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라틴어 '파니스Panis'에서 근원한 말로 포르투칼어 '팡Pao'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면서 빵이라는 발음이 되었다고 합니다.(그러나 포르투칼>>한국 직통 전래도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멜보다 빠르게... 임진왜란 전 제주도에 포르투칼인 '마리'가 표착한 적이 있거든요.)
아무튼 이 빵은 기원전 4000년 전부터 만들어먹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반죽해서 돌 위에 구운 것 부터 시작했습니다. 숙성을 하지 않았죠. 그래서 둥글고 납작했습니다.
이런 식의 빵은 아직도 인도나 중동에서 먹고 있는데 니맛도 내맛도 없는데다가 딱딱해서 카레나 스프에 적셔서 먹곤 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빵반죽을 하루 넘게 내버려 둔 일이 발생했고, 이것을 뒤늦게 구워보니 빵이 부풀려지더라...는 상황을 보게 됩니다. 자연효모에 의해 숙성되면서 일어난 사례였죠.
그러나 사람들은 오랫동안 효모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17세기 들어서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었고, 인공적인 효모인 '이스트'를 개발한 것은 19세기 들어서입니다.
빵과 비슷한 우리나라 술떡에는 발효를 위해 막걸리를 썼습니다. 물론, 찌는 과정에서 알콜이 날아가서 술떡을 먹는다 해도 취하진 않지요.
일본 강점기때 사할린으로 끌려간 동포들은 막걸리를 구하지 못해 현지에서 이스트를 구해서 술떡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제목이 왜 '내 친구가 군대가서 빵에 맞아 죽었어요'이냐는 건데...
그렇게 된 것은 빵의 딱딱함이 원인이 된 것이었습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트로이 전쟁' 막판에 아이네이아스라는 영웅이 남은 트로이 일족을 이끌고 신천지를 향해 떠나갑니다. 그는 어느 섬에서 저주와 같은 말을 들었는데 내용은 이런 것이었죠.
'니덜이 정착할 신천지에 도착하면 니덜은 하도 배가 고파서 테이블까지 뜯어먹게 될거야!'
이탈리아에 상륙하여 현재의 로마 인근을 헤메던 아이네이아스와 트로이 일족은 밥때가 되자 아주 딱딱한 빵을 구워서 받침대로 쓰고, 그 위에 채집한 과일과 먹을 것들을 두고 먹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이 딱딱한 빵까지 모두 먹어버렸는데, 이를 본 아이네이아스의 아들이 말하죠. '아빠, 우리 테이블까지 몽땅 먹어버렸어.'
생각보다 빵은 쉽게 굳어버리는 식품입니다.
아 내버려 둬도 괜찮은 걸 보셨다구요? 그거야 현대의 제과점에선 버터와 우유, 설탕으로 '떡을 치기' 때문입니다.(쇼트닝 추가...-_-)
옛날엔 기껏해야 소금에 이스트가 고작이라서 빵을 먹지 않고 내버려 두면 굳어버리곤 합니다. 네... 바게뜨처럼 말이죠.
그래서 괜히 옛날 소설에 빵에 버터발라 먹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닙니다. 딱딱한 빵에 버터라도 바르지 않으면 못먹을 정도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진짜 차돌같이 딱딱해지는 빵이 있습니다.
아이네이아스네 일당이 테이블로 썼던 그런 빵인데 이것은 대체로 질이 낮은 밀가루와 잡곡(보리, 조, 귀리, 수수 등등)을 써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땍갈도 이쁘지않아서 '검은빵'이라 불렸죠.
이놈의 빵이 어찌나 더럽게 딱딱했는지, 중세때 귀족들은 고기 먹을때 접시대용으로 사용했고, 이 '고깃국물 머금은 접시'를 농노들이 감사히 받아먹었습니다.
