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새로 구상할 때는 컴퓨터보다 노트 쓰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구상 하나에 생각 그물 짜듯 새끼치며 이야기를 만드는 건 역시 컴퓨터보다는 노트가 편하더라구요. 한권에 하나의 이야기만 정리하는 게 아니라 여기 적고 저기 적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적고, 거기에 글씨도 엉망이다보니 남들이 제 구상 노트를 봐도 이게 대체 뭐야?라고 할 정도죠.
가끔 심심하거나 정말, 정말 내용이 하나도 안 떠오를 때 참고하듯 옛날 구상노트를 꺼내곤 하는데 이것 참......구상조차도 이리 민망할 수 있군요. 어느 날 갑자기 초 2 때 원고지에 썼던 글(원본 분실)의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선명하게 기억날 때의 창피함과 맞먹습니다.
변신물이 있어요. '미소녀' 변신물이. 과학적 근거 따위 없는 SF도 있고 추리 과정이 말도 안 되는 추리도 있고, 심지어 9년 전 노트에는 게임 소설과 스릴러도 있어요. 그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정말 진지하게 설정해놓은 '전대물'... (먼 산)
방문은 꽉꽉 닫고, 다 읽고 나서는 혹시라도 누가 볼까봐 칼라 박스 가득 담긴 노트를 옷장 구석에 밀어 숨기지만......읽으면서는 정말 죽을 것같이 민망하다가도, 다 읽고 나선 피식 웃고 맙니다. 또 언젠가 지금 구상한 걸 보면서 얼굴 붉히며 웃는 날이 오겠죠?
저는 지금도 노트에 구상을 적으며, 시간과 함께 저만의 장난감 상자를 채우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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