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teller’s Bowl은 이야기꾼의 동냥그릇이라고 번역하고 싶습니다만 좀 비하적인 것 같네요. 이런 방식을 좀 더 경제학적인 용어로는 Street Performer Protocol, Threshold pledge system이라고 부릅니다. 길거리 공연식 모금, 담보 기준 과금 시스템 뭐 대충 그런 의미입니다.
이 방식은 해외의 사례에서 기인합니다. 글을 썼는데 글을 팔아줄 출판사를 찾지 못한 어느 작가가, 독자들에게 그런 형편을 이야기하고 초반 한 권 정도를 공개한 다음에, 일정 금액의 기금을 해주시면 그에 따라 후속 연재분을 일정량씩 공개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작가의 글을 기대하는 독자들이 각자 조금씩 송금을 했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목표로 한 금액을 훌쩍 넘을 정도로 호응이 있더라는 사레가 있습니다.
비슷하게는, 책을 출간 중인 어느 작가가 자기 책에 등장하는 어느 캐릭터를 다루는 외전 격의 글을 썼는데, 출판사와 상의해보니 이 내용은 해당 캐릭터의 일부 팬들이 아니면 별로 원하지 않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봐서 그다지 팔리지 않을 글이다라고 생각해서 캔슬당했답니다. 작가가 그런 사정을 자기 블로그에 쓰고 일정 금액이 되면 내가 써보겠다고 했더니, 해당 캐릭터의 팬들이 목표 금액을 모금해주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e북 사이트에서 연재하는 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다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요.
첫째, 독자는 작가에게 돈을 직접 줍니다. 중간에 출판사나 업체를 따로 통하지 않습니다. 유통이 줄어들어 직거래가 되지요.
둘째. 작가는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립니다. 이게 제일 큰 차이점입니다. 돈 낸 독자만 볼 수 있는 이북 사이트 같은 닫힌 곳에 연재하는게 아니라, 그냥 인터넷에 올립니다. 즉 독자는 기부를 해서 다른 독자들도 읽을 수 있게 오픈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게 작가가 글을 퍼블릭 도메인, 저작권을 포기하고 완전 공개로 해버리는건 아니고 연재를 오픈된 사이트에 하는 것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여전히 작가에게 있는 것이죠. 위의 예로 든 작가들도 책이 인기가 있으니까 다시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 연재작을 페이퍼백으로 냈다고 하더군요.
제 글을 선작하신 독자 분들의 숫자는 2,500분 조금 넘습니다. 저는 이 글을 출간해서 돈을 벌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투고도 해봤습니다만, 결과는 별로 좋지 못하네요. 그래서 e북 쪽도 눈을 돌려보고 있는 참입니다.
만약 제가 북큐브 같은 사이트에 유료 연재하면 어느정도 결과를 거둘까요? 조회수 100만 나와도 정말 괜찮은 성적이지 싶군요. 아니, 솔직히 열 분이라도 돈내고 봐주실까 싶긴 합니다만서도… 너무 자신감 잃고 비굴한 것도 정신건강에 안좋으니까, 딱 100분만 모시겠습니다. 100분이 돈을 내고 보시는 것으로 치고 이야기를 진행해보죠! 100분은 제 글의 선작수의 1/25입니다. 선작의 1/25 정도면… 어쩐지 그럴듯한 수치라고 생각되면서도, 매우 희망적인 근거없는 예측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그정도가 안되면 상업적으로 힘들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100분이 유료 연재를 본다는 근거없는 예측을 기반으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북큐브에서 한 권 분량을 보는데 약 2,500원이 든다고 합니다. 100분이 2,500원씩 낸다고 하면, 25만원이군요.
물론 연재 사이트가 시설비를 제공하므로 거기서 30~50% 정도는 받아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제 글을 100분이 봐주신다고 하는 경우, 작가 순수익은 17.5만~12.5만 정도 되네요.
잠깐, 인터넷에서 한 권 보는데 2,500원? 좀 싸게 해볼까요? 요새 대여점에서 책 빌려보는게 권당 8백원에서 1천원 정도 하지요. 넉넉잡아 1천원 칩시다. 1천원 x 100분, 해서 한 권 당 10만원을 예상하겠습니다.
한 권당 15만자 정도가 보통 기준이라고 합니다. 제가 연재할때 한 편당 1만자 내외로 쓰는군요. 그러면 1만자씩 15편을 1권 분량으로 치겠습니다. 25만원을 15편으로 나누면, 편당 1.6만원 정도 됩니다. 작가 순수익만 고려하면 1.16만원 정도고요. 10만원을 15편으로 나누면, 편당 0.6만원 장도 됩니다. 음… 1만원을 중간 금액으로 잡죠. 1편 1만자 당 1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예상해봅니다.
