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번 1년 동안 나름대로 무협이라는 이름을 거창하게 단 글줄을 끄적였습니다. 하루에 몇장씩, 뭐 못쓸 때도 있고 잘쓸 때도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애로사항은 바로 무공명의 창안입니다. 이것 굉장히 저한테는 어렵습니다.
제가 쭉 자연계열이어서 한자는 거의 배우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무협을 쓸 때 한자를 잘 모르는다는 점이 굉장히 가슴이 찔립니다. 한문서당을 다녀볼까도 생각했었는데, 학교공부가 바쁘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미뤄두기만 했습니다.
어저께 어머니와 함께 잘 아는 한의원에 다녀왔는데, 그 때 그 한의사 아저씨께 제 고민을 털어놓으니까, 그 한의사 아저씨가 대뜸
"야, 뭐 그렇게 고민하냐? 너 어차피 대학 관두고 한해 더 할거라며?"
"네."
"그럼 뭐 궂이 의대갈 필요 있냐? 한의대 가라!"
"네?"
"왜, 한의대는 생각 안해봤냐?"
"......네."
"네가 정말 무협소설을 세컨드 잡으로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가지고 쓰려면, 내 생각엔 한의대 만큼 더 좋은데도 없지."
"그런가요?"
"그럼! 내가 경희대 들어갔을 때, 나도 한문을 잘 몰라서, 서당을 3년을 다녔지. 그리고 말이야, 한의대가 워낙 동양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해서, 나는 천자문, 명심보감, 논어 같은 걸 다 봤다. 그리고, 한의대에 들어가면 동아리 중에 기공을 훈련하는데가 있는데, 너도 아마 거기 들어가서 기공을 연마하다 보면, 무협에서 나오는 기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될 거다. 어디 그뿐이냐? 기와 더불어 무공을 수련하는 동아리도 있지. 현무의학회라고, 네가 거기 든다면 꽤나 많은 도움이 될거다."
"그래요?"
"그래, 사람들은 흔히 무협에 나오는걸 다 거짓말이라고들 하지만. 나 같은 한의사가 보기에는 일정부분 맞는 말도 있지. 한의학적 체계와 부합되는 부분도 많구 말이야."
"네."
"그러니까, 네가 꼭 생물학 교수를 해야겠다는 확고부동한 의지가 아니라면, 나는 너한테 한의대를 추천해주고 싶다. 너도 돈벌고 싶다면서? 그래서, 편히 무협소설 쓰겠다고 하지 않았니? 이런 말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교수보다야, 한의사가 더 벌이가 좋단다...흐흐..."
"장님 셋이 코끼리 코를 만지면, 저마다 딴소리들을 해대지. 한놈은 기둥이라 하고, 또 한놈은 호스라고 하고, 또 한놈은 뭐라더라... 암튼. 내가 보기에는 요즘 한국에서 무협쓴다는 사람들, 그다지 전문적이지는 못한것 같더구나. 몇몇 사람들을 빼고는 말이야."
"뭐, 그런가요?"
"그럼. 한자 틀리는 건 아예 예삿일이고, 어떤 작가들은 혈의 위치도 막 아무렇게나 쓰더구나. 그리고 고서에서 발췌하는 것도 이리저리 틀리는 부분도 꽤 있지. 기의 정의도 제 멋대로 내리지를 않나...... 하여튼 요즘 무협소설 보면 정말 마땅치가 않아. 어떠냐? 네가 한번 제대로 써보지 않을거냐? 한의대 한번 노려볼테냐?"
"......잘, 모르겠어요. 생각 좀 해보구요......"
이렇게 아저씨와 저의 대화가 끝이났습니다.
확실히, 한의대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더 전문성을 가지는 무협작가가 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메스 대신 침을 들어야 한다니......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라, 조금 더 생각해 봐야 겠네요.
그래도, 저는 조금 끌리긴 합니다. 안정적인 직업과 사람을 고치는 일, 그리고 더불어 무협소설의 창작에도 큰 도움이 된다니...... 한의사라...... 가기에는 힘든 곳이지만, 어차피 한해 더 하는 마당에 목표야 높으면 좋겠지요.
여러 고무림 동도들의 고견은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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