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려는 얘기는 비평 자체에 관한 이야기인데, 대부분 작품에 대한 비평을 하고 계셔서 이걸 여기다 써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그렇지만 여기서 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보통 비평글을 읽다보면 '그래서 님 취향 아니다 그게 요지입니까?' 란 식의 댓글이 꽤 있고, 또 보통 취향을 근거로 삼는다고 생각되는 비평들은 비난을 받게 되더군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비평에 담긴 '취향' 의 문제는 그렇게 쓴소리 들을만한 일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취향은 주관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소설을 비롯한 모든 예술을 감상할 때 주관적인 부분을 배제하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요?
제가 옛날에 저희 어머니하고 어떤 영화를 보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이 평을 굉장히 좋게 써놨길래, 어머니께서 다른 영화를 보자고 하셨는데도 제가 고집을 부려서 본 영화였죠. 그리고 영화가 끝나갈 무렵....저는 어머니의 눈치를 계속 살피고 있었습니다. 뭐 이딴 영화를 보자고 하냐고 제게 화내실까봐서요^^;; 다행히 어머니께서 화내진 않으셨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그런 영화를 칭찬해 내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그 사람에게 화가 났더랬죠.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을 만나 멱살을 잡는다면 할 수 있는 말은 과연 뭐가 있을까요....
"야 이딴 영화가 뭐가 재밌어!..."
물론 저는 그 영화가 재미없는 그럴듯한 이유를 댈 수 있습니다. 인물의 성격에 개성도 없고, 인물의 행동엔 개연성이 없었으며, 줄거리 전개는 터무니없이 유치하고, 중간중간 개그라고 집어넣은 것은 무슨 칠 팔십년대에나 먹혔을 법한 짓거리라구요.
하지만 그 영화가 그리도 재밌었다던 그 사람은 오히려 색다른 설정의 캐릭터에다, 인물의 행동엔 따지고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내용 전개는 동서양의 퓨전이 신선했으며, 개그도 자기는 재밌었다고 말 할 수 있는거죠.
이렇게 판이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아마 둘다 주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아무리 그럴싸하게 말해도, 따지고 들어가보면 난 재미없었어, 난 재밌던데, 이게 근본인 것 같습니다. 취향차란 말이지요. 비평란에서 종종 발견하는 '전 전혀 안그렇던데요? 그냥 님 취향 아니라서 이러는 거 아닙니까?' 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해당 작품이 자신의 취향에는 맞기 때문에' 옹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렇게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 글이 대작인지 졸작인지는 글 그 자체로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냥 글은 그대로이죠. 다른 건 각자의 관점 뿐이구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비평을 쓰는 자와 비평을 읽는 자 모두의 주관을 배제하기 위해, 극도로 객관적이며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만을 비판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소설에서 사실로서 문제될 수 있는 점은 후반부에서 앞의 줄거리를 뒤엎어 버린다던가 논리적 모순이 있다던가등등 뭐 그런한 것들이 있을텐데, 그런 점만 지적해야 한다면 얼마나 비평할 작품도 적고 비평할 꺼리도 적습니까. 또한 남들도 다 보면서 느낀 문제에 대한 재확인만 될 테니 비평으로써의 가치도 낮아지겠죠.
비평을 하는 행위는 작품의 좋고 나쁨을 사실로써 확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각자의 비판적 감상을 표현할 뿐이죠. 그리고 그 표현하는데는 어떠한 자격도 권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민주사회에서 발언권이야 누구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물론 문피아는 너무 논리적인 성향이 강해서 왠만한 근거가지곤 비판도 못할 수준이긴 하지만....그래서 더욱이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드네요. 제가 너무 반론하시는 분들에 대해서만 얘기를 했는데, 비평을 하시는 분들중에 이 작품은 확실히 안좋다, 라고 너무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그런 식의 비평이 달려 있으면 독자로썬 당연히 공격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겠죠(하지만 그래서 더욱이 주관적 평가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제가 보기엔 이런 점이 별로더군요' 라고 하면 취향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달리고는 하니까요). 그러니까 비평하시는 분들도 댓글다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로 비평이 진행되면 어떨까요.......말마따나 틀린 것은 없고 다른 것만 있을 뿐이니까요.
이상입니다. 으음 좀 횡설수설한 느낌인데....제가 하려는 말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여튼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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