그런 기준으로, 만약 제 글에 이야기꾼의 밥그릇 모금 시스템을 시행한다면 대충 이정도 기준이 되겠지요.
* 모금액
1차 목표량은 제가 글에 매긴 한 권 분량의 예상 가치인 25만원으로 하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 글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다른 프로 작가분들이 이야기꾼의 밥그릇 모금을 한다면, 프로 작가이니 권 당 1백만원이나 2백만원을 기준으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열성 팬이 있는 프로 작가분의 경우, 그정도 금액은 돼야 하지 않을까요!
* 모금 기한
한 달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일단 예시로 해두겠습니다. 딱히 모금 기한 제한을 안두고 금액이 찰 때까지 무기한 모금도 가능합니다.
* 집필 기간
모금 기간 한 달 동안 분량을 비축해서, 모금 기간 완료 시점에서 모금액을 확인해서 모금액 만큼 즉시 연재합니다. 모금 기간인 한 달 동안 최대 연재하는 분량은 한 권으로 한정해둘까 합니다. 글이 잘 써질 때도 있고, 안 써질 때도 있으니까 한 달에 한 권 연재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한 사고가 나서 작가가 요절하거나,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같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당 기간 만큼만 유예하는 것으로 해주죠. 출간 텀이 한 달에 한 권이면 빠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상당히 빡센 일정일 수 있겠네요. 기간은 작가분들의 속도에 따라 정하면 되겠죠.
* 모금액이 미달이라면?
25만원이 못되더라도, 1만원 당 1만자 분량 한 편을 연재하겠습니다. 모금액이 모잘라도 15만원만 넘기면 1권 분량을 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지금 한다는게 아니고요, 예를 들어 그렇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 모금액이 넘친다면?
아마도 그런 일은 있기가 힘들겠지요! 그래도 만에 하나 극악한 소설을 써보자면, 25만원 모금액을 넘쳤을 경우, 다음 권 집필 및 모금 계획을 발표할때 1차 모금의 기준액을 넘친 금액을 공시하고, 그 금액만큼 이월해서 보탭니다. 아울러 모금액이 넘치더라도 일단 공시한 집필 기간 동안에 약속한 분량(여기서는 한 권 분량)만 일단 연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 많이 받았다고 그만큼 팍 써버리기엔 작가의 집필 속도에 한계가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인기있는 프로 작가분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기준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모금액이 넘치는 경우에 대비해서 모금액 상한선이라는 것을 둘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계 중견의 인기있는 프로 작가분이 이야기꾼의 밥그릇 모금 시스템을 할 경우, 모금액 1백만원을 기준으로 집필 및 모금 발표를 합니다. 이 작가 분은 모금액 상한선을 2백만원으로 정했습니다. 1백만원이 넘더라도 차액은 독자분들의 순수한 격려금, 기부금으로 생각해서 그냥 받아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백만원이 넘어버리면 차액을 그냥 삼키기에는 너무 과합니다. 고로 2백만원 넘는 금액 부터는 다음 권 연재로 이월하는 식입니다.
* 공개 연재인가?
이야기꾼의 밥그릇 시스템은 공개를 전제로 하는 방식입니다. 먼저 일정량, 한두권 정도의 분량을 연재해서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기부할만하다는 호응을 얻은 다음에 추가 연재를 미끼로 기부를 받는 것입니다. 추가 분량도 처음 연재하던대로 문피아에 그대로 연재하고, 연재가 끝나도 가만히 놔두는 것입니다. (물론 저작권 침해와 무단 도용 문제를 막기 위해, 저작권은 여전히 작가의 것임을 확실히 해둡니다.)
이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본 각종 비판점을 열거해보겠습니다.
* 출간 삭제는 안해?
이 시스템의 근간이 기부를 받고 연재해서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삭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독자를 2중으로 농락하여 돈을 받아내는 것이 되기 때문이지요. 물론 실물 책을 원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출간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기부를 받고 연재한 분량은 연재 사이트에서 사라져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 내가 돈을 내면 뭐가 좋아?
작가가 연재를 계속하도록 독촉(^^;)하실 수 있습니다. 밥그릇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이만큼 분량을 확실히 써내겠다고 독자에게 공지하고 약속한 것입니다. 고로 기부한 독자는 작가에게 독촉할 권리가 있습니다! 밥그릇 시스템에서 작가에게 주는 돈은 모금과 기부의 형태를 띄지만, 유일하게 독자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모금할때 약속한 양의 연재입니다.
