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에는 기대가 컸습니다. 지난해 정치권의 비리가 밝혀지며 상당수가 물갈이될 여건이 갖춰졌으니까요. 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지난해 재신임 발언이후로 거둬들였지만 3당 합당 이후 제일 싫은 정당이었고 수차례의 선거에서 단 한표도 주지않은 한나라당도 싫었습니다. 민주당은 그런대로 괜찮더니 열우당과 분당한다고 내분 일으키면서 이상해졌고... 결국 국회의원은 인물보고 뽑아야 겠더군요.
그런데 이번 탄핵 정국은 총선을 완전히 친노와 반노의 대립 구도로 몰아버렸습니다. 야당의 의도, 특히 한나라당의 의도가 바로 이거였죠. 친노 대 반노 구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오듯 20-30퍼센트의 확고한 친노 성향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할 경우 보수적 성격의 부동층을 반노의 명분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입니다.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똑같은 효과를 노린 거구요.
노무현 대통령? 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발언에서도 자기가 일하게 하려면 총선에서 승리하게 해달라는 내용은 여전했습니다. 열우당의 승리는 노무현의 승리라는 이야기죠. 이건 친노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고, 탄핵 정국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정권에 힘을 실어주기위해 열우당을 지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열린우리당의 지역구 인물들이나 열린우리당 자체가 아니라 그 수장격인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뽑아달라는 이야기죠. 총선을 재신임의 도구로까지 여기는 그의 태도를 보면 아연할 따름입니다.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기는 합니다만 총선에서 지면 물러나고 이기면 집권할 것 같으면 이게 대통령인지 내각제 수상인지...
많은 분들이 사람만 보고 뽑자고 하시지만 총선이 한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친노와 반노의 대립구도의 총선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대선에서야 과거 DJ와 반DJ세력의 결집, 이회창과 반이회창 세력의 단일화 등 이런 구도가 종종 있었지만 총선에서조차 이렇게 되버리고 마니 허탈합니다. 친노 성향이라면 열린우리당 후보를 당연히 밀테고 반노세력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혹은 민노당으로 갈리겠죠. 영남에서야 한나라당, 호남은 민주당... 뭐 이런 식의 구도는 뻔히 예상됩니다. 인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전 국가가 반으로 나뉘어져 다투는 판이니까요.
별로 대단치 않은 사안으로 탄핵을 강경히 밀고나가는 야당이나 심각한 위기상황에서도 절대 타협 않는 대통령이나 지금 그들의 관심은 단 하나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누가 이기는가 하는 거죠. 그들에게 이번 총선은 정치 개혁의 시발점이 아니라 누가 헤게모니를 쥐는가 하는 숙명의 결판일 뿐입니다. 그 분위기에 우리 국민들도 휩쓸려 가는 것 같구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관심의 대상이었던 선거법 통과가 탄핵 발의와 함께 조그만 박스 기사로 처리되어 소리소문없이 넘어가버리지 않았습니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런 정치가들의 노림수에 넘어가면 또다시 정치개혁은 뒤로 미뤄집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한 번 뽑아봅시다. 인물보다 정당이 중요하다면 정당 보고 찍으십시오. 그것도 정치입니다. 그러나 이도저도 싫은 우리 부동층들은 인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하면 좋겠습니다. 단 하나의 문제는 비례대표 투표인데... 그건 기권하고 싶을 만큼 역겨운 정치판입니다. 그들에게 국민은 단순히 표로 밖에 안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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