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거꾸로 잡은 군대.
어제 뉴스를 보니 파키스탄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는군요. 가슴 속에 고이는 씁쓸한 감정을 느끼며, 잡설 한 편을 올립니다.
대한민국 육군 공식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면, 육군의 임무로서 ‘전쟁억제 및 비군사적 위협 대비’, ‘유사시 지상전에서 승리’, ‘국익 증진 및 국민 편의 지원’ 의 세 가지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어디를 보아도 ‘권력자를 위해 군중을 짓밟는다’거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시민들에게 총을 겨눈다’ 따위의 임무는 없습니다. 군대는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으로서 그 무력은 외부의 위협을 상대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배양되어야지, 결코 내부의 불평분자, 혹은 시민들에게 돌려져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원칙이고, 원칙은 지켜지라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조금만이라도 역사를 살펴보면, 이 원칙이 가볍게 무시된 사례는 숱하게 존재합니다. ‘원칙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아무데나 갖다 붙이기 좋아하는 바보들이 세상에 너무 많은 탓일까요. 민중의 정당한 요구를 무력으로 짓밟으면서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정권 및 사회질서 유지’라는 개념은 있으되 ‘국민들의 인권’이라는 개념은 희박했던(차라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과거의 전제정치(이것을 저는 편의상 ‘왕정王政, 제정帝政, 독재좁裁政 따위, 기타 등등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정치체제 일반’으로 정의하겠습니다) 하의 권력자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네들의 병사들에게 ‘저 폭도들을 모조리 쳐 죽이라’고 명령했지요. 워낙에 태생부터가 고귀하신 님네들이었으니, 벌레를 짓이기는 이상의 감흥은 없었을 겁니다. 우리나라-예로부터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임을 강조했던 유교정치사상을 추종했던 우리의 역사만큼은 예외일 것 같습니까? 역사책을 펴 보십시오. 학정에 못 이겨 항의하는 백성들을 폭정으로 다스렸습니다. 여기에 반발하여 일어난 백성들을 군대로 짓밟았습니다.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지렁이들’을 심지어 외국에서 군대를 빌려와 학살했습니다.
(그 장본인에 대한 직접언급은 피하겠습니다. 국민정서를 자극하기에 딱 좋은 방법으로 죽는 바람에, 그 공과가 너무 미화된 감이 있는 인물이라고만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인물의 실제가 어떻든 간에, 남의나라 군대 빌려와 자기나라 백성들 쳐 죽이기를 밥 먹듯이 한, 그리고 그 훌륭한 정치력을 ‘국권’보다는 ‘정권’유지에 사용했던 인물 같은 거, 저는 정말 싫습니다)
민주정치가 시작된 이후에도 권력자들은 무시無時로 군대를 동원해 시민들을 짓밟았습니다. 심지어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총본산 정도로 이해하는 미국에서도 그랬고, 시민들의 단결로 영구집권을 꿈꾸던 권력자를 축출한 나라에서마저 그랬습니다. 1884년 5월 1일, 8시간 노동을 보장받기 위해 데모하던 미국의 노동자들을 향한 총탄은 누가 발사한 것이었을까요? 그로부터 백년 뒤 극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시민들을 학살한 건 어디의 누구였을까요?
1789년 ‘폭도들을 진압할 것’을 명받은 프랑스 군대는, 오히려 그들의 부모형제인 민중들과 손잡고 권력자들에게 칼을 겨누었습니다. 남의나라 군대를 불러들여 저희 백성들을 학살하면서까지 지켜내려던 그네들의 정권은 결국 자신들이 불러들인 외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맙니다(…물론 ‘권력자 일반’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축들은 정권이 몰락하건 말건 잘 먹고 잘 살았죠. 일반 백성들이야 죽어나건 말건). 저는 역사의 손으로 움직이는 준엄한 심판의 맷돌이 밀알 하나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지른 죄과에 상응하는 응당한 심판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두서없이 지껄여 보았습니다. 국가의 폭력에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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