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세계를 수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나갈 의무를 가지고 있던 사룡 [마그누스]는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고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군대를 일으켰다.
그는 그의 위대한 권능으로 그가 수호하던 백성들을 불사의 군대로 만들어내었다. 불사자들의 군대는 거침없이 국경을 돌파했고 다른 국가들은 그에 맞서 처절한 저항을 계속했으나 모든 것은 허사로 돌아갔다. 그 당시의 군인들은 마그누스의 불사자들에 대해 두려움을 담아 이렇게 불렀다.
'막을 수 없는 군대.'
이미 사룡에게서 불사의 권능을 부여받은 붉은 군대는 그들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처참하게 분쇄하고 살육했다.
붉은 갑주를 입은 군대의 진격이 세계에 가져온 혼란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수많은 이들이 전장에서 죽었고 붉은 군대가 풀어놓은 전염병과 전쟁이 가져온 식량난에 엄청난 민간인들이 처참하게 죽어갔으며 조금이라도 더 오래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피난민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1000년 전 그 날, 다른 사룡들이 한때 동료였던 마그누스를 막아서는 데에 있어 주저하고 있을 때, 자애롭고 정의로운 한 사룡이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했던 그녀가 마그누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던 반면 마그누스는 세상을 그의 발 아래에 두어 관리하기를 원했고, 그녀의 신뢰를 무참히 배신했다.
네스라드를 막아선 것은 그 모든 일의 주범 마그누스였다. 마그누스와 네스라드는 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격돌했고, 그 둘의 전투에서 일어나는 불꽃은 수만 리 밖에서도 하늘을 밝혔다. 세상에 지혜 있는 자들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자와 그로부터 세계를 지키려는 자 사이의 전투를 두려움에 떨며 관측했다.
그리고 7일 째 되던 날 아침, 네스라드의 일격이 사룡 마그누스마저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네스라드는 마그누스의 유해를 뒤로하고 황금 제국의 수도 위에 날개를 드리웠다. 지휘자를 잃어버린 붉은 군대는 혼란에 빠져 있었고 그들의 머리 위에 날개를 드리운 네스라드는 마지막까지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모든 자비심과 연민을 지우고 그들을 '징벌' 했다.
단 한 순간, 네스라드의 날갯짓 한 번으로 황금 제국은 멸망했다.
네스라드의 징벌이 가해진 땅은 수년동안 그 누구도 살지 못할 만큼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징벌에 충격파는 세계를 세 번 돌면서 지진과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폭발과 함께 일어난 막대한 열폭풍에 의해 이상기후가 세계를 덮쳐 온 세계는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주어져 있던 불사의 권능을 박탈한다. 50년 동안 악을 쓰며 살아남아 보거라. 발 닿는 곳까지 도망쳐라. 세상 모든 이들이 너희를 핍박할 것이다.'
원정에서 돌아온 붉은 군대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그들의 고향 앞에서 네스라드의 분노 어린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엄한 분노는 그들에게 선언했다.
'내가 너희에게 뿔과 날개를 주리니, 이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서 증오받을 자들에게 주어지는 징표라. 이는 너희 자손 대대로 이어져나갈지니라.'
뿔뿔이 흩어지는 붉은 군대를 노려보던 네스라드는 날개를 돌렸다. 다른 세 사룡도 마찬가지였다. 네 사룡들은 마지막으로 세계의 혼란을 잠재운 뒤 세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들은 두 번 다시 어떤 이들 앞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들의 의지를 대행하는 사룡 교단의 사제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사룡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모든 일들 중 끝난 것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끝나지 않은 그 모든 일들은 이 세계의 지성체들이 느끼지 못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역사의 무대에서 물러난 채 멈춰서 있었다.
그리고 1191년. 끊기지 않은 채 멈추어져 있던 1000년 전의 세계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36.5 [013] 전문. 일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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