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좀 들렸다 가지.”정몽헌 회장은 자살 하루전인 3일 가족과 함께 저녁 외식을 한데 이어 보성고 동기 동창인 박기수 전 현대상선 미주본부장(사장)과 술자리를 같이하는 등 ‘자살’을 암시할만한 이상한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 회장은 일요일인 이날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 1시30분께 남산 하얏트호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오후 3시부터 장충동 신라호텔 뒷편의 모 헬스클럽에서 1시간 동안 운동을 하기까지 했다.
또 오후 6시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앞 한 일식집에서 부인 현정은씨와 큰딸 지이씨, 윗동서 부부와 함께 외식을 했다.
정 회장은 이어 오후 8시 청담동의 W 술집에서 박 전 사장과 술을 마신 뒤11시께 자택으로 귀가하던 중 운전사에게 갑자기 계동 현대 사옥으로 가도록 했다.
사옥에 도착, 보안직원에게 30분 뒤 내려오겠다며 12층 집무실로올라간 정 회장은 문을 걸어 잠근 뒤 유서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급하게 쓴 흔적이 역력한 3통의 유서는 정 회장이 투신 직전 벗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시계, 안경과 함께 원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정 회장은 4일 새벽 1시~2시사이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고, 오전 5시50분께 사옥 뒷편 주차장 앞 화단에서 발견됐다.
정 회장은 앞서 1일 대북송금관련 재판을 마친 뒤에도 W 술집에서 이튿날 새벽 4시30분까지 박 전사장, 강명구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과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 정몽헌회장 유서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모두 A4 용지 4장의 유서를 남겼다.
2장은부인, 1장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앞으로 돼있지만 1장은 아무도 지칭하지 않은 채 씌여졌다.
정 회장의 유서는 매우 거칠게 갈겨 쓴 필체로 씌여져 있어 자살하기 전 복잡했던 그의 심경을 짐작케 했다.
"00엄마.
모든 것이 나의 잘못입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만 남기는군요.
00, 00, 00.
이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어리석은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랍니다.
00야 오늘보니 더 이뻐졌더군.
나 때문에 너의 생활이, 사랑해.
00, 너를 볼 때마다 어른이 돼 가는 것을 느끼는데 너는 굳건히 잘 살 것이야.
00아 너하고의 사랑을 많이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구나.
00, 00, 00 엄마 잘 모시고 살거라.""김윤규 사장.
명예회장님께서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당신이 회장 모실 때 보면 저희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시기 바랍니다.
당신 너무 자주하는 윙크 버릇을 고치세요.""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중간내용 판독불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저를 여러분 용서 바랍니다.
기사를 봐도 기쁜일은 없고 모조리 슬픈일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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