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유성
작품명 : 로열 페이트
출판사 : 로크미디어
편의상 반말을 사용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고자 노력했으나 주관적인 내용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댓글이 산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유성.
최근에 대박을 친 작가이다. 판/무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있는 이라면 <아크>라는 제목의 게임 소설을 한 번 쯤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보다 먼저 나온 <달빛조각사>의 아류작이니 뭐니 여기저기서 신나게 까였지만 대박작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4권이라는 무지막지한 권수와 초신속으로 올라오는 스캔본을 보면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아크를 봤다. 24권, 완결까지 전부.
개인적으로 참 재밌었다. 물론 중간중간 쓸데없는 내용도 많았고, 자꾸만 바뀌는 여러 숫자들, 주인공 아크의 악역화, 비슷한 패턴의 반복 등 단점도 많았지만 장점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로열 페이트>에 대한 비평을 하기 전에, 먼저 이 작가가 쓴 게임 소설의 장점에 대해 주절거려야 겠다. 물론 이는 주관적인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장점의 경우, 달빛조각사와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근데 무시하고 그냥 쓰겠다. 일단 가장 먼저 디테일한 게임 설정이 있겠다. 유성 작가는 게임 설정을 나름 그럴듯하게 만들어 스토리 진행에 적절하게 써먹는다. 아크가 [게임 소설적]인 재미를 주는 이유이다.
두 번째로는 히든 클래스를 얻는 과정이다. 과거, 게임 소설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나올 당시, 대부분의 게임 소설들이 지나가던 NPC 한 번 도와주고 엄청난 히든 클래스를 얻는 것과 달리, <아크>는 나름대로 그럴 듯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장점 역시 히든클래스와 관련된 것이다. 이것은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지만,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존재할 수 없는 히든클래스가 존재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대부분의 다른 게임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점이다.
네 번째는 적절한 먼치킨이다. 물론 아크 역시 비정상적인 강함을 가진 사기 캐릭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모 소설에서 4억 명을 홀로 가뿐히 발라버리는 듯 말도 안 되는 개드립을 치는 반면, 아크는 초고수가 되고 나서도 10명 이상의 유저들을 상대하는데 있어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비록 미약할지언정-긴장감을 높여주는데 도움을 줬다.
그 다음으로는, 떡밥의 착실한 회수이다. 대부분의 게임 소설은 떡밥도 없이 그냥 말 그대로 주인공 가는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아크는 게임 상의 시나리오를 확실히 정해 두고, 그 메인 스토리를 따라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름대로 착실히. 이런 덕분에 달 모 씨처럼 퀘스트 한 번에 한 권 씩 무진장 늘어나지는 않았다. 물론 24권 역시 엄청난 권수이지만.
다섯번 째로, 다양한 에피소드의 구성이다. 아크는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는 물론이고, 그 외 곁가지 스토리에도 나름대로 새로운 구도를 보여주면서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24권이라는 무지막지한 권수 때문에 패턴의 반복이 보이기는 했지만.
마지막으로,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아크나 달 모 소설이 대박을 친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주인공의 착실한 성장]이 있겠다. <아크>나 <달빛조각사> 모두 보다 보면 절로 몰입이 된다. 이건 감정 이입이나 인간적인 몰입이라기 보다는, [게임 캐릭터]로서의 몰입이다. 나름대로 탄탄해 보이는 게임 설정과 적절한 노력과 기연을 통해 허접 찌질이 였던 주인공-의 캐릭터-가 꾸준히 성장하며 라이벌들을 쳐부수고 게임 상에서 부와 명예를 얻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극한의 대리 만족을 선사한다.
위의 여섯 가지 요소가 달 모 씨나 <아크>가 대박친 이유라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니 이건 분명 <로열 페이트> 비평글인데 아크 감상문이 되고 있어?!
……그럼 본격적으로 유성 작가의 신작, <로열 페이트>에 대해 주절거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말투에 기분 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쓰다보니 저렇게 되버렸네요(…). 음, 글이 제법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열 페이트>는 분명 재밌는 글이다. 아무렴, 누가 쓴 소설인데 재미없겠는가. 근데 문제는, 그 [누가] 쓴 글이기 때문에 이 정도밖에 재미없으면 안되는 거다.
소설을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딱 하나. ‘아크의 장점은 조금만, 단점은 왕창‘ 이었다. 말 그대로, 아크의 나쁜점은 잔뜩 들어가 있고, 좋은 점은 조금만 있다. 즉, 퇴보退步한 것이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한 번 파해쳐 보자!
