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네펠린
작성
07.03.24 01:52
조회
1,385

아래의 내용은 더쉐도우 추천용 단편 팬픽입니다. 더쉐도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에 대해 바보는탁월 님께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저작권의 절반 정도라면 저에게 있을지도...(?)

그 가련한 검은 존재를 향해 하얀 손가락을 뻗으며 입술을 꼬옥 다물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소녀의 손끝은 너무나 차가워져 있었다.

[흐오오오.]

지저(地底)의 심연에서 그 낮은 신음소리가 끓어올랐다. 그것은 신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의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녀에게 그러한 생각을 할 시간은 남아있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은 남들과는 달랐다. 새하얀 머리칼에 새하얀 피부, 그리고 붉은 눈. 온몸의 색소가 모조리 빠져나간 그 유리조각처럼 애처로운 몸. 그리고 사고로 움직일 수 없게 된 두 다리. 그 모든 것은 세상이 그녀를 미워하는 이유가 되었다. 학교는 두려운 장소였다. 너무나도 타인이 두려웠던 그녀는 '그런 일'을 당하면서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는 망가져갔다. 마치 인형처럼.

삼개월쯤 전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하나의 이야기, 아니 전설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림자의 등장은 이제 열일곱 살이 된 그녀가 아주아주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환상이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때까지도 소녀는 정의의 사도를 좋아했다. 마땅히 정의의 사도에게 구원받아야 할 약자였기 때문일까. 어쨌건 소녀는 '쉐도우'에 대한 신문기사가 났을 때부터 그의 추종자, 아니 신자(信者)가 되었다.

아무리 끔찍한 짓을 당해도 참아낼 수 있었다. 소녀의 눈물을 받아주는 것은 이미 잔뜩 젖어버린 쉐도우에 관한 스크랩 뿐. 부모에게마저 버림받은 그녀가 의지할 곳은 오로지 그 종이조각들 뿐이었다.

몸에 뿌려진 기분 나쁜 점액질. 그녀는 멍하니 누워있었다. 그 빨갛게 물든 허벅지를 타고 더욱 더 선명한 적색의 혈액이 흘러내렸다. 소녀의 부서져버린 나신(裸身)이 바람에 찢겨졌다. 그리고 눈물은 흘러내리지 못한 채 말라붙었다. 그들의 달뜬 조소가 망막에 박혀들었다. 검게 물든 하늘에는 별빛도 없었다.

몇 일이나 지속되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소녀의 잔해를 농락했다. 그때마다 소녀는 자신의 숨결이 타들어간다고 느꼈다. 계속되는 자극에 질려버린 한 남자가 파랗게 빛나는 눈을 치켜뜬 채 무언가를 들고왔다.

[흐오오!!]

소녀의 굳은 심장이 팔딱거리기 시작했다. 생명이 전신을 달렸다. 하지만 소녀의 생명과 함께해야 할 붉은 액체는 차갑고 딱딱한 아스팔트에 고여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소녀는 파랗게 변한 입술을 힘겹게 달싹였다.

'아아, 나의…….'

"히, 히이익! 살려줘어!"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소년의 팔이 우악스럽게 뜯겨나갔다. 울부짖는 소년의 목은 이미 잔뜩 말라붙은 채 힘겹게 꺽꺽거렸다. 이미 도륙 당한 네 명의 친구들이 일그러진 소년의 시계(視界)에 들어왔다. 빌어먹을 정도로 무서운 압력의 검격에, 한 명의 몸은 펜스에 밀어붙혀진 채 베어진 그대로 눌러붙어 있었다. 또 한 명은 소녀의 몸 속에 마구 쑤셔넣었던 자신의 성기부터 잘려나간 후 목줄기를 꿰뚫렸다. 아직도 그는 살아서 숨결 대신 피를 삼키고 있었다. 또 한 명은 깔끔하게 목이 날아갔고 또 한 명은 괴물 같은 악력에 목이 비틀려서 절명했다.

"괴, 괴무…… 케헥!"

그리고 막 솟아오른 한 모금의 선혈이 소녀의 파란 입술을 적셨다.

'나의 신앙……. 나의 신님.'

소녀의 붉은 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름답게 반짝였다. 눈에 비친 그 그림자를 향해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굳어버린 다리가 질질 끌렸고, 톱으로 거칠게 뜯겨진 옆구리에서는 피가 왈칵왈칵 솟아나고 내장까지 끄집혀 나오려고 했지만 소녀는 그 거칠고 잔인한 아스팔트를 기어갔다. 벌레처럼 꿈틀대며 다가오는 소녀를 바라보는 그림자의 하얀 눈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있었다.

[흐오오…….]

그 하얀 눈빛은 너무나도 애잔했다. 빛에 보듬어지지 못한 그 검은 몸은 너무나도 비참했다. 소녀는 바들바들 떨리는 식어가는 손을, 그림자를 향해 뻗었다. 그림자는 소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소녀의 하얀 손가락이 그림자의 뺨을 쓰다듬고, 그 턱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흐오오오…….]

힘없이 늘어진 소녀의 하얀 몸은 그림자의 긴 망토에 포근히 휘감겨 있었다. 전신의 구석구석을 감싸주는 그 보드라운 감촉에 소녀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이내 식어버린 그녀의 몸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그림자는 더욱 더 깊숙히 소녀의 몸을 그 어둠으로 끌어안았다.

"제길,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상황이야!"

손질하지 못해서 제멋대로 자란 턱수염에 몸관리는 집어치운지 오래인 듯 마구 불어난 몸. 구겨진 와이셔츠의 단추를 두 개 풀고, 그 위에 후줄근한 카키색 양복 재킷을 걸친 중년의 형사 존은 애꿎은 깡통을 걷어차며 소리를 빽 질렀다.

핏자국 따윈 하나도 없는 무참한 살육의 현장. 다섯 명의 소년의 시체가 나뒹구는 그곳에는 소녀도, 그림자도 없었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는 쓸쓸한 언덕에는 어제까지는 없었던 작은 흙더미가 솟아올라 있었다.

뱀파이어의 슬픔을 알아라.

어둠의 정적을 깨고 그가 당신의 구원이 될 것이다.

음, 더쉐도우와는 느낌도 다르고 연관성도 거의 없는 글이지만 독자의 애정이 담긴 팬픽이랍니다. 자기 글도 아닌데 이 정도 공을 들여 팬픽을 썼다면 얼마나 애정을 받는 글인지 아시겠죠?!

위에서 보신 것처럼 쉐도우는 도시를 어둠 속에서 수호하는 악마적 능력을 가진 영웅입니다.

괴물과 영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는 그에게는 분명 제 글에서 죽어버린 소녀와 같은 팬이 있을 것입니다. 그는 '정의의 사도가 있다면 반드시 구원받아야 할' 모든 이들의 영웅일 것입니다.

그의 망토자락에 몸을 맡기고, 도시의 어둠에 눈을 감지 않으시겠어요?

바보는탁월 님의 더쉐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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