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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오래된 책이 사라진다

작성자
Lv.38 whitebea..
작성
22.05.29 10:27
조회
154

오래전에도 오래되었던 책들이 있습니다.

저에겐 로라 잉겔스 와이더의 초원의 집이 그러한데, 그것은 제가 어릴때에도 상당히 오래된 책이었습니다.


보통 그런책들은 표지가 두꺼운 종이로 되어있어 모서리가 닳았고 특유의 종이 냄새가 났습니다.

페이지도 약간 오돌토돌하면서 누랬지요.

가끔 드물게 책벌레가 끼어서 죽어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의 향수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초원의 집을 재미있게 읽었고 거기에 들은 연필로 스케치한듯한 삽화는 그런 종이질이나 표지에 기가막히게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은 텍스트만 아니라 질감과 냄새로 그 옛날의 서부 시대로 데려다주는 듯 했어요.

초원의 집 뿐만 아니라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나 O헨리의 단편선같은 명작들이 누렇게 갈색의 선반에 놓여 오래도록 사람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저는 앉아서 그 먼지냄새나는 책을 열고 오래도록 그것을 읽곤 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그 생각이 나서 도서관에 가 초원의 집을 찾았습니다.

놀랍게도 그때의 그 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빌릴 수는 없고, 도서관에서는 책이 오래 빌려지지 않으면 서고에 저장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연람실의 것들은 모두 하얗고 윤기나고 반듯하지요.

그래서 사서분께 부탁해서 서고의 것을 꺼내와야했습니다.


오랜만에 도서관 구석에 앉아 오래된 책을 보며 향수를 잊습니다.

저의 오래된 향수가 서고 깊은 곳에 잠자고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향수가 있으신가요?


Comment ' 6

  • 작성자
    Lv.70 고지라가
    작성일
    22.05.29 10:35
    No. 1

    아뇨...ㅠㅠㅠ 향수 없어요. 짐 되는건 다 버리고, 몸은 가볍게..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20 노보그라드
    작성일
    22.05.29 10:38
    No. 2

    오래된 책이라기보단 종이책 자체가 주는 향수는 있습니다. 따지고보면 매체의 하나고 본질은 내용이라 생각함에도 어릴 때부터 책에 대해 형성된 관념이 있지요. 전 같은 내용이면 새 책을 선호합니다. 그나저나 작가님 작품이랑 잘 어울리는 글이네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52 기계들판
    작성일
    22.05.29 11:01
    No. 3

    제가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소년소녀 문학전집을 와장창 사오셨지요. 그때 봤던 책들의 내용은 여전히 기억나고 있지요. 근데 어린 나이에 꽂혔던 건 다른 명작이 아니라 펄프픽션에 가까운 트리피드의 날(그때 제가 읽은 한역본 제목은 지구 최후의 날이었습니다.) 이었죠. 그때부터 SF에 꽂혔습니다ㅋ

    그 책도 삽화가 연필로 그린 삽화였고, 말씀하신 감성이 이해는 갑니다. 마스크를 쓴 주인공의 얼굴에 트리피드의 채찍을 후려치는 장면을 펜화로 그린 삽화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하지만 SF와 미래를 사랑하는 저는 그때부터 전자책이 나오면 이 수많은 책들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마다 볼 수 있을텐데! 하는 것에 꽂힌 과도한 얼리어뎁터, 기술중시주의자라......

    옛날 황금가지판 듄을 모조리 사놓고 실컷 읽다가 스캐너 생기자 바로 썰어서 스캔해버리고 책은 치웠습니다. 저도 참 드라이하군요 ㅋ

    이미 꽤 나이먹은 인간인데도 향수보다는 tts 지원 여부가 더 중요하고, 이제는 종이로 된 책은 안사고 가급적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나온 것만 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공간 부족 + 스캔 기능 때문에;;; 그리고 더 나이 먹으면 눈이 안보이니 tts가 필요하잖아요:D

    음. 그래도 '내용에 대한 향수'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그때 보던 소설들의 내용을 보면 다시 가슴은 뜁니다 :) 말씀하신 매체까지 포용하는 감상은 아닐 정도로 삭만한 놈이지만요 :(

    하지만 쓰신 글을 보면 느낄 수 있는 감상은 왠지 저같은 삭막한 놈도 이해가 가는 감상입니다.:D

    #문피아는_제외태그를_지원하라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8 묘한인연
    작성일
    22.05.29 12:36
    No. 4

    흰콩님 오랜만에 뵙네요.아직 항해중이시려나요?ㅎㅎ
    저는 초등 저학년때 어쩌다보니 집에 책이 많이 생겼었습니다.
    큰 책장 서너개 정도에 위인전부터 여러 책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읽기 시작했었지요.
    학창 시절에도 매년 30권 이상은 읽은 듯 하네요.대부분 소설책이었지만요.
    졸업후에도 동기가 책 모으는 것을 좋아해서 그 친구 집에서 많이 읽었었고,
    만화방 알바하는 친구 덕에 밤새 만화, 무협도 참 많이 읽었었네요.
    그 때부터 거의 활자중독에 가깝습니다.
    책방 있던 시절에는 심지어 재탕(좀 깎아주셨는데.ㅎ)도 꽤 했었고요.
    오래된 책 냄새 참 그립네요.신간의 잉크 냄새도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6 무정호
    작성일
    22.05.29 12:59
    No. 5

    저도 책을 5천권 넘게 모으고 했는데...이제는 재단해서 스캔을 하고 있습니다.
    2000년 초반 책도 20년이 넘으니 종이가 바스라진다고 해야 하나 종이 자체가 산화되는 느낌이 오고 가루가 됩니다.
    양장에 조개껍질이랑 돌가루 넣은 비싼 종이는 괜찮은데, 일반판 책은 20년이 지나니 어쩔수 없더라구요.

    진짜 종이책의 추억이 있는 것들은 밀봉해서 소장은 하는데, 요즘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책에 대한 애착이 아예 없는거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하여튼, 점점 종이책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것 같아 아쉽습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rupi
    작성일
    22.05.29 14:15
    No. 6

    옛날 드래곤라자 책이 있는데 지금 보니 1998년 이네요 벌서 20년 이 훨씬 넘었어요 오래된 책냄세도 나고요 이북본도 있기 때문에 잘 들춰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버리기는 못하겠네요 열심히 쟁여놓는 사람입니다 그러고 보니 책장에 바람의 마도사도 있군요 대학시절 사서 모았는 데 버릴수는 없어요 추억이 가득가득합니다 ㅎㅎㅎ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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