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낙원향 계획
작가 : 핑크버그
출판사 : -
소설의 흡입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플롯 혹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에서도 흡입력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낙원향 계획은 조금 다른 곳에서 흡입력을 느꼈습니다. 바로 문장에서입니다. 아! 프롤로그의 글은 빼고요.
전 의미 없는 프롤로그를 싫어합니다. 알 수 없는 장면 하나를 툭 던져놓고 프롤로그라니 이런 건 어디서 배워 써먹는 건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나중을 위한 복선 장치로 넣었다고 해도 뭔가 내용이 있고 이야기가 있어서 재미를 느껴야 할 텐데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재미없는 프롤로그가 아니라 재미있는 1화부터 보고 싶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시작부터 거창한 전투가 있는 것도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을에 사는 주인공을 보여 줍니다. 네, ‘보여’ 줍니다. 1인칭 시점을 사용하면서 상황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보통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상황을 설명하기 일 수인데 이것을 뛰어넘어 장면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여주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글을 따라 다음 화로 넘어가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어느 만큼 보여 줄 수 있느냐는 겁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대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이 소설은 전개되는 사건과 대조되게 너무 작은 것들을 보여 줍니다. 정확히 말하면 갑작스러운 전개와 떡밥들 그리고 억지 감동. 이 세 가지 외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야기 속 발생하는 사건은 납득은 되나 와 닿지가 않습니다. 멋진 문장력으로 독자에게 소설 속 세계를 보여주는데 보여주는 방법이 등불로 어둠을 비추는 꼴입니다.
왜 이런 모양이 되었는지 이해는 갑니다. 개성 없는 평범한 주인공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특별한 ‘힘’을 주고 이를 이용해 박진감 있는 본편으로 넘어가려 한 의도로 보입니다. 그 결과 주인공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반지’의 등장 장면은 어처구니없이 느껴지고 극 중 주요인물과의 만남은 단순한 우연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문장력이 주는 흡입력이 독자를 작품에 몰입시키는 것 까지 가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초반의 좋았던 전개가 소설의 키 아이템인 반지의 등장으로 무산되었다는 건 깊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야기를 보여 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 사건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얻게 된 반지의 힘이나 우연한 만남까지도 이해가 될 만큼 독자를 몰입시켜야 합니다.
고작 14화까지밖에 연재되지 않은 소설입니다. 앞으로 30화 40화까지 연재되고 나서 읽으면 달리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첫 번째 에피소드가 10편짜리 프롤로그처럼 보이는데 과연 다음 에피소드들에서 만회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됩니다. 부디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많은 볼거리가 있길 희망합니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