또한, 일부 독자분이 기부를 하면 그 덕분에 다른 독자들도 연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는 연재에서 최소한의 댓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나 혼자 돈 내고 다른 사람은 안내면 불공평한데?
혼자서 돈을 다 내는 것이 아닙니다! 밥그릇은 많은 독자분들이 조금씩 모아준 것이 큰 결과로 나오는 십시일반을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고로 송금 금액은 상관없습니다. 피씨방 한시간 요금 1천원, 혹은 500원이라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최소 금액 단위가 커지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과금 방식은 돈 주고 글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는 것이 적당합니다. 기부한 덕분에 연재가 좀 더 진행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글을 보여줄 수 있는 셈 치시면 됩니다.
* 내가 돈 내고 공개한 거면, 퍼가면 안되냐?
이건 작가가 정하기 나름입니다만, 퍼가면 안되는 것으로 해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여전히 작가의 것입니다! 글을 퍼나르는 것은 항상 무단복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발점입니다. 그냥 다른 사람에게 연재 주소를 알려주세요.
물론 적절한 금액이 모금되는 경우 아예 txt 파일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작가가 양해한다면, 모바일 디바이스를 주로 쓰는 독자에겐 이 방식이 더 좋겠지요!
* 돈을 낸 만큼 글의 질을 보장할 수 있어?
이 문제는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에도 같은 질문이 나옵니다. 작가가 글을 계속 괜찮은 품질로 뽑아낼 수 있느냐고 장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저 작가의 양심을 믿고, 성실하게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는 말을 믿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앞으로도 잘 쓸 것 같은가는 연재된 분량을 보고, 작가의 평소 행실을 보고 독자분들이 판단하셔야 겠지요.
* 돈을 기부했는데, 연재가 끝까지 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3권 분량에 기부했는데, 4권 분량에 모금이 부족해서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연재 중단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이런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만,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높다고 생각합니다. 글이 재미가 없어서 더 기부하기 싫을 수도 있고, 보는 분들의 숫자가 줄어서 연재를 지속할만한 금액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종이책 출간에서도 흔히 있지 않습니까? 시장의 호응이 없어서 급종결하는 그런 경우 말이죠. 직접 모금하고 기부하는 경우는,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것보다는 더 작가와 밀착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숫자가 충분하고 호응(모금)이 확고하다면 그런 불상사를 좀 더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문제는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금이 안된다는 것은 독자 분들께서 이런 글에 돈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뜻이고 보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작가로서는 아쉽지만 연재를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야기꾼의 밥그릇 시스템은 글을 돈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가에게 힘내라고 기부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게 속편합니다. 또한, 작가 쪽에서도 최대한 모금에 부응해야 합니다. 모금액 미달시 기준이 그것에 해당합니다. 소량이라도 기부가 있는 경우 그에 부응하여 비축한 연재량을 풀어놓아야겠죠. 그리고 늦게라도 모금이 완료된다면, 작가는 비축한 분량을 그만큼 연재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일 터입니다.
* 돈을 냈으면 글을 내가 원하는대로 써줄거야? 기부자 어드밴티지는 없어?
글은 글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격려가 힘은 될 수 있어도, 작가가 쓰는 것에 간섭이 있으면 글을 제대로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합당한 비평이나 지적의 말씀은 모든 작가가 항상 감사히 받고 최대한 능력껏 반영해야 하겠지만요.
그래도 뭔가 모금을 장려하는 방식이 있는 것 또한 좋긴 합니다. 기부자에게만 돌리는 외전이나 단편 같은 식으로, 약간의 차별적 어드밴티지를 두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문피아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거 아니야?
그렇습니다! 문피아를 연재 사이트로 삼는 경우, 상업적으로 문피아를 이용하는 셈이 됩니다. 그냥 연재란 받아서 쓰는 것 정도는 상관없다고 보는데요, 랭킹 상위권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문제겠지요.
물론 문피아가 여러 작가들의 홍보의 장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피아는 연재작이 출간되고 삭제되는 경우, 일정 기간의 홍보 유예를 둔 후 각종 랭킹에서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피아의 랭킹 시스템이 아마추어리즘을 돕는 역할에 더 비중을 두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실력있고 가능성 있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더 많이 자신의 글을 독자들에게 노출해서 그 실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로, 모금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문피아 운영진 분들은 이야기꾼의 밥그릇이 적용된 글은 출간된 작가와 같은 형식으로 일정 홍보 유예 기간 후 각종 랭킹에서 내리는 것이 좋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야기꾼의 밥그릇 시스템은 조금 다른 구석 또한 있습니다. 기부를 받지만 글 자체는 문피아에 공개돼있기 때문이지요. 출간 삭제한 글과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이야기꾼의 밥그릇 시스템은 독자가 글을 공개해서 더 많은 다른 독자들과 향유한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그 점을 반영해서 굳이 랭킹에서 내리지 않아도 될 수도 있습니다.
