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수어재
작품명 : 브라반트의 흑기사
출판사 : 로크미디어
이 글에 대한 호평이 계속 나오는게 제 생각엔 아마 설정이 괜찮아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찬반 양측에서 모두 세심한 설정이라 하시는데(鐵鬼님만 콕 집어 지적하시는군요^^;) 실은 오류투성이입니다.
1. 연도
소설내부
철수 타임워프 - 1086
하 로렌공 고드프루아4세 사망
볼로뉴 백작의 아들 고드프루아는 영지없는 상태
카노사의 굴욕 - 1087
고드프루아는 상속문제를 따지러 하인리히 황제를 찾아간다.
실제역사
하 로렌공 사망 - 1076
하인리히 황제는 고드프루아의 로렌 상속을 인정치 않음 이후 고드프루아는 부용을 받고 1086년에는 이미 영주상태. 이로 인해 부용의 고드프루아라 불린다. 1차십자군의 주인공
카노사의 굴욕 - 1077
카노사의 굴욕과 고드프루아와 하인리히 황제간의 갈등이 없었다면 별 문제 없었을 것을 고드프루아와 철수의 접점용도로 억지로 끼워넣은듯한 느낌을 줍니다. 시작부터 역사가 어긋나있군요. 이래서 판타지인가?
2. 작위
볼로뉴 백작부인이 오빠(고드프루아 4세)의 가문을 고드프루아 가문이라 칭합니다. 이후 아들 우스타슈도 자기 가문을 우스타슈 가문이라 칭합니다. 중세에 상속자가 아버지의 이름까지 물려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그래서 구분을 위해 필립2세,3세식으로 부르지요) 그것이 가문명은 아닙니다. 게다가 다른이름 택하는 경우도 있지요. 필리프1세는 필리프 가문이고 그 아들인 루이6세는 루이가문? 작가의 어설픈 조사로 보이네요.
3. 상속
볼로뉴 백이 자신의 상속권(하 로렌) 박탈문제로 아내와 말다툼을 하지만 당시의 상속법(살리카 상속법)상 가문여성의 남편은 작위 상속대상이 아닙니다. 피가 이어져야 됩니다. 애초에 상속권이 없으니 박탈될 일도 없습니다.
4. 별명
1) 2권 중반 베르탱과 마주칠때 부르노의 아버지 로베르 기스카르(Robert Guiscard)의 이름을 팝니다. 기스카르는 가문명이 아닌 비열,교활하다는 의미의 별명으로 저것까지 번역하면 교활공 로베르쯤 되겠습니다. 사자심왕 리처드(Richard the Lionheart)와 존엄왕 필립(Philippe Auguste)과 같은 경우입니다.
소오강호에서 전백광이 영호충을 소개하며
'이 친구는 위군자 악불군의 제자인 영호충이외다'
라 말하는 느낌이군요. 이상하죠?
친구가 듣는 마당에 부르기 좋은 작위(아풀리아&칼라브리아 공작) 냅두고 굳이 저런 별명을 부를 이유가 없습니다.
2) 하 로렌공을 한스버그 공작이라고 칭하는데, 한스버그가 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뉘앙스도 독어네요) 제 추측으론 아마 별명인 꼽추(hunchback)의 오기자료를 참조한게 아닐까 합니다. 맞다면 위와 마찬가지 문제네요. 요 부분은 추측이라 고수분의 지적이 바랍니다.
5. 언어
본 소설의 배경은 중세 프랑스입니다. 그러니 등장인물들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써야 합니다. 인명,지명등에서 영어가 종종 보입니다만, 프랑스어 전공자가 아닌 이상에야 실질적 한계가 있기에 이 부분에선 비난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허나 현대에서 프랑스어 대사를 난무하고 민병대도 밀레스(밀리스의 오기인듯?)라 쓰면서 불어단어에 집착하던 작가가 '마이 로드', '마이 레이디'라는 대사를 쓰는건 문제가 있지요. 철수-찰스도 납득이 안가고요. 영어를 전혀 모르는 중세 프랑스인이 철수라는 이름을 들으면 찰스라고 인식할까요? 궁금하네요.
6. 붓다 뺨치는 조연들
당시 기준 농노는 사람취급을 못 받았습니다. 소설내의 행적대로라면 철수는 목이 열개있어도 부족한 수준이죠. 물론 사람에 따라서 농노배려에 대한 관점차이는 있습니다. 허나 백작부인이 철수앞에서 속살 내비치는걸 신경쓰지 않지요. 중세 농노를 보는 시각을 말할때 흔히 얘기하는 풍속입니다. 작가의 의도도 농노는 사람대접 안 해준다는 거네요. 이게 먼치킨이 아니라고요? 제가 보기엔 신나게 깽판을 쳐도 주위사람의 살의를 봉인하고, 사람취급 안하는 농노에게 스카웃 제의를 할 정도로 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먼치킨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네요. 범부들이야 미친놈앞에서 쫄았다 치더라도 볼로뉴백 우스타슈는 방콕형영주도 아닌 헤이스팅스전투에 참가해 사람 목 좀 베어본 양반인데, 유독 철수앞에선 약해지나 봅니다.
수어재 작가는 유럽중세역사에 개입한다는 새로운 시도에 진지하게 접근했다기 보단 겉핥기식의 조사를 했고 그에 따른 오류와 무리수가 많이 보입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저로선 감상글을 보고 굉장히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만 실망만 하게 되었습니다. 대체 어디가 세심한 조사인가요? 고증 +점수를 빼면 이 소설엔 뭐가 남을까요? 과연 그렇게 호평을 받을 글인지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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