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만날 일이 있어서 버스를 탔었더랬죠
앉을 자리가 없었죠 하지만 저는 튼튼하고 혈기왕성한 십대(일단은...)이기에 그다지 개이치않았습니다
두 정거장쯤 지나서 어떤 할머니 한분이 타시더군요
머...거기까지는 여는 버스안의 풍경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서 순식간에 잠이 든다던가 소위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만 하는 의무(...라고 해야하나?)가 있는 젊은 인간들끼리는 눈치를 보며 신경전은 벌이고 중년 혹은 장년의 어르신들은 안도하며 젊은 것들이 하는 행태를 보며 혀를 찬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죠...
아무튼 그 와중에도 어느 한분이(아마도 얼굴이 덜 두꺼운 듯한...) 양보를 하시더군요
사실 이런 분들을 비난하겠다는게 아닙니다 저도 똑같은 놈이거든여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죠
잘 가던 버스에서 해괴한 소음과 정체불명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뒤쪽에서 남자분들은 기침을 하고 여자분들은 "어머!"라든가 "앗!"이라든가
"우웁!"이라든가 "엄마야!(...이건 좀 아니군요ㅡ_ㅡ;;)등등의 다발적인 감탄사들이 터져 나왔더랬습니다
흘끗 돌아보니 제 엉덩이쪽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죠
취미가 이상한 분들이구나... 고개를 완전히 돌려서 뒤의 상황을 좀더 자세히 보려는데... 그만 보고야 말았던 것이었죠 그것을!
그때 올라타신 할머니께서 버스 바닥에 토하셨던 것입니다
걸쯕하고 여기저기 건더기마저 보이는...우읍!
...두번 세번 네번...다섯번... 계속 하시더군요
저는 그때 관성력의 작용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버스가 가속하면 뒤로 흐르고 감속하면 앞쪽으로 주르륵 흐르더군요
발에 닿을 뻔도 했지만...으음...
그 때 마침 버스 요금 넣는 통을 만지고 계시던 기사아저씨께서 그 광경을 목도하셨죠
"이이게 뭐야!" 그리고는 그 토사물을 보관하시다 뱉어버리셨던 그 할머니를 닥달하시더군요 "왜 그랬어요!"(음... 왜 라니... 어쩔수 없는 위장의 연동운동에 의한것 아니겟습니까? 비록 역류했지만) "어떻게 할거에요!"(이건 답이 뻔하죠... 치워야죠 헌데 누가?) 물론 이런 길지 않은 대화(라기에는 무리가 좀...)중에는 그 기사아저씨가 어렸을 때 그분의 엄마나 아빠가 가르쳐주었다기엔 부적합한 어휘가 다수 포함되어있었죠
각박해지는 사회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사랑과 정이 넘치는 사회구현의 첫발걸음으로서 할머니의 등이라도 두드려 드리려고 혹은 비닐봉투라도 드리려던 사람들은 기사아저씨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결국 버스에서 내리시더군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구나 라는 고래로 부터 내려오는 만고불면의 진리가 생각났죠
저도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사실 안내리는 사람이 더 이상했죠
그리고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추운데 정말 버스 안오더군요
그리고 그할머니가 타신 버스는 피했다는...(쿨럭...지행합일은 너무도 요원한 길...)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