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집이 수원 근처라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수원에서 웬 할머니가 타셨습니다.
할머니는 안양까지 간다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면서 안양에 도착하면 당신께 말씀을 해달라고 하시며 제 맡은 편 쪽에 앉으셨습니다.
맡은편 쪽에 사람들이 들은체를 안하시더라구요.
솔직이 조금화가 났습니다.
할머니는 여든 다섯이 되셔서 귀가 잘 안들린다고 하시며 안양이 되면 꼭 말씀을 해달라고 같은편의 사람들에게 계속 말씀을 하셨지요.
제 옆에는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시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마침 비가 많이 왔지요.
그래서인지 지하철 안에 우산을 파시는 분이 한분 지나가셨습니다.
제 옆에계신 아주머니는 우산을 안가지고 오셨는지 우산을 하나 샀습니다.
군포에 도착할때쯤 아주머니가 저에게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아주머니는 금정에서 내리시는 관계로 안양에서 할머니를 내려 드릴수 없다고 하시며 저에게 내려달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알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주머니는 군포에서 미리 일어나 할머니를 아주머니가 앉아있던 제 자리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제가 안양에서 내려드릴거라고 말씀을 하시데요.
그런데 할머니는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으셨어요.
아주머니는 방금전에 산 우산을 할머니에게 내드리면서 자기는 택시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순간 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정말 너무 좋은 아주머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머니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우산이 얼마냐고 하시면서 우신 값을 내어드리려 하였지만 아주머니는 한사코 이를 마다하시며 금정에서 내리셨습니다. 내리시면서 저를 보시더군요. 저는 알겠다며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안양에서 할머니를 내려드리고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 우산을 내드리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앞으로는 꼭 제 우산을 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자요.
지금도 그 아주머니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입가에 흐르게 됩니다.
정말 천사같은 아주머니입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 zeron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4-1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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