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검류혼
작품명 : 비뢰도
출판사 : 청어람
비뢰도에 마하령이란 여인이 있습니다. 불쌍합니다. 그냥 보고 있으면 불쌍합니다. 왜 이 싸가지 없는 여인이 불쌍할까요? 그녀를 싸가지 없게 몰아넣는 작품 분위기 때문에 불쌍합니다.
비뢰도의 주인공 비류연은 쌩뚱맞은 면이 있긴 하지만 일단 기본 성향은 선입니다. 적어도 악은 아니죠.
근데 비류연은 학관에서 지나가던 중 우연히 마하령을 만나자 뚱땡이라고 놀려댑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요. 주위에서 그만두라고 해도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천연덕스럽게 계속 뚱땡이라고 부릅니다. 더해서 마하령의 비밀을 밝힐락 말락 하며 그녀를 농락하죠.
그 후 마하령이 화나서 홧김에 천한 것이라고 하자 뺨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갈깁니다. 그리고 그녀의 가정교육이 형편없다고 비난하고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말하죠.
이 장면이 웃긴게, 마하령의 발언에 앞서 애초에 시작은 비류연이 한거 아닙니까? 애써 그냥 지나가려 했던 사람에게 뚱땡이라고 부르며 조롱한건 누구였을까요? 근데 작품 분위기는 마치 마하령이 비류연에게 큰 죄를 지은 것마냥 흘러갑니다. 비류연은 자신이 먼저 뚱땡이라고 놀린 것에 대해선 사과 한 마디 없고요.
마하령은 체질적으로 좀 비정상입니다. 게으른 것도 아니었고,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살이 안 빠지고 오히려 쪘죠. 게다가 이 세계관에 미남은 얼마나 많으며 미녀는 얼마나 많습니까? 그녀는 결국 대인 기피증까지 보이면서 자신의 뚱뚱함을 비관했고, 그 후 간신히 해법을 얻어 당당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비류연을 만나기 전까지.
비류연은 우연히 그녀의 비밀, 그러니까 원래 뚱뚱하다는 사실을 알게되지만 숨겨주기는 커녕 재미있는걸 봤다면서 뚱땡이라고 사방에 떠들고 다닙니다. 비류연이 원래 좀 직설적이긴 하지만 과연 가정교육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때부터 비류연의 성격이 좀 싫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화산에 가는 도중 뱀과 싸우게 되는 부분에서 예린과 마하령이 똑같이 비명을 지르는데, 예린의 비명은 듣는 사람이 처연해질 정도로 안타까운 목소리라고 표현하는데 반해 뱀을 무서워하는 마하령의 비명은 무슨 돼지 멱따는 소리 비슷하게 표현됩니다. 파괴력은 음공 수준이고 듣는 사람들이 눈쌀을 찌푸리고.. 마하령도 일단 미녀.. 아니었나요? 저는 이 묘사를 보고 진심으로 마하령을 동정했습니다-_-;;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비뢰도는 유독 외모에 많이 구애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예린과 마하령은 둘 다 외모 때문에 고생합니다. 한 명은 너무 이뻐서, 한 명은 뚱뚱해서. 근데 비류연이 나예린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정작 마하령의 외모를 조롱하는게 좀 이해가 안 갑니다.
정당한 수법으로 살을 뺀건 아니지만 그녀는 죽어라 노력해서 멋지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여인입니다. 그런만큼 자부심도 강하고 도도하죠. 타고난 절세미녀보다 노력해서 미녀가 된 마하령이 저는 좋습니다. 인간적인 느낌이거든요.
그러니 작가님, 이제 마하령 그만 좀 괴롭히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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