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스펠.”
“뭔가요? 볼 일도 없는데 쓸데없이 말 걸지 말아줬으면 하네요. 전 바쁘니까.”
낙스펠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곤 휙 고개를 돌렸다. 저런 말을 하는 그녀는 그럼 지금 뭘 하고 있냐 하면, 어째서인지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밧줄을 풀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다. 그 밑에는 열 마리 정도의 고양이들이 모여서 야옹야옹거리고 있다. 물론 저 고양이들은 낙스펠이 마법으로 바꾼 것들이다. 흠, 바빠 보이기는 하는군. 그나저나 치마 입고 거꾸로 매달려있지 마.
“에잇.”
나는 마법으로 가볍게 바람을 일으켜 밧줄을 잘랐다. 낙스펠은 “에?”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밑으로 떨어졌다. 쿵 하고 머리부터 부딪친다. 우와 아프겠다.
“…….”
“낙스펠? 죽었냐?”
“……아파아앗!”
벌떡 일어난 낙스펠이 내 멱살을 잡았다.
“죽을 뻔 했잖아요! 대체 무슨 짓인가요! 제게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요?!”
“하하하, 곤란에 처한 여자를 못 본 척하고 지나칠 수야 없지.”
내가 웃자 그녀는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한숨과 함께 자리에 앉아 고양이들과 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심심하면 이거나 읽고 계세요.”
휙 하고 뭔가를 던진다. 에로소설책이다.
“기다려, 이건 스승님 친구 거야. 내 게 아니라고.”
“야한 책 보다 걸린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말하죠. 괜찮아요. 당신도 남자니까 저는 이해할 수 있답니다. 아, 다가오지 마요 이 변태.”
낙스펠은 으르렁거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이런 바보 같은 얘기나 하려고 부른 게 아니다. 나는 헛기침을 해 분위기를 쇄신한 뒤 말했다.
“홍보를 하라던데.”
“예?”
야옹야옹 하던 낙스펠이 그 자리에 뚝 멈췄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고양이들을 마법으로 모조리 원래 모습으로 되돌렸다. 그중에는 겉에 아무 제목도 쓰여 있지 않은 비디오테이프도 있었다. 아앗, 몰래 숨겨둔 에로 비디오가!
“혹시 제가 환청을 들은 걸까요? 아니면 당신의 머리가 이상해진 걸까요? 한 번만 더 말해주시겠어요?”
“작가가 홍보하래.”
“이 변태!”
갑작스레 고양이스틱에 정수리를 얻어맞았다. 일순간 정신이 날아갈 뻔한 나는 머리를 감싸며 버럭 외쳤다.
“뭐하는 거야!”
“당신이야말로 무, 무무, 무슨 부끄러운 소릴 하는 건가요! 호, 호호, 홍, 홍보를 하라니! 당신에겐 수치란 것도 없는 모양이군요!”
그녀는 다시 한 번 나를 후려치려 했다. 나는 황급히 몸을 굴려 피했다.
“이런 젠장, 대체 뭐가 뭔지. 그냥 홍보 하는 거라니까.”
“그, 그그런 수치스러운 일을 제게 시킬 셈인가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알몸이 되고 말겠어요.”
“그럼 벗든지.”
“이 변태!”
그만 때려!
“대체 뭐야? 홍보를 하면 스승님이 갑자기 돈을 빌리기라도 하냐? 아 젠장, 말하고 보니 이거 끔찍하네.”
“그게 아녜요! 당신 정말이지 눈치가 없군요! 이 생긴 것만큼이나 멍청한 남자 같으니!”
그녀는 고양이 얼굴이 붙어있는 까만색 플라스틱 조각을 치마 주머니에 넣고는 내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그, 그레고리우스가 말했어요! 홍보라는 건 첫 단어만 입에 올려도 사람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마침내 ●●하고 ○○해서 ◆◆당해 부끄럽다 못해 죽어버리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거라고!”
스승님 당신, 손녀에게 대체 뭘 가르치신 겁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설마 믿고 있었던 거냐?”
“……네?”
내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그녀의 표정이 아연하게 얼어붙는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녀를 살짝 밀어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물러나더니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다.
“단순한 홍보라고. 자기 소설을 아직 안 읽은 사람들한테 널리 알리는 홍보 말야. 영어로 마케팅. 마케팅 몰라? 너 외국인이잖아?”
“……던 거군요?”
“어? 뭐?”
“제가 속고 있었던 거군요?”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후후 하며 기분 나쁘게 웃는 것이 아무래도 정신줄을 놔버린 것 같다. 오늘도 홍보는 글러먹은 건가. 나는 그대로 빙글 몸을 돌려 공방을 나가려 했다.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수밖에. 자 그럼 난 이만…….”
그때 턱 하고 낙스펠이 어깨를 잡았다.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손에 고양이스틱을 들고서.
“지금 전 매우 화가 나 있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빌어먹을 영감에게 속은 거니까요. 이 화를 어디다 풀어야 할지 곤란할 지경이에요. 그런데 마침 이렇게 딱 좋은 때에 당신이 제 앞에 있네요. 한 3일 정도 당신을 고양이로 만들어놓으면 속이 좀 풀릴 것 같아요.”
“혼자 풀어.”
“어머나, 그래 주신다고요? 과연 곤란에 처한 여자를 못 본 척하고 지나칠 수 없는 분답네요.”
“이런 젠장.”
스틱 끝에 희멀건 빛이 어린다. 나는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사냥감을 발견한 매 마냥 집요하게 나를 쫓아오는 낙스펠 때문에 공방은 고양이 천지가 되고 말았다.
---
P.S. '유쾌하게 이루어지리니!' 줄여서 '유쾌하게!'는 현대 마법사물이며, 보기만 해도 유쾌한 소설을 지향하는, 인망 넓으신 대마법사와 자질은 없지만 심성은 착한 제자 간의 따뜻하고도 가슴 깊은 이야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P.S.2. 다 뻥입니다. '유쾌하게!'는 200만 달러가 넘는 빚쟁이 대마법사와 현재 몸값 65만 달러를 갱신 중인 불쌍한 제자 간의 유쾌한 이야기들을 펼쳐놓은 소설입니다.
P.S.3. '유쾌하게!'는 현재 정규 연재란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P.S.4. 홍보 한 번 할 때마다 소설 한 화를 새로 쓰는 것 같습니다. 기분 탓인가-┏?
P.S.5. 연참대전 참가중입니다. 연중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P.S.6. 이 소설은 유쾌합니다.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유쾌한 소설을 지향합니다. 그러므로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글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만상조님의 '마법사의 연구실'을 즐겁게 읽으신 분이라면, 물론 제 글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바로 그 '마법사의 연구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쓰기 시작한 거거든요!
......물론 특정 부분이 '마법사의 연구실'을 비슷하다고 지적하셔도 저는 달게 받겠습니다ㅜㅜㅜ
P.S.7. 사실 그레고리우스 스승님은 300년 동정입니다.
P.S.8. 사실 주인공 태석 군은 동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P.S.9. 이건 제 소설을 읽고 계시는 분에게 하는 말입니다. 다음 홍보글에는 무려 낙스펠의 팬티와 고...아쉬뎀이 함께 등장합니다! 이야호!
P.S.10. 홍보글은 여기서 끝입니다. 포털은 아래에, 그리고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주인공 태석 군의 몸값이 어디까지 솟구칠 지 궁금하면 클릭
Commen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