고로… 이 부분에 관해서는 (만약 실시한다면) 문피아 운영진 분의 결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랭킹에서 내리는 것은 글을 삭제했기 때문인지,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인지를 정의하고 이야기꾼의 밥그릇 시스템이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규칙으로 정해서 잡음이 없도록 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 독자가 얼마를 기부했는지 작가만 알게 되는데? 많이 받아놓곤 덜 받았다고 사기치면? 작가가 돈을 받고도 낼름 삼키고 튄다면?
우리 작까는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아~는 믿음이 중요하겠습니다마는, 극악한 소설을 써보자면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양심불량 작가가 있을 수도 있지요. 출판사를 거쳐서 정식 계약을 하는 작가의 경우에도 약속과 계약을 저버리는 일이 생기곤 하는데 인터넷 연재라면 더욱 믿기 힘들 것입니다. 기부 형식이라서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이 방식의 약점입니다. 오로지 작가와의 약속, 신뢰만이 담보일 뿐이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런 것이 있겠지요.
작가는 자신의 통장을 주기적으로 조회해서 공개하여 받은 모금 금액을 확인시키거나, 믿을만한 제3자를 통해서 모금을 전달받아 공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문피아에는 작가 후원회 계좌가 열려있습니다. 연재한담 공지에 보시면 나옵니다. 그곳을 통해서, 문피아 운영진 분을 통해서 2차로 전달되는 식으로 믿음직한 중계인을 두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독자 측에서는 기부할때 정말 이 작가는 약속을 지킬 것이다라고 확고한 믿음이 있을때만 기부하시는 것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문피아 차원에서 해당 작가를 수배해서 징계한다든지, 독자들이 살생부를 돌린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 그냥 작가 후원회 받는게 좋지 않아?
그렇습니다. 사실 이야기꾼의 밥그릇 시스템은 '이 글을 인질로 잡고 있다, 멀쩡하게 보고 싶으면 돈을 내라!'라는 인질극입니다. 약간 치사한 면도 있습니다! 연재한 만큼 글을 공개한다는 점, 그리고 기부의 형태를 띈다는 점이 그것을 상쇄하는 정도지요. 프로 작가는 글을 팔아서 호구지책을 하는데, 이야기꾼의 밥그릇 시스템은 글을 공개적으로 판다는 점에서 조금 더 쪽팔립니다. 길거리 공연자 보다는 제대로 된 극장에서 공연하는 음악가가 더 훌륭해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글 팔겠다고 나섰는데 이것저것 가릴게 어딨나요? 이런 시스템이라도 작가에게 도움을 주고 큰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순수하게, 독자는 사심없이 작가를 후원하고 작가는 힘을 얻어 열심히 쓰는 관계가 모범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후원해주시는 금액이 들어오는 경우 연재한담에 공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리 활발하지는 않지요? 작가가 후원에만 의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형식을 빌려서라도 상호 상생을 꾀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 프로 작가는 관심 없을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프로 작가분들은 퀄리티가 보장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출판 시장에서도 생존하실 수 있으며, 굳이 밥그릇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번 출간하면 장기적으로 꾸준히 조금이라도 팔리는 실력파 작가의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은 득은 없고, 책을 공개하기 때문에 실만 많을 것입니다. 프로 분은 위쪽에서 팔짱 끼고 훗훗 재밌게 노는구나 하고 굽어보시다가, 이게 e북 이상으로 해볼만하다고 검증된 후에 관심을 시전하시면 됩니다.
제가 볼때 밥그릇 방식은 글이 좀 특수한 경우,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호응이 있고, 조금이라도 돈을 지불할만한 열성적 팬이 있는 경우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외전을 연재로 내놓은 해외 사례처럼 일부 계층을 노린 퀄리티 있는 글이 적당하겠지요.
* 북큐브 같은 연재 사이트보다 불편하지 않아?
인터넷 e북 연재사이트의 프로세스는 대충 이렇습니다. 해당 사이트에 가입한다. -> 몇가지 결제 수단을 통해 내 돈을 해당 사이트의 전자화폐로 바꾼다. - > 책을 보고 자동으로 편 당 일정 금액이 과금된다.