더구나 빵을 맨손으로 쪼개야 어른대접해줬을 정도였다고 하니... 가히 상상할 만한 일이죠.(제과점 빵 자르는 칼이 괜히 톱날로 된게 아니었던 겁니다...-_-;;;)
그런데 이렇게 딱딱한 빵을 그야 말로 '강철의 빵'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바로 군대에 보급되는 건빵이나 비스켓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건빵은 보관을 위해 두번 구웠고, 비스켓도 그 뜻이 '두번 구운'이란 뜻입니다.
두번 구운 양반김은 참으로 맛있지만, 두번 구운 건빵이나 비스켓은 어떠냐구요?
요새 건빵이나 비스켓은 옛날에는 귀족들이나 먹을만한 '고급식품'입니다. 그러니까 옛날에 군인들이 먹던 건빵은 지금보다 크기도 큰데다가 니맛도 내맛도 없고, 별사탕마저 없었습니다.
맛 없는 것도 서러운데, 두번 굽다 보니 더럽게 딱딱해져서 이빨이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였다 합니다. 남북전쟁때 어느 병사는 이런 증언을 하기도 했답니다.
'빵을 벽돌 모서리에 대고 부수려고 했는데, 벽돌만 깨지고 손만 아팠어요.'
....................
그래서 오랫동안 병사들은 건빵을 더러 '이빨 분쇄기'라 불렀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빵에 바구미 유충들이 득실거려서 '벌레의 성'이라 칭송했습니다.
그래서 먹을 땐 물에 적셔서 벌레가 빠져나오길 기다리거나, 그냥 컴컴한데서 갉아먹었다는데...
죽어도 못 먹겠다는 양반들은 속을 파내서 담배갑으로 쓰거나 조각을 해서 장식물로 만들기도 했답니다.(화가들은 지우개로 사용했죠. 고무지우개 나오기 전엔 마른빵을 지우개 대용으로 썼고, 지금도 그러는 사람들 있습니다.)
자, 이만하면 얼마나 딱딱했는지 아시겠죠?
제목으로 쓴 문구는 실제 당시에 군가의 한 귀절이었고, 실제로 영국군교범에는 '식당에서 상대방에게 빵을 던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 삼가하라'...고 명시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
아무튼 이런 비극은 19세기때 효모가 대량생산되고, 쇼트닝이 나오면서 막을내리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농간을 부리는 경우가 꽤나 있었다고 합니다.
2차대전 때 독일군은 밀이나 보리가 부족하자, 보급되는 빵을 감자분말이나 귀리를 이용해서 구웠고, 심지어는 석회가루를 섞기도 했습니다.(적진의 미군들은 뱅기로 공수해오는 케이크로 잔치를 벌렸습니다.)
열악하기는 러시아군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로스깨 놈들은 지급받은 빵이 어찌나 단단한지 평소에는 베개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하는군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먹는 나라가 전쟁에 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르헨티나군이 냇물을 퍼마시며 굳은 빵을 씹고 있을때, 영국군은 본토에서 보급받은 스테이크와 아이스크림으로 잔치를 벌이고 있었죠.(이리 먹고도 전쟁 후에는 '짠밥이 엿같았어!'...라며 항의했답니다.)
요즘이야 비만에 안좋으니, 건강에 헤로우니 해서 설탕이나 버터, 쇼트닝을 지양한 빵들을 웰빙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웰빙도 한두번이지... 일년 365일 먹으라면 좀 끔찍하게 느껴지겠지요.
결론은 현대 우리는 참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400원짜리 싸구려 보리 건빵도 옛날엔 귀족들이 먹는 귀한 과자였고 말입니다.
ps. 그런 이유로 갑자기 현대인이 중세배경의 판타지세계로 가면 음식이 '너무나 맛이 없어서' 적응하기 힘들 겁니다.(빵은 저 모양이지... 고기에는 후추도 많이 못 뿌리지... 향료나 소금은 비싸지...)
특히나 엄청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이 당분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단맛이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준다던가요? 군대가면 처다도 안 봤다는 초코파이가 먹고 싶은 이유가 다 그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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