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알 속의 새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미의 뱃속에서 바깥에 나오는 순간 사람은 알이 되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알을 깨고 나와 다른 새와 함께 세상을 살아간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
고등학교 1학년인 나 역시 알 속에서 뒹굴 거리는 작은 새였다. 뽀얀 우윳빛 안개 속에 몸을 맡기고 따스한 햇볕을 정면으로 받으며 껍질 속의 안락함에 녹아버릴 정도로 만족해 살아가는 작은 아기 새.
그러나 그런 아기 새인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알을 깨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 속의 세상 속에서 만족해 살아가는 지금 굳이 다른 새와 만날 필요 따윈 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알을 깨기를 거부했다.
그렇게 평생 살아가려 했다.
알 속의 세상.
뽀얀 우윳빛 안개. 따스한 햇볕. 녹아버릴 것 같은 안락함.
알을 깨고 나면 모두 잃어버릴 것 같았기에 깰 수가 없었다. 다른 새를 만나 이것들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다른 새를 만나지 않고 알 속의 세상 속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내가.
평생을 알 속에서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던 내가.
작은 발을 영차, 움직이고 자라지도 않은 날개를 퍼덕이며 작은 부리로 알의 껍데기를 깨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던 이유.
그것은 아마 그 사람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그 사람에게 받은 것이.
너무나도 따뜻해서.
나를 볼 수도, 내가 볼 수도 없게 된 그 사람에게 보답하기 위해.
나는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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