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안 걸리겠다고 자리를 비운지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펜 한 번 잡을 기회조차 없었던 이등병 시절만큼이나 지독합니다.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겠지요. 예상보다 연중 기간이 길어져 이렇게 근황을 알려드립니다. '한담'이라는 목적에 맞는 글이겠지요?
하밀은 현재 문화관광부에서 주관하는 공공미술프로젝트 'art in city 2007'의 참여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부가가치성이 높은 유명지가 아닌, 소외받은 평범한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아주 유익한 일이지요.(제가 참여한 곳은 한 소도시의 조그마한 동네입니다.) 연말이다보니 마감할 것들이 적지않아 밥먹을 시간도 없이 작업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생계와 관련이 있는 연극활동이나 공연준비도 전혀 하질 못하고 있으니(아예 캔슬입니다), 바람노래는 아득히 멀어져만 갑니다. ㅠㅠ... 이렇게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선작은 꾸준히 늘고 있으니, 참 죄송스럽기도하고, 송구하기도 하고, 이 묘한 마음을 도무지 설명한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글도 그렇게 못 쓰지요, 이 허섭스레기.
그래도 밥먹을 시간, 잠 잘 시간도 쪼개가며 바람노래 교정작업도 겸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만오천 자씩 연재하던 때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으니, 마감을 하고 나면 또 그만큼 열심히 달릴 겁니다. 그 와중 선배작가님들과 빛나는(번쩍번쩍!) 작품들을 만나며 제 글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부끄러워서 모두 비공개로 해두고 300일동안 퇴고만 하고 싶었습니다.(비공개 기능이 없다하지요. ㅠㅠ)
한참 놓았던 글을 다시 잡았던 서장은 답답하기 그지 없고, 그나마 리듬을 찾은 1장은 연참대전 당시 살아남기 위해 날림으로 긁었던 낙서따위의 부족한 문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평소, 스스로 추구하던 장점으로 삼았던 유려한 문장과 호흡은, 단 한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지요.
부끄럽고,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당장에 모두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이 못난 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커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다시 써도 그보다 더 잘 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 짧은 인생을 통틀어,
지금처럼 간절하게 글이 쓰고 싶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미친듯 책을 읽고 싶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철없고, 힘도 없던 이등병 시절보다 더.
여전히 하밀은 마감과 다른 일들에 치이고 있지만,
그런 열망 덕에 무척이나 행복하고, 짜릿합니다.
아, 짧은 휴식은 이제 멈추고 ㅠㅠ, 다시 일하러 가야겠습니다. 당장 코앞에 닥친 미팅 덕에 앞으로도 4-50시간은 잠없이 달려야 할 듯합니다. 크리스마스에도 집에서 홀로 [선호작보기]를 꾸욱, 꾸욱 누르실 수많은 솔로 독자들을 위해 바람노래판 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는 드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니, 목표입니다.
살아서, 살아서 다시 뵈었으면 합니다. 지금 죽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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