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6 새록샐죽
작성
10.08.02 02:58
조회
900

귀신에 시달리며 천천히 미쳐가는 주인공을 쓰고 있습니다. 취향이신 분은 어서 달려오세요~ 본문에서 발췌한 몇줄을 펼쳐놓고 많은 분이 흥미를 느끼시길 바래봅니다.

그냥 손을 거둬들이고 정신없이 뒷 걸음질 쳤다. 옷장에 등을 쿵 부딪히고 또 발작을 일으킬 듯이 놀랐다.

그리고 그대로 주르르 주저앉아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쭈그려 앉았다.

정신을 차릴 수 가 없다.....도움을 청해야하나........? 하지만 누구에게?

손에서 깜빡꺼리는 폰을 들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연락할 곳이 없다.

부모님과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된지 오래고 형제는 자기 일만으로도 벅차게 살아가고 있다.

직장생활 4년차에 그나마 있던 친구들은 연락이 서서히 다 끊겼다.

......회사는 가야하는데....그냥 가지말까? 아니 그보다 그 어제 일이 꿈이 아니었단 말인가?

어제 일을 떠올리다가 문득 핸드폰이 덜덜 떨리는 것을 발견한다.

내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맙소사,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나름 담대하고 귀신 같은건 없다고 큰소리도 땅땅 쳐왔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어제 같은 일이 한번이라도 더 있다면 정말로 미쳐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입술을 깨물었다.

...

....

.......그래, 난 단지 싸움을 하고 있는거야. 두렵지 않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하지만 인디언의 속담에 용기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운 것을 마주보고 극복하는 것이라고 하지.

용기를 내자구! 이진한씨!

괜히 망설이는 것에서 공포가 오는 것 같아서 일부러 망설임 없는 태도로 성큼 성큼 걸어가 잠이 들려고 누웠다.

........

.......

벌떡 일어나서 주먹을 휘둘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있었다. 미친것처럼 씩씩거리며 뛰어가 부엌칼을 꺼내들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그어댔다.

"씨발년!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꺼야! 어디서! 감히! 죽여버릴거야!!!!!!!!!"

공포와 분노가 한데 뒤섞여서 발작하듯이 지랄을 해댄 나는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이나 던져대면서 비명을 질렀다. 머리가 띵해져올 만큼 혈압이 오르는 데 반해서 안도와 공포가 아직도 눈에서 눈물로 맺혀서 주륵 주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좀 꺼지라고!!!!!!!!!"

맥이 풀린 손아귀에서 칼을 떨어뜨리고 침대에 걸터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웅얼거렸다.

"어떻게해야 꺼져줄건데........어떡해야 나한테서 꺼져줄거냐고.........왜 하필 나야? 그때 니 주변에서 불쌍하다 지껄였던 인간이 한 둘인줄 알아? 왜 하필 나냐고...."

소리없이 어깨가 들썩이고 무릎이 흥건하게 젖어간다. 눈물이 흔해졌다.

.....

......

그래도 언젠간 끝나겠지..아마 이번 주말이 지나면 이번에야말로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을거야..그렇겠지.......

...

......

뻥 뚫린 구멍에 내 눈이 떨어지질 않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대로 미쳐버리는 걸까? 문득 가슴 속에서 출렁이는 공포 속에서 송곳처럼 날카롭고 억세풀처럼 질긴 오기가 불쑥 솟았다.

오기가 솟은 구멍을 타고 부글거리는 분노도 함께 끌어올랐다.

기절할 것 같은 정신을 가누어 귀신의 눈을 노려보았다.

몸은 여전히 공포에 질려 뻣뻣했지만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살기와 닮은 광폭한 분노였다.

얼마나 시간이 시났는지 나타났을 때 처럼 귀신은 돌연 사라졌다. 나는 굳어버린 몸을 빠르게 이끌고 화장실을 벗어났다. 공포는 목숨을 내놓고 덤벼들 때보다는 등을 돌리고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도망칠 때 더 절실하고 두렵다.

.........

........

싸울 수 있다. 나는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냥감이 아니고 반항 할 수도 맞써 싸울 수도 있다.

나는 그 날 꿈도 없이 푹 잤다.

다음날 아침 개운한 마음으로 일어나서 이불을 들추었을 때 멍든 발목을 발견하고 나는 소름이 끼치기보단 미친듯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큭.크큭.......하하하하! 아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신경이 예민해진 것일까? 정신과를 가볼까, 라고 생각하다가 관뒀다. 직장에까지 이야기가 들어가면 무척 곤란해진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정신과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재수없으면 어찌어찌 이야기가 흘러들어갈지 어떨지 알게 뭔가, 그렇게 됬다간 승진은 끝난거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고 세수를 한 뒤 야근을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여벌 옷을 찾아 갈아입고 커피가 묻은 옷을 공용 사물함에 내팽겨 쳤다. 다시 보아도 커피향이 진하게 나는 갈색 물일 뿐인데 왜 그토록 선명하게 냄새마저 느껴졌는지 의아하다.

