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그 패러독스에 항상 허덕여서 머리를 싸매쥐는 놈이 여기 있습니다 -.,-
'사실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허구'라고 전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현실성을 원한다고 하지만, 현실 그대로를 갖다쓰는 건 싫어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제 글 보면서 '그럴싸하다'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시겠지만, 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쓰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그 분들이 '어? 이거 말되네'라고 납득해버리는 건, 속아넘어가주시기 때문이지요. 아니면 알면서 봐주시는거라던가(...)
사실적 이야기 나오니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강선'이라고 하는 건 대충 들어보셔서 아실 겁니다만, 사실 강선의 유무가 끼치는 영향은 탄도궤적의 안정이지, 탄의 위력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헌데 많은 분들이 강선의 도입으로 위력증가라는 보너스를 얻는다고 생각하시더군요. 꽤나 많은 분들이 '강선=파워업'이라는 공식을 갖고 계시더군요. 물론 종합적인 전투력을 계산할 때 정확도는 중요한 요소입니다만, 그렇다고 탄두 자체가 가진 물리력이 증가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강선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데 어설픈 식으로 강선을 도입하면 탄이 미쳐 날뛰는 것도 볼 수 있을 겁니다. 홈만 판다고 되는 일은 아니잖습니까(....).
어디까지나 강선은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죠. 거기에 라인배틀과 같은 형국의 '줄 세워놓고 총 몇 번 쓰고 적 좀 쓰러지면 일제히 우리야 돌겨어어억!'같은 식의 전술에서 강선도입은 그렇게 획기적인 것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선 총은 '맞붙어서 싸우기 전에 머리수를 줄여놓기 위한 수단'이지, '전황을 결정짓는 수단'은 아니니까요.
허나, 사람들은 이런 사실성으 부과에 열광하게 됩니다. 강선이 도입됨으로서 얻는 실질적 효과에 대해선 별로 관심 없지만, 그런 현실성이 부과된다는 것엔 만족하신다, 이 말이죠. 양념이죠, 양념.
글에서 어디까지나 사실성은 양념입니다. '이 글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라는 평가는 '이 글은 소스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풍미가 우러나온다!'라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중요한 건, 소스라는 겁니다. 암만 좋은 소스라도 주 요리재료는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간장찌개같은 거 먹고싶으신 분은 없잖습니까. 거 짜기만 짤 뿐이지 별로 맛은 없어뵈는걸 드시고 싶으시겠습니까.
말 그대로, 사실성은 곁다리입니다. 허나 그런 곁다리를 보고 '어휴 소스가 영 아냐'라고 말하듯 '어휴 사실성도 없어'라고 말하면... 솔직히 쫌 그렇잖습니까. 사실성은 소스고, 어떤 소스를 쓰는 지는 요리 만드는 사람 마음이잖습니까.
....물론 이런 소리를 쓰는 건 제가 지금 그 현실성에 발이 걸려 나자빠진 상태기 때문입니다. 어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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