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86년 봄 고등학교 1학년 때에 무협소설에 입문했습니다. 하숙집 방에 굴러다니고 있던 무협소설 한 권을 읽다가 그 뒷 부분이 궁금해져서 빌려 읽었습니다. 그 뒤로 쭉 한국무협소설(사마달, 검궁인, 등등)을 읽었고요, 1988년에는 김용의 무협소설, 양우생의 무협소설, 와룡생의 무협소설을 읽었고요. 1995년에는 용대운의 [독보건곤]과 좌백의 [대도오]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도 쭉 무협소설을 읽어 왔고, 2년쯤 전부터는 판타지소설에 푹 빠져 있습니다.
제가 읽은 무협소설 작품 수가 얼마나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못 되어도 5백 작품은 넘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읽고도 또 새로운 무협소설이 없나 하고 만화방을 기웃거립니다. ^ ^
무협소설이라는 게 맨날 원한 맺고, 무공대결하고, 영약 먹고, 수련하고, 붕가붕가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독자들은 끝없이 계속 읽습니다. ^ ^
서양에 정통 판타지물이 생겼다면, 우리나라에는 레이드물이나 현대판타지물이나 퓨전물이 생겼습니다. ^ ^ 어느 날 생긴 장르가 대세를 이루고 줄기차게 이어지는 것입니다. 중국 본토에서 무협소설도 같은 경로를 겪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수민의 [촉산검협전] 같은 것이 대유행하고, 그 뒤로 무협소설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죠.
이런 대세물이 생기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인간에게 그런 장르를 좋아하는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일 겁니다. 대표적인 게 게임판타지소설의 아이템인데요(무협소설로 치면 영약이나 신검 같은 것이겠고요), 주인공이 아이템을 얻는데, 그 아이템이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충족시킵니다. 로또 맞고 싶어하는 마음과 비슷할 거예요. ^ ^ 물론 정통 판타지물에도 인간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위기를 헤쳐 나가는 용기를 보여준다든지, 로맨스라든지, 충성심 같은 것들이 바로 우리의 마음을 충족시키지요.
그래서 저는 대세물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요소가 들어 있는 한 대세물은 계속 나올 것이고, 나와야 합니다.
그러니까 작가들은 대세물을 마음껏 써도 되고, 독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판타지소설들을 찾아서 열심히 읽으면 되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