이야기꾼의 밥그릇 방식의 경우, 이미 글을 보고 있는 공개 사이트(문피아가 되겠지요)에서 계속 글을 보는 것이니 타 사이트에 추가로 가입하는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송금은 기부를 원하는 독자 분께서 무통장 입금,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등등 원하시는 방식대로 작가 계좌에 직접 넣어주시면 됩니다. 요새는 같은 은행 인터넷 송금이나 모바일 송금이 무료인 은행이 많지요. 작가가 몇군데 흔한 은행 계좌를 만들어서 수수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쓰는게 좋겠죠.
* 유료 연재 사이트에 비해 나쁜 점이 많은데.
유료 연재 사이트의 글은, 연재된 양에 돈을 지불하면 즉각 지불한 만큼 볼 수 있습니다. 밥그릇 방식은 기부이고 기다려야 하며 확실하게 글이 딱 나온다는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작가가 비축분량을 쌓아놓고 기부에 따라 이만큼 방출하겠습니다 해서 어느정도 무마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 역시도 독자분들이 충분히 많이 기부하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글이 공개되기 때문에 소장가치나 희귀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싫어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십시일반한 금액으로 글을 준다는 점에서 개인지 발행과 비슷한 위치인데요, 다만 개인지는 내용을 소장하고 희귀도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크지만 밥그릇 방식은 공개되는 글이니 돈 주고 글을 불법복제품을 자초한다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기부라는 형태가 어렵습니다. 이 글에 관심은 있지만 돈을 쓸 생각까지는 없는 독자분들이 당연히 대다수일 것이고, 돈 쓸까말까 고민하는 계층 상당수 또한 기다리면 언젠가 공개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부를 안하고 기다릴 것이라고 거의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계층은 점차 불어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한번 기부한 독자도 꾸준히 기부하기보다는 다음번에는 다른 사람이 하겠지라고 주저하게 됩니다. 고로 밥그릇 방식은 기부를 해서라도 연재를 살리겠다는 열성 팬의 숫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실패가 거의 확실시된다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작가에게 기부를 할 수 있느냐라는 기부에 대한 거부감이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애일 것입니다.
* 비슷한 다른 방법이 있어?
쉐어웨어식 과금 방식이란게 있습니다. 쉐어웨어는 아시다시피 프리웨어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며, 써보고 마음에 드는 경우 송금하는 형태입니다. 돈 안내도 무방하지요. 책 역시 마찬가지로, 책을 한 권 써서 공개하고 책 말미에 입금 계좌를 써서 책이 마음에 들면 성의껏 송금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라고 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그럴듯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은 못들어보아서, 글쎄요, 어떨런지요.
* 조선 사람 그런거 안좋아해.
솔직히 그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부나 후원 문화가 그리 활발한 나라가 아닙니다. 기부를 한다는 것을 순수하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통해 뭔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권력을 갖고 싶어하는 성향도 은근히 있는 것 같습니다. 인구가 모자라고 서브컬쳐를 향유하는 층도 좁기 때문에, 설령 일부 열성적 팬들이 나서서 활발하게 기부한다 할지라도 의미있는 금액을 만들어내기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번 시도나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많은 수단과 방법이 있는 쪽이 좋지 않겠습니까? 해보고 안되면, 뭐, 안되는 것이지요.
* 이런거 왜 해?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소설의 형태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e북 안된다, e북 디바이스 누가 돈주고 사느냐 그랬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아마존, 구글, 아이폰 등을 기준으로 e북 체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아이폰, 아이패드, 누크… e북에 관련된 디바이스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불법복제 같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불법복제 무서워서 종이책 못내나요? 마찬가지입니다. e북이 점차 활성화될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그런 시대에 발맞추어, 작가와 독자의 관계도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일류 작가분들은 북큐브 같은 사이트에서 글을 유료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꾼의 밥그릇' 방식은 대여점 시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글을 쓰는, 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글에 자신이 있는 작가가 인터넷 시대에 생존하려는 또다른 시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결론
이야기꾼의 밥그릇 방식의 난관 두가지는, 글을 사줄만한 향유 계층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것과, 독자가 기부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서서 선뜻 돈을 내던질 수 있어야 한다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쓰고 쭉 읽어보니, 이런 식으로 글을 돈 주고 사는 방식이 있다, 그런데 돈 내는게 아니라 기부로 생각해라라는 모순적인 내용이 눈에 띕니다. 음. 취지를 어떻게 잘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해외에는 이런 시도도 있었다는 것이 본문의 주제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의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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