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61 탁주누룩
작성
11.02.22 21:46
조회
2,026

요즘 장르시장은 참 문제가 많습니다. 이미 장르시장의 뿌리인 인터넷 연재 사이트는 전멸수준이지요. 조아라에서 '장르문학 죽었다... 아니 안죽었다'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벤트를 하지만 BL, 양판소, 연예인팬픽 초중고딩용 저질 3종셋트에 점령당한 조아라가 할 소리는 아니지요. 이미 문피아를 제외하면 인터넷 연재 사이트들은 모두 망조가 들었습니다.

그럼 한 사이트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인 '베스트 연재작품들'을 봤을 때 문피아의 모든 베스트 연재물들은 개념있고 재미있나? 또 그런 것은 아니지요. 어디나 보편성의 논리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여기에 개인의 취향과 그동안 쌓은 내공수치가 더해진다면 볼 것은 더더욱 적어집니다. 아무래도 내공이 많으면 식상한 내용들이 많아지고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게 되지요.

그럼 적어도 이 정도는 되야 재미있다고 소개할 자격이 되는 기준이 무엇이냐. 이에 저는 '마교 낙양지부'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스승이 멋대로 정한 '우리 대에는 결판을 못내었으니 후대에 제자들을 싸움 붙여서 결판을 내자' 때문에 결투장소에 나온 주인공. 등 뒤에는 수하 두 명 깔고 품 안에 여자 한 명을 품고 나온 상대를 보고는 싸우게 되는데 그러다저러다 마교 낙양지부에 들어가게되서 활약을 하려는 것 같은 순간까지 연재가 되어있습니다.

다 읽고 보니 막상 내용 전개가 많이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스토리 전개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이 글을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제시한 것은 다른데에 있습니다.

바로 무공에 대한 해석과 고찰입니다. 판타지가 되었건 무협이 되었건 자신이 만드려는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자신이 납득이 가야 그걸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수학문제 뿐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신검합일을 위 소설에서는 '처음에 검을 쓸 때는 팔의 힘만을 이용해서 쓴다. 그러다 손목을 쓰고, 상반신을 이용하게 되고 하반신을 이용하게 되며 경지에 이르러서는 온 몸의 힘을 이용하여 검을 쓰게 되는데 이것이 신검합일이다'라는 식으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검의 위력이 다를수 밖에 없다는 거지요. 보통 다른 소설에서 '우와 검과 내가 하나다' '사람 몸은 사라지고 검만 보여! 짱 쎄다'로 끝나는 것과는 다른 점이지요.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며 그래서 파생되는 차이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것과는 질적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런 것을 대입해보면 '검명이란 무엇이가?'에서 그냥 깨달음을 얻었더니 검이 우는구나. 우왕 폼난다. 엇 고수구나. 하는 이벤트로 써먹기 일쑤인 검명을 '검이 파괴되지 않게 하면서 많은 양의 진기를 운영하면 과다한 진기 때문에 검이 진동을 하게 되고 이게 초진동나이프 같은 역할을 해서 절삭력이 올라가는게 아닐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운용하는 검식이라던지 방법이 있다고 해야할까... 아니 애초에 그건 사물 고유의 주파수 때문에 안되던가?' 이런 식의 탐구를 할 수 있어야한다는 거지요.

또 하나 대표적인 것이 싸울 때 초식명 외치는 것.

기의 운용이라는 것이 의념의 집중이기 때문에 명확한 이미지를 구현해내기 위해서 외치는 것이다~ 라는 씨알도 안 먹히는 논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것이 본디 힘 쓰는 것의 기본은 호흡입니다. 이건 격투기, 달리기, 웨이트 트레이닝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이치이지요. 한 호흡도 아까운 판에 '천지파황 금룡검법 제 일식 무적검~'이러고 있습니다. 쉐도우 트레이닝이나 상상훈련이 실제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정확히는 병행을 해야)효율이 좋다는데 그런 논리면 수련은 왜 하고 원숙한 경지에 이른 무인들은 왜 그러는지 모를 따름이지요. 그냥 속으로 외치면 될 것을...

거기다 무슨 대화는 또 그렇게 하는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드래곤볼처럼 파바박- 싸우는 판국에 대화와 기술명 외치기는 참 여유롭습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봐요.

하지만 '마교 낙양지부'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olle!

이것이 바로 최소한의 개념이자 글을 쓰는 자세인겁니다. 제가 그래서 신공절학이나 악마전기 같은 것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작가가 한 고민과 노력은 많건 적건 독자에게 전달이 되는 법이니까요(고렘님은 뭐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것 이외에도 많은 좋은 점이 있습니다. 마교 낙양지부를 아직 보지 않았다거나 쉽게 손이 안가서 선작목록 한 구석에 썩히고 있다면 지금 바로 주저 없이 보십시오. 이것이 바로최소한의 기준을 지닌 재미난 소설입니다!

p.s 드래곤포비아나 Spectator도 추천을 해보려고 했지만 한 쪽은 너무 유명하고 다른 한쪽은 극렬하게 취향 타는 소설(...) 어쩐지 너무 정상적인데다가 주인공이 힐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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