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다가 갑자기 우울모드(?)에 빠져들어 끄적여 봅니다.
사실 글밥을 먹고 살았습니다. 적게는 하루 수백자에서 많게는 만자까지 매일 매일 글을 쓰는 일을 꽤 오랫동안 했죠. 그만둔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서 처음에 문피아에 와서 제 글을 쓸때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과거에 소설을 썼던 건 아니고, 또 타고난 재능이 있어 글밥을 먹게 된 건 아니지만, 뭐 꽤 오랫동안 글 쓰기에 체계적인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뭐 평균 이상은 쓰겠지 싶어서요(건방지게 아무렴 아마추어만 못할까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왠지 요즘은 그게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한번 건방지게 우스개 소리로 표현하자면 저 잘난줄만 알고 있던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의 베네수엘라 야구 대표팀이 그네들 입장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한국 대표팀에 콜드게임으로 깨지고 정신 못차리는. 딱 그 심정입니다)
문피아에 숨어있는 고수들이 너무 많더군요. 작연란의 정규작가분들이나 골베에 오른 분들 중 필력있다고 소문난 분들을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자연란이든 정연란이든 그냥 오다가다 보는 많은 글 들 속에서 그런 고수들의 자취를 발견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인기가 있냐 아니냐를 떠나서요. (물론 이른바 문피아에서 인기 있는 글중에 실망한 글도 많이 있습니다. 뭐라고 꼭 집어서 말씀은 안드리겠습니다만. 이른바 기본이 없는 그런 글들. )
그러다보니 갑자기 지나온 내 인생에 회의가^.^. 이거 이대로 글을 써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존경합니다. 숨어 있는 고수님들(나중에 제가 생각하는 그런 분들을 추천 글로 한번 소개하겠습니다만. 지금은 익명으로). 제가 그래도 글밥을 꽤 오랫동안 먹었던 사람이니, 제 칭찬은 그대로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설혹 지금 반응은 미약하더라도 힘내시고 쓰세요.언제인가 빛을 볼 거라고 장담합니다.
뭐, 그래도 계속 써나가야겠죠. 억지로라도 나를 추스려, 힘을 내서. 솔직히 과거 먹고살기 위해 썼던때보다 지금 글을 쓰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정형화된 글에서 벗어나 내가 상상한 것들을 자유롭게 옮긴다는 데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 통신시절에 느꼈던 그 기쁨을 아주 오래간만에 다시 접할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지금은 마감시간안에 글 넘긴다. 이렇게 생각하며 쓰고 있습니다. 그건 자신있으니까요^.^(사실 소설을 이렇게 쓰면 안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제가 여기에 지금 쓰고 있는 글을 본다면 과거 제 선배,동기,후배들은 그러겠죠. 아무 의미없이 재미만 추구하는 그런 글을 왜 쓰냐고. 하지만 그네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뭐, 여기서도 간혹 논쟁거리에 오르기는 하지만 의미를 추구하는 글, 재미를 추구하는 글의 차이는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의미있는 글도 결국은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법이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글에도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존재할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의미가 담기는 법이니까요. 그게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울모드에서 벗어나 보기 위해 한번 끄적여 봤습니다.
덧붙임: 혹시라도 제 글 보시는 분들 오탈자가 많니, 글밥 먹었다더니 어휘선택이나 글 수준이 왜 그러느냐니 너무 심하게 욕하지는 말아주세요^.^. 원래 재능없이 그것과는 전혀 다른 기준에서 뽑혀 글밥을 먹게 됐고, 제가 있던 바닥은 오탈자나 문맥의 이상함 이런건 몇단계에 걸쳐 점검해서 고쳐주는 시스템이 있는 곳이라 탈고를 제대로 안하는 버릇이 굳혀져서 그렇답니다. 건조하면서 담백하며, 그리고 가능한 빠르게 쓰는 글이 제가 지금껏 써왔던 글들입니다. 지금 연재하고 있는 글도 지금까지 탈고는 안했습니다^.^. 몰아서 할 계획이라서요. 버릇이란게 무섭더군요. 빨리 고쳐야 하는데 말이죠. 이 점 제 글 독자분들에게는 늘상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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