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선천적인 능력만으로도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보다도 월등한 전투능력을 가진 소녀였습니다. 누구도 눈치채지는 못했지만요.
하지만 그런 과도한 능력을 타고난 부작용인 것인지, 그 소녀는 강렬한 살육충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철이 들기 전에는 무엇인지 자각하지 못했고, 자각한 뒤로는 매우 참기 힘든 것이었지만 소녀는 매우 잘 참아내었습니다.
살인을 하는 좋았지만, 그 살인이 무차별이 되는 것만은 싫었습니다. 단순한 무차별 살인마는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고, 한 번 그런 식으로 손을 대기 시작하면 절제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소녀는 합법적으로 피를 볼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무언가 명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소녀는 처음에는 군인이나 기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것을 동경하거나, 검술 같은 무가 좋아서라기보다 그런 직업을 가지면 합법적인 살인을 하기 가장 용의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그런 길을 걷는 것은 용의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나라에서 가장 권세있는 공작집안의 영애였고, 그녀의 아버지는 매우 보수적이라 그녀를 정략결혼에 사용하는 도구 정도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새장 속의 인형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소녀는 하루하루를 그저 무기력하게 충동을 참고, 광기를 억누르며, 정숙한 레이디를 연기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소녀가 어느 날 한 소년을 만났습니다.
그 소년은 약했습니다.
그 소년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 소년은 너무나 사회적으로 너무나 약자이고, 또한 밑바닥에 있을 존재였습니다.
소녀와 소년간에는 극명한 위치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년은 초면인 소녀에게 당당히 말했습니다.
너의 힘이 필요하니, 자신을 주군으로서 섬기라고 말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이 당당하게 말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소리였지만, 소년은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을 터이지만, 야망만은 굉장했던 것입니다. 즉, 소년은 국가전복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자신이 왕이 되는 야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 소년에게 소녀가 매료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소녀에겐 사랑이란 감성을 느끼기에는 어딘가 결락됐다고도 할 수 있는 매마른 감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눈앞의 소년을 주군으로 섬기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채, 자신의 나라를 적으로 돌려 싸우게 된다면 얼마만큼의 살육을 '정당한 명분'으로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할만큼 그녀는 굶주려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밑바닥의 소년에게 소녀는 무릎을 꿇으며, 주군으로서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소년의 야망을 이루어주겠다는 명목으로 앞으로 있을 살육전을 고대하게 됩니다.
…만약 이런 이야기 나오면 누가 볼까나? 호응만 좋다면 나중에 써볼 용의도 있지만요.
그건 그렇고, 위의 소녀의 대한 여러분의 인식은 과연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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