런 말씀이십니까?
도대체...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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