옷을 갈아입고 자료를 얻어 복도를 가로질러 오는데 뒤에서 깔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뒤를 휙 돌아보았다. 혹시 내 얘기를 하고 있는걸까?

........자기네들끼리 커피 자판기 앞에서 짓고 까부는 꼴을 보아 단지 자기네들끼리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아, 신경이 피아노 줄 처럼 팽팽하게 당겨져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커피가 그렇게 선명하게 피비린내를 동반한 시뻘겋다 못다 까맣기까지 한 핏자국으로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 평범한 손을 내 목을 조르려는 손으로 보았는지 의아하다.

분명 마음이 절박해서 그런거다. 힘들다고 그대로 집에서 쉬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

..........

쯔억, 쩍......쯔억, 쯔억, 쩍......쯔어억.

조용히 걸으려고 애를 써도 소용이 없어서 신경은 하늘을 향해 곤두서갔다. 반드시 죽이겠다고 이를 갈면서 식탁과 냉장고를 노려보았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죽일 수 있는 존재고 아니고는 상관없다. 반드시 죽인다.

냉장고와 식탁을 조용히 노려보면서 개수대에서 식칼을 집어들었다. 배트를 천천히 내려놓고 식칼을 잡자 배짱이 생겼다. 이래죽어도 저래죽어도 마찬가지라면 교훈을 주어야되지 않겠나, 잊지 못할 교훈을.......

차라리 무표정해진 얼굴로 천천히 식칼을 겨누고 냉장고 앞에 섰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할 것도 없이 그대로 휙 돌아갔다. 흰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죽이자.

그리고 그대로 내리꽃기 위해 칼을 쳐들었다!

......

.....

내가 한 적이 없는 행동의 흔적이 집 안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찢어진 노트와 그릇과 텅빈채로 흩어진 반찬들, 비어있는 밥통, 거북하게 들어찬 배.......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리고 피곤한 몸까지...........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두려움이 밀려왔다. 정말 미친 것일까? 한계를 넘어버린 것인가?

미친다는 것이 원래 이처럼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미친 짓을 한다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것처럼 빙의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느 쪽이든 결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절망스럽다.

손이 떨려온다. 아니, 온 몸이 떨려온다. 저....정신과? 아니면 무당? 절? 어디를 찾아가야.........?

피가 수채구멍으로 빠지는 물처럼 그대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났다. 현기증과 함께 눈물이 난다.

힘 없이 쭈구리고 앉아서 흐느꼈다. 이건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다. 아니 이미 미쳤다. 웃으면서 키득거리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내가 정말 미친 것 같다. 아니 미쳤다.

뭔가 타는 냄새가 나서 가스렌지 위에 올려져있는 냄비를 열었다. 역한 종이 냄새가 확 풍겨왔다.

"흐흐, 허허허. 흐어허허"

그냥 웃었다. 종이로 만든 죽이 냄비에 눌러붙어 타있다. 흐흐흐, 미치지 않고서야............미치지 않고서야.........

빙의가 된 것일까? 아니면 미친 것일까? 아니면 둘 다인가.....절망스런 문답만이 미친 술래잡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 위를 맴돌았다.

이제 끝인가? 내가 진건가?

.......

.....

.....

......나른한 오후에 놀이터에서 유치원복을 입은 한 떼의 병아리들은 삐약거리며 뛰어놀고 있고 아줌마들은 정자에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수다를 떨고 있다. 밝고 환해 보이는 색감이다.

한 때 나도 저 광경에 아무생각 없이 평화롭게 산책하는 마을 주민1로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새 평화롭고 밝은 풍경 속에 잘못 끼어든 뭉크의 절규의 색채가 된 기분이다. 내 몸에 들러붙은 시커먼 것들을 태우려는 것처럼 햇빛 아래서 잠시 우두커니 서있다가 이윽고 결심했다.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몇개 캐치해봤습니다. 정확히 보고 싶으신 분은

자연의 루시드 드림을 찾아오세요^_^


Comment ' 10

  • 작성자
    취침
    작성일
    10.08.02 03:45
    No. 1

    하늘이 무너져도 회사는 가야함... 연차는 최소 일주일 전에 구두 허락 후에 인트라넷에 올려놔야 하고... 4년차면 연차가 16일이네여. 주인공 부럽... 회사 짤리는 것보다 미치는 게 더 낫겠져?
    연차계산도 올만에 하니까 헷갈리넴 -_-; 하루 8시간 근무해서 주5일이면 1년 째 되는 날 전에는 한달에 하루, 1년 이상이면 기본연차 15일에 근속년수 2년마다 15+1씩 추가되는 거 맞았남 ㅋ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08.02 04:15
    No. 2

    아나 취짐님 읽고나면 부럽다고 말 못함 읽어보셈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개발자L
    작성일
    10.08.02 07:53
    No. 3

    [포탈!]

