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75만6원과 이에 대하여 2000. 1. 1부터 갚는 날까지 연 19.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같은 마을 친구 사이인 시각 장애인 서재휘(67·전남 광양시 진월면)씨와 중풍을 앓고 있는 이돈기(68·〃)씨는 보증을 선 기억이 없는 돈을 갚으라는 법원의 판결문을 받아들고 화병에 시달리고 있다.
평생을 시각장애인과 농사꾼으로 살아온 두 사람은 이미 수 천만 원을 떼인 상태에서, 기억에도 없는 또다른 채무 압박에 의해 가정불화와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 특히 15년째 중풍을 앓고 있는 이씨는 화병이 도지면서 척추 수술과 백내장 수술까지 받는 등 만신창이 상태다.
두 사람의 잘못은 무엇일까? 잘못이라면 평생 이웃을 의심하지 않은 죄, 파출소 한번 잡혀가지 않고 착하게 살아온 죄, 남의 빚으로 인해 경찰서와 법원을 오고가면서도 하소연 할 곳이 없어 애간장을 태운 죄가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자신도 모르게 된 채무자가 된 중풍환자와 시각장애인
두 사람이 자신들이 채무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광양수산업협동조합은 채무자인 서모(83·광양시 봉강면)씨가 갚지않은 나머지 채무(75만6원)를 보증을 선 두 사람이 연대하여 대신 갚으라는 요지로 소장을 제기했다.
이 돈(150만 원)은 서씨의 아들(49·광양시 봉강면)이 지난 90년 아버지를 채무자로, 동네 어른인 두 사람을 보증인으로 내세워 빌어 쓴 돈으로 정부가 저리로 융자해 준 정책자금(부채경감대출)이다.
채무자 서씨의 아들로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서모씨가 두 사람이 맡겨 둔 인감도장을 이용해 감쪽같이 대출을 받았다는 게 두 장애인의 호소다. 농촌 일로 바쁘고 일 처리가 미숙한 농촌의 대다수 주민들은 이장에게 도장을 맡겨 대신 도움을 받는 게 농촌의 환경이다.
다행히 이번 채무는 소액 사건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화병을 앓는 것은 과거에 당한 수 천만 원의 피해 때문이다. 90년 당시 마을 이장을 지낸 서씨가 시각장애인 서씨와 중풍환자 이씨를 비롯해 마을 주민 수 십 명에게 입힌 피해는 2억∼3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장을 지낸 서씨는 이 일로 인해 1년2개월을 복역하고 작년 석가탄신일 특사로 나온 뒤, 아파트 경비원과 택시운전사 등으로 일하다 현재는 연락이 끊긴 상태라는 게 두 사람이 수소문한 결과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이장을 지낸 서씨는 전주로 주소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으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또한 인감발급대장 보존기한(10년)을 넘겨 서씨가 두 사람의 인감도장을 이용한 사실을 입증할 길이 없다. 결국 두 사람은 억울함과 상관없이 꼼짝없이 채무를 갚아야 할 형편이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이웃을 어떻게 의심하겠습니까"
▲ 막막한 채무로 인해 화병까지 도진 두 장애인.
ⓒ2003 오마이뉴스 조호진
여섯 살에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 서재휘씨는 모두 2500만 원 가량을 사기 당했다. 서씨는 97년 당시 세차장을 운영하던 이장 서씨가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애걸해, 인정상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1000만 원을 대출해주었다.
이장 서씨는 그 뒤, 돈을 갚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신의 논 4마지기를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시각장애인 서씨는 차액 1400만 원을 지불하고 계약서까지 썼지만, 그 논의 임자는 닷새 전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눈먼 장애인을 상대로 계획적인 사기행각을 한 것이다.
15년 전 중풍을 앓아 오른손과 안면마비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는 이씨는 이장 서씨가 콤바인을 산다고 보증을 서 달라는 등의 수법에 속아 수 차례 보증을 서 1800만 원(이자 포함) 가량의 돈을 사기 당했다.
왜 이렇게 번번히 당하기만 했을까. 하지만 두 사람은 조상 대대로 함께 살아온 이웃을 어떻게 의심하겠냐고 반문한다. 특히 의심을 품지 않고 보증을 선 것은, 당시 서씨의 살림이 논 9마지기와 산 6정보 등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 동네 관리위원장 등 감투를 쓰고 이장까지 지낸 사람이 설마 동네 어른들에게 몹쓸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각 장애인 서씨는 등 굽은 아내와 함께 엄마 없이 천덕꾸러기가 된 두 손자(9살·8살)를 돌보고 있다. 논 2마지기로 어렵게 생계를 잇고 있는 서씨는 공장에 다니는 아들(28)이 벌어온 기름 묻은 돈으로 이자 막기에 급급하다. 서씨는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경찰서는커녕 파출소에 한 번 간 적도 없는데 이번 일로 경찰서와 법원에 가 죄인처럼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억울한 피해자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의 사정을 살펴 판결하지 않고 자기들 말만 하는데, 경찰서와 법원이 몸서리납니다.
지금 당장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인심 좋고 살기 좋던 우리 동네가 그 사람 때문에 쑥대밭이 됐고, 지금은 이웃간에 보증이란 말을 꺼내지도 못합니다. 당장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자식들을 못살게 한 이까짓 목숨을 어디다 써야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세상 사람들아, 억울한 이야기 좀 들어주시오"
▲ "조상 대대로 살아온 이웃을 어떻게 의심하겠냐"고 반문하는 이씨.
ⓒ2003 오마이뉴스 조호진
중풍환자인 이씨는 논 2마지기를 팔아 서씨가 씌우고 간 빚 1800만 원을 겨우 갚았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보증을 세운 돈을 갚으라는 통보를 또 받고는 화병이 도졌다. 이로 인해 척추와 백내장이 악화돼 수술을 받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중풍을 앓아 안면마비 증세를 보이는 이씨가 어눌한 발음으로 기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자, 남편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아내 최숙자(63)씨가 대신 이렇게 말했다.
"이 이는 법 없이도 살 양반인데, 그 사람이 이용해 벅수(바보)처럼 만들었어요. 이 당신은 15년 전에 중풍을 앓아 인감을 떼어다 줄 형편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농사꾼이라 농협만 알았지 수협이 어디인 줄도 몰랐어요. 그런데 무슨 돈인줄도 모르는 돈을 느닷없이 갚으라고 하니 천불이 나지 않겠습니까."
이씨의 부인 최씨는 이 돈뿐 아니라 남편이 서준 또 다른 빚 보증으로 인해 수 천만 원을 떠안고 한 동안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평생을 농사를 지어 살면서 먹고 싶은 것, 옷 사 입고 싶은 것 참아가면서 살았는데, 한푼 쓰지 않은 수 천만 원을 남편 대신 갚아야 한다는 현실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부인 최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호소했다.
"방송국이든 어디든 이 억울한 사정 좀 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돈도 돈이지만 사람 환장할 것 같습니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산 사람이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해야 하는 세상을 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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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수가 있죠?
돈이 사람보다 중요합니까?
빌어먹을놈... 이런 놈들이야 말로
처형 시켜야 합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을 너무 믿고 사는 것이 잘못이라고...
그렇다면! 남을 믿고 착실하게 사는 것이 죄라는 말입니까?
아닐겁니다... 분명... 올바른 길을 걷는 것은 이들 두 노인일겁니다.
정말... 금강님 말씀처럼 곤란한 세상에 태어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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