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축구 창단의 주역 부천 SK가 한국축구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됐다.'지난 86년 국내 최초의 프로팀 할렐루야가 아마추어로 전환한 이후 K리그의 맏형임을 자부했던 부천 SK가 31일 축구계와 이별을 고했다. 지난 82년 12월17일 서울신탁은행 본점 4층 강당에서 한국의 두번째 프로축구팀으로 창단한 지 21년 만이다.
SK가 축구단을 팔 것이라는 소문은 올해 초부터 불거져 나왔다. 지난 2∼3년 동안 부천이 주축선수들을 대거 팔며 구단의 살림살이를 계속 줄여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기업 ㈜SK가 'SK글로벌 사태'로 재정난에 빠지자 팀 매각설은 갈수록 설득력을 더해갔다.
SK는 최근 ㈜SK에 속해 있는 부천을 계열사인 ㈜SK텔레콤으로 옮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며 축구단 보유에 무게를 뒀지만, 불법 대선자금 파문으로 기업의 재정난이 더욱 심해지자 결국 수익성 없는 축구단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비자금 수사 등으로 코너에 몰린 ㈜SK측의 소극적 저항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부천이 팔린다는 소식을 들은 축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프로축구연맹 김원동 사무국장은 "구단 매각 같은 중대한 사항을 연맹에 귀띔조차 하지 않았다. 구단측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흥분했다.
부천 감독을 역임했던 전북 조윤환 감독은 "21년 전통에 빛나는 구단이 어이없이 사라졌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또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구단의 매각 소식을 전해들은 부천 선수들은 "운동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졌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심난하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축구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투자에 인색한 기업이 축구계를 떠난 것이 축구발전을 위해 차라리 잘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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