    <a href=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gof&category=4011 target=_blank>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gof&category=4011</a>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별하나
    작성일
    10.08.02 09:07
    No. 4

    위장약은 필수!!!
    밤 12시부터 시작되는 정주행은 기본 상식!!! (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이디네
    작성일
    10.08.02 09:37
    No. 5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추강 + 1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滅魂
    작성일
    10.08.02 10:45
    No. 6

    이 미친 열대야 현상에 오밤중에 이 정도는 읽어줘야 잠이 옵니다. 이상하게 제 집은 낮에는 별로 안 더운데 밤 11시쯤 되면 미친듯 더워지더군요. 새록샐죽님 덕분에 그나마 살만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두억새
    작성일
    10.08.02 16:17
    No. 7

    본격 요리소설 종이죽레시피가 공개되어있으니 저레벨분들 담아가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s소설중독s
    작성일
    10.08.02 16:46
    No. 8

    으음 이거 결말이 주인공 미치고 끝날거같은!
    추강+2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북북북북북
    작성일
    10.08.02 23:45
    No. 9

    추강이애요, 누님!
    언제나 재밌게 읽고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늑돌파링이
    작성일
    10.08.03 11:55
    No. 10

    추강입니다
    방금보고 왔는데,,, 아주 몰아치는군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10247 추천 [추천] 꽃의 전설 +3 Lv.75 本來無一物 10.08.02 1,161 0
110246 요청 이소설 쓴 작가님에 근황을 알고싶습니다! +3 暗黑騎士 10.08.02 1,514 0
» 홍보 미쳐간다, 아니 이미 미친걸까? 살고 싶어! +10 Lv.16 새록샐죽 10.08.02 901 0
110244 한담 여러분은 문피아에서 뭐가 제일 무서운가요? +40 Lv.4 캐모마일 10.08.02 1,495 0
110243 요청 혹시 이 소설을 아시는분이 계십니까 +6 Lv.32 멀록 10.08.02 1,151 0
110242 추천 공대생을 기억하시나요? +20 Lv.13 뇌초 10.08.01 4,012 0
110241 홍보 숨을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그러지 못해.... +4 Lv.14 은빛광대 10.08.01 842 0
110240 홍보 신작 풍수지탄 연재합니다. +2 Lv.1 묵호(墨湖) 10.08.01 926 0
110239 한담 오오... 제게 이런 날이 올줄이야... +5 Lv.10 동넷사람 10.08.01 1,103 0
110238 추천 이 게임의 랭커들은 군대를 면제시켜 드립니다! +24 하앍골 10.08.01 2,739 0
110237 한담 선호작 정리를 하는 중에 +7 Lv.47 인생의보물 10.08.01 1,300 0
110236 요청 구미호에 관한 소설 혹시 없나요? +5 Lv.81 프리먼 10.08.01 1,084 0
110235 요청 완결작 추천요 +7 Lv.99 dn****** 10.08.01 1,539 0
110234 홍보 요즘은 능력자물이 대세죠? +14 Lv.1 북북북북북 10.08.01 2,172 0
110233 홍보 히어로즈 사가 +1 Lv.6 도제徒弟 10.08.01 831 0
110232 요청 스포츠(야구,축구)소설이나 사이트 추천해 주세요 +7 Lv.56 내일또 10.08.01 1,781 0
110231 요청 소설 추천 좀 해주세요~(선작공개) +3 Lv.1 에구어머니 10.08.01 953 0
110230 홍보 판타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격변과 광기의 대서사시 +1 Lv.7 최고사령관 10.08.01 875 0
110229 요청 소설 하나 찾습니다. +4 Lv.1 [탈퇴계정] 10.08.01 1,114 0
110228 요청 추천 좀 해주세요! (선작 공개요~) +6 Lv.28 elice 10.08.01 864 0
110227 추천 <추천>오채지님-혈기수라 +9 Lv.1 늘사랑 10.08.01 1,581 0
110226 요청 진짜 악당 나오는 소설 추천 +13 미소영웅 10.08.01 1,512 0
110225 한담 헤헤헤... 연참대전 살아남았네요. Lv.14 외돌이 10.08.01 720 0
110224 추천 닐보그님의 겨울전쟁 추천해봅니다. +2 Lv.7 별하나 10.08.01 1,805 0
110223 한담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Lv.1 차이티 10.08.01 674 0
110222 홍보 신개념 뱀파이어 소설. +4 Personacon 티그리드 10.08.01 1,174 0
110221 한담 -_).. 이거; 고치기라는 것이 말입니다? +12 Lv.13 레이언트 10.08.01 1,127 0
110220 요청 제목 찾아요~ +2 Lv.85 챠크라 10.08.01 473 0
110219 홍보 이번 전설은 과학! +2 Lv.3 라누르 10.08.01 1,245 0
110218 추천 근래에 찾아보기 힘든 수작! 추첩합니닷! +3 웃어요그대 10.08.01 3,229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