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신 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작가.
고룡님이 친구에게 보여준 글이랍니다.
읽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무협갤러리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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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은 옛날의 이야기를 쓴 것이지만 결국은 작가 자신의 새로운 관념이 포함되어 있다. 소설은 원래 허구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는 것은 역사를 쓰는 것이 아니다. 소설을 쓰는 가장 큰 목적은 독자를 끌어들이고 감동시키기 위해서이다.
무협소설의 내용이 바뀔 수밖에 없다면 어째서 변화하지 못하겠는가? 인류의 감정과 인격의 대립, 감정에 의한 대립을 써내고 그 속에서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는 것이다.
무협소설속에서 동작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동작을 표현하는 방식은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도인이 검을 뽑자, 검광이 번뜩이며 허공에 꽃을 그렸다. 눈깜짝할 사이에 7초를 펼쳐냈는데, 바로 무당 '양의검법(兩儀劍法)'의 정수였다. 그 신비하고 환상적인 변화는 말로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대한은 노해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성큼 발을 내딛었다. 그의 출수는 번개같이 빨라 어느새 상대의 뺏아들었다. 가볍게 장검을 구부리자 백련정강으로 만들어진 장검은 쉽게 두 동강 나고 말았다.]
[소녀의 검은 가볍고 영민했다. 그녀의 몸은 검을 따라가고, 검은 몸을 따라 움직였다. 상대방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온통 그녀의 검 그림자에 뒤덮이고 말았다. 어느 쪽이 진짜이고 어느 쪽이 가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서생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대여, 한잔 더 받으시오. 서쪽 양관으로 나가면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오."
손안의 검이 낭랑한 소리를 내며 뽑혔다. 시 구절에나 보이는 멀고 고아함, 처량하고 쓸쓸한 기운이 사람과 검에 진득하게 묻어났다.]
정증인 파의 통상적인 싸움 묘사 '평사낙안(平沙落雁)', '현조화사(玄鳥 沙)', '흑호유심(黑虎偸心)', '발초심사(拔草尋蛇)등과 환주루주 파의 기이하고 신비한 마력, 마녀들...
이것들은 이미 낙오되었다. 그렇지만 위에 쓴 그 "동작"들은 독자들은 몇번이나 보았는가? 어떻게 동작을 묘사해야 좋을까 하는 것은 분명 무협소설의 큰 난제중 하나다. 나는 그 '동작'이라는 게 결코 '때리는 것'밖에 없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소설 속의 동작과 영화 속의 동작은 다르다. 영화 속의 동작은 사람들에게 선명하고도 강렬한 느낌을 주지만 소설 속에서 그리는 동작은 이런 능력이 없다. 소설 속에서 동작을 묘사하려면 먼저 충돌을 만들어야 한다. 감정이 충돌, 사건의 충돌, 각종 충돌이 쌓여서 고조를 이룬 후, 그 다음 다시 살인을 해야만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협소설은 무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어떻게 사람을 때리고 어떻게 죽이는 것이냐를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피와 폭력이라는 것은 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많은 피와 폭력을 도리어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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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긴 글이지만, 끝에 두개의 문단에서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저도 초식의 묘사, 인물간의 대치상태에 관해 고민이 너무 많습니다. 필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죠.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작가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퍼왔습니다. (__)
(전투씬은 어렵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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