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구어낸 모든 것을 잃고,
두 손으로 잡아내었던 모든 것에게 배신당했고,
하늘을 향해 뻗었던 이 가슴조차도 외면당했다.
흐르던 눈물을 닦아내지 못하고,
다쳐가던 가슴을 알아내지 못한채,
그렇게 끝을 향해 걸어가고, 깨달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 홀로 서있는 자신.
그 모든 것들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 날,
나는‥ 세상을 버렸다.
「두려워하는 건가? 하기사, 네 놈따위 이까짓 것 해내지도 못할 쓰레기니까 말이지.」
경멸한다, 이 자신을. 자신을 파멸시켰던 그 존재가. 그렇다면‥ 대답을 하겠다.
「좋아, 바란다면‥ 네 녀석의 바람따위 들어주도록 하지.」
그리고,
네가 만들어놓은 것, 네 녀석이 한 것과도 같이,
부서주겠다.
은(恩)은 꼭 갚고, 원(怨)은 열 배로 되갚아주라고 했나.
네 녀석이 나에게 준 원한은, 되돌려주마.
정재욱 ㅡ DISK
"웃기는 군요, 어째서 자신이 망할 줄 알면서 걸어가는 거죠?"
"그렇기에 남자다. 알면서도 간다, 두려워하면서도 간다. 후에, 후회할 줄 알면서도, 그러면서도 간다. 바보같이 우직하고, 바보같이 단순해고, 멍청해도,
길은‥ 그 것밖에 없으니까."
길은 하나, 후회하지 않는다.
그 끝은 파멸, 결과는 정해졌더라도 가야할 길은 하나,
걷는다. 들려오는 레코드(Record)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DISK ㅡ 접속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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