1.전작 <아크>와의 유사성
<로열 페이트>에 대해 주절거리는데 있어 이 점을 빼먹을 수가 없다. 많은 작가들이 전작의 향수를 이어-는 좋게 말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전작 배끼기-신작을 낸다. 우리의 유성 작가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 우려먹지는 않았다.
분명 아크와의 유사성이 보이기는 한다.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뛰어드는 주인공이라던가, 단순히 캐릭터 능력치가 아닌 컨트롤의 개발을 통해 레벨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던가, 거대 길드와의 갈등, 사악한 주인공, NPC 아부 및 등쳐먹기, 그 외 조연 등등 아크와 비슷한 점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건 전작 우려먹기, 라기 보다는 유성이라는 작가가 게임 소설을 쓰는데 있어 보여주는 <특성>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로열 페이트> 소개글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전작 우려먹기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적어도 이 점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나름대로 아크와 다른 점이 많다. 스토리 진행이라던가, 주인공 성격도 꽤나 바뀌었고, 게임 설정 자체도 나름 신선하다(이건 추후에 자세히 연급).
결론은 합격점! 이라는 거다.
2.설명의 난무. 묻혀버린 새로운 설정
<로열 페이트>의 가장 큰 단점이다.
위에서 말했 듯이, 로열 페이트는 분명 작가가 나름 신선한 설정을 추가한다. 근데 안타깝게도 기억이 안 난다. 딱히 장점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바로 설명의 난무이다.
미 모 작가의 귀 모 소설 비평글에서도 언급했는데, 설명이 난무한다. 다만 귀 모 소설과는 달리, 쓸데없는 설명은 아니다. 게임 설정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아무리 필요한 설명이라도 과했다.
<아크>의 단점을 왕창 이어 받았다는 말 역시 이 부분에서 나왔다.
아크를 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이 작가는 수치 관련 설명을 좋아한다. 무슨 밤이 되서 20%가 올랐느니 무슨 스킬이 있어서 공격력이 5% 늘었느니 뭐 몸을 비틀어서 데미지가 30% 줄었느니 뭘 껴거지고 상태 이상에 50% 저항한다느니…….
아크에서는 그리 부각되지 않은 단점이다. 오히려 디테일한 설정이라는 점에서 장점이라고 할 만 했다. 하지만 <로열 페이트>에서는 다르다.
설명이 너무너무 많다. 미치도록 많다. 짜증나도록 많다.
단순히 수치 설명 뿐만이 아니다. 게임 설정 관련 설명도 무진장 많다. 뻥을 약간 보태자면, 1권의 절반이 설명이 아닌가 할 정도다. 읽다보면 문단이 길어지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대충대충 넘기게 된다. 아니, 독자들이 지루한 게임 설정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하는건가, 유성 작가는??
디테일한 게임 설정 좋다. 나름대로 독창적인 설정을 추가하는 것도 좋다. 근데 설정을 본문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지 못했다. 소설 중간중간에 설정집을 억지로 우겨넣은 느낌이다. 설상가상 박진감 넘처야 하는 전투씬 중간중간에도 ‘데미지가 어떻게 적용됬으며 왜 주인공이 자기보다 렙 높은 몬스터를 때려잡을 수 있으며 무슨 스킬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떠한 게임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지‘ 계속 나온다. 줄줄이 나온다. 미쳐버릴 노릇이다.
글 자체가 망가져 버렸다. 그나마 2권 들어서는 조금 개선되지만, 단지 그 뿐이다. 설명의 난무로 가독성 자체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게다가 이러한 단점에 의해 작가의 독창적인 설정이 빛이 바래버렸다. 독창적인 설정이고 나발이고, 독자들이 설명에 질려 버려서 대충대충 넘기는데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당장 필자만 해도 2권까지 다 읽은 지금, 무슨 새로운 설정이 가미됬는지 기억도 안 난다.
3.갈수록 몰개성, 이건 뭐 답이 없다
<아크> 초반부를 보면 캐릭터들 나름 개성이 있다. 물론 ‘사람‘ 이라는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냥 연극판(?) 위에서 움직이는 인형이라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놈이 이놈이고 저놈이 저놈인지 정도는 구분이 된다. 적어도 ‘이 인물은 이러한 설정입니다‘ 라는 것 정도는 어필한다.
근데 <로열 페이트>는??
그런거 없다. 당장 주인공만 해도 몰개성의 극치이다. 그나마 아크는 주인공의 비련한(?) 설정을 통해 인간적인 부분을 어필하고, 그 외 조연들 역시 특성이 뚜렷했다. 근데 로열 페이트는 개성 면에서 그야말로 망했다. 악역은 전형적인 개찌질이 무뇌아에,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조연들 역시 몰개성하기 그지없다. 아니 주인공한테 개성이 안 느껴지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함??
