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수업에 늦어 교실 쪽으로 바삐 뛰어가던 소녀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소년과 부딪혔다. 그리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닌데 소년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는 자신의 옷을 털어내며 소녀를 노려보았다. 무슨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 마냥.
“아...미, 미안.”
그 기세에 눌려 미안하다고 사과한 소녀는 뭔가 찜찜함을 느끼며 다시 교실로 발걸음을 옮기려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년이 그녀의 머리칼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복도 구석으로 집어던졌다.
퍽! 하는 소리가 나며 소녀는 구석에 처박혔고 아픔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돌로 된 벽에 처박혔으니 그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였다. 게다가 여자의 몸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소년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황금빛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미안하다면 다냐? 이 더러운 년아.”
오만하게 그녈 굽어보며 말한다. 소녀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모습이 더 재밌는지 소년은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이죽거렸다. 그러면서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내 똥이나 핥을 년이......”
천천히 굽혔던 몸을 피며 당당하게 걸어간다. 뒤에서 대기하던 다섯 명의 시종과 칼을든 은발 소년이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
소녀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멀어져 가는 그 소년을 원망스런 눈빛으로 노려본다. 하지만 자신은 저자에게 행사할 수 있는 힘 따윈 없다는 걸 소녀는 잘 알고 있었다. 설령 강력한 권력가문의 아이가 온다 할지라도 저 소년을 건드는 것은 불가능 할 것 이였다.
-프롤로그中-
부디 아시는 존재가 나타나길 바라며...
Comment '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