특히 NPC의 몰개성화는 아크보다 훨씬 더 두드러진다. 아크나 로열 페이트나 작중에서 NPC가 사람이랑 비슷하다는 설명이 굉장히 자주 나오는데, 필자가 볼 땐 그런거 없다. 유성 작가가 줄기차게 설명하는 인간적인 NPC,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일반 RPG 게임의 NPC보다 약간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훨씬 더 찌질하다는 점 외에는 뭐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겠다. 그나마 아크에서는 이사벨이나 수인족 조연들 나름대로 잘 살렸는데 로열 페이트는 망했다. 아크의 단점을 플라스 알파로 증폭, 그대로 내려받은 것이다.
4.너무나도 짜증나는 1권, 그 자체
<로열 페이트> 1권은 망했다. 뭔가 반론할 여지가 없다. 망했다.
주인공 나름 성장한다. 어찌어찌 스토리 진행된다. 근데 얄팍한 재미를 줄 지언정 긴장감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주인공의 행보는 거침이 없고 주변에는 무뇌아들만이 가득할 뿐이다. 주인공 나름 고생한다고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작가가 1권을 스토리의 도입부 및 설정을 독자들에게 어필해야겠다, 라는 느낌으로 쓴 것 같은데, 전자는 그럭저럭 성공했을지 몰라도 후자는-위에서 설명했듯이-망했다. 심지어 재미도 별로였다. 아크랑 비스무리한 개그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도 딱히…….
[긴장감의 부재]는 비단 로열 페이트 1권 뿐만 아니라 아크 대부분의 에피소드, 그리고 로열 페이트 다음권도 쭉~ 계속 되리라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뇌아인 적들, ‘혹시 이 방법이면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한 방으로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위기 상황, 실로 놀라운 운빨 등등이 있다.
5.현찰과 골드의 야릇미묘한 관계
작가의 금전 감각. 도대체 뭥미?
이건 뭐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1골드=1만원.
현실의 모습은 지금과 하등 다를 바 없음.
유저들이 감옥에서 빨리 나오기 위해 주인공에게 바치는 돈 50골드.
상인들이 주인공에게 먹이는 입막음 뇌물 60골드.
주인공이 상사한테 먹이는 뇌물 200골드.
장비 수리하는데 드는 비용 10골드.
고레벨 카오틱 유저들이 끼고 있던 장비들 300골드.
옙. 이 게임 유저들은 다 초갑부인 모양이다. 아주 그냥 수십 수백 만원이 슝슝 날아다닌다. 골드 값이 지금 설정의 1/10 이었으면 딱 적당했을 듯. 돈 벌기가 저렇게 쉽다니, 이건 뭐, 1권에서 주인공이 말한 것처럼 개나소나 다 게임해서 떼돈 벌겠다.
이와 연관되는 점으로, 주인공이 만든 비밀 장부가 무려 5000만원에 팔린다. 5000만원!!!! 필자의 기억으로 구매자들에게 주어진 정보는 단지 <00씨의 비리가 담긴 비밀 장부>라는 것 뿐이었는데 무려 5000만원!! 으어어!!! 5000만원!!!
물론 게임이 엄청난 부가 가치가 있다는건 알겠는데, 독자들에게 전혀 어필이 되지 않았다. 아니, 작가가 어필한답시고 한 저 무지막지한 골드값은 그냥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6.주인공의 악역화
이건 아직까지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슬슬 기미가 보인다. 일단 초반 설정부터가 아크보다 훨씬 더 나쁜놈이기도 하거니와, 작중에서의 묘사를 보면 이건 뭐 천하의 x놈이 따로없다. 여기서 조금만 더 진행되면 이건 <매력적인 악역>이 아닌 <짜증나고 찌질한 악역>이 될 수 있겠다.
몇 개 더 있을거 같기는 한데, 대충 여기서 끝내렵니다. 어휴 무슨 놈의 비평글을 6000자 가까이 썻어…….
신랄하게 까긴 했지만, 로열 페이트는 분명 재밌는 소설입니다. 위에서 말한 주인공의 성장 역시 착실하고, 대리 만족 역시 뛰어나니까요. 또 유성 작가 특유의 떡밥을 잔뜩 깔아놓긴 했는데, 위에서 말한 설명의 난무 때문에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휘끼휘끼 하고 대충 넘겨버린지라.
또 개인적인 의견인데, 이것 또 한 20권은 족히 나올 듯.
말투에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__). 쓰다보니까 막 감정이 격해져서 저렇게 됬네요. 킁.
끝으로, 유성 작가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閻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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