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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지옥가다! (1편)

작성자
금강매니아
작성
06.11.23 23:34
조회
3,276

금강, 지옥에 가다.

'명부가 실제로 존재할 줄이야......'

금강은 침음성을 삼키며 전면을 응시했다.

십장 높이의 거대한 대문. 그리고 그 위엔 지옥명부(한자생략)란 글씨가 뚜렷히 새겨져 있었다.

'헌데 알 수 없군. 어째서 내가 지옥에......'

금강은 자신의 생애를 천천히 반추해 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지옥에 올 이유는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

그때였다.

끼이익.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리더니 그 사이로 천둥과 같은 음성이 흘러 나왔다.

"죄인번호 칠십이억삼천이백오십이번 금강, 안으로 들라."

금강은 천천히 지옥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매캐한 유황 냄새 때문도, 숨막힐 듯 음습한 공기 때문도 아니었다. 꺼지지 않은 화염 속에서 괴로워하는

죄수들의 고통스러운 비명과 신음소리가 그를 붙들었던 것이다. 허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당신이 금강이로군."

낯선 음성에 고개를 돌린 금강은 뚫어져라 자신을 응시하는 괴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소. 내가 금강이오."

"당황스럽겠지? 갑자기 눈떠보니 지옥이라니."

금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괴인이 슬쩍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곤 질문을 던졌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모르오."

"내가 바로 염라대왕이다."

"그런것 같구려."

"호오?"

자신을 염라대왕이라 밝힌 괴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영혼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두려움에 질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살려달라 애원하기 일쑤였다. 헌데 이 금강이란 자는 눈하나 깜작않고 태연히 자신의 눈빛을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넌 내가 두렵지 않느냐?"

"왜 내가 당신을 두려워 해야 하오?"

"내가 바로 염라대왕이니까. 그리고 염라대왕을 마주한 사람은 반드시 그에 걸맞은 죄값을 치러야 함을 알고있으니까. 넌 죄인이고, 나는 지금부터 너를 심판하려 한다.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이것으론 부족한가?"

금강은 잠시 염라대왕을 바라보다 한숨을 흘렸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소. 난 지옥에 올 짓은 하지 않았소."

염라대왕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잔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착오는 있을 수 없어. 너는 지금까지 지옥에 왔던 그 어떤 죄인들보다 가장 지독하고 끔직한 죄를 저질렀다."

금강은 어이가 없어 한참동안 염라대왕을 응시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음을 굳힌 듯 금강이 입을 열었다.

"내 죄를 알고 싶소."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금강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사이하기 이를데 없는 음성으로 천천히 그의 죄를 열거하기 시작했다.

"네가 죽인 사람의 숫자는 무려 이백만에 달한다. 그것도 히틀러처럼 전쟁을 통한 것도 아닌 순전히 너 혼자 저지른 일이지."

"말도 안되는 소리!"

"왜 말이 안되나? 금강, 자네 직업이 뭐지?"

"무협작가요."

"지금까지 몇편의 무협을 썼나?"

"대략 몇십질은 썼소."

"집필을 하면서 무협소설 안에서 너는 그야말로 신이나 다름 없음을 인정하나?"

"인정하오."

"그럼 무수한 조연들과 악연들, 그리고 간혹 착한 이들도 자네의 붓으로 죽였다는 사실도 인정하나?"

금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염라대왕을 바라봤다.

"이보시오. 그들은 실존하는 인물들이 아니오. 어디까지나 소설속에서......"

"과연 그럴까?"

염라대왕이 금강의 말을 잘랐다. 그리곤 다시 질문을 던졌다.

"살아 있을 때 신필이라 불리웠다지?"

"나는 신필 따윈 되지 못하오. 그저 추켜세우기 좋아하는 이들이 그리 불렀을 뿐이오."

"아니, 자넨 신필이야. 그건 내가 인정하지."

"......"

"만약 허섭쓰레기 같은 작자가 글쟁이랍시고 끄적였다면 그가 소설안에서 천만명을 죽였든 일억을 죽였든 지옥엔 오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자넨 달라. 자네의 손끝에서 수많은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자네의 필력은 그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했지. 실제로 자네글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 속의 인물들에게서 생명력을 느꼈어. 헌데 자넨 그들을 죽여 그 존재를 말살해 버렸지. 이는 실제로 사람을 죽인 것과 다르지 않아."

"그런......"

"하지만 정작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야. 신도 아닌 인간인 자네가, 생명력을 지닌 존재를 만들어 냄으로서 인간에겐 허락되지 않은 신의 영역에 들어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자넨 결코 넘어선 안되는 금단의 영역에 들어서고 만거야. 내가 자네를 신필이라 인정할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금강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납득할 수 없소. 당신은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소."

"억지라...... 그럼 자네가 납득할 만한 죄를 알려주지."

자신을 노려보는 금강을 향해 염라대왕은 태연히 나머지 죄를 열거했다.

"자넨 글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해쳤어."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소. 난 지금껏 살아오며 누구에게 해코지를 한 기억이 없소."

"그거야 자네 생각일 뿐이지."

침으로 살짝 입술을 축인 염라대왕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듣자니 소림사 아직 완결 안되었다지?"

"그, 그게 이 일과 무슨 상관이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떨려나오는 금강의 음성을 염라대왕은 놓치지 않았다.

"상관있고 말고. 자네의 소림사 후속권을 기다리다 목이 빠져 불구가 된 사람이 오백명, 그리고 가공할 절단신공에 주화입마하여 후속권을 기다리다 지쳐 폐인이 된 숫자는 이루 헤아리기도 힘드네. 게다가 소림사를 구매하여 소장하고 있는 자들 중엔 매일같이 피를 토하는 자들도 있지."

"그, 그건......"

"아! 또 있어. 별명이 양치기 중년이라지? '이달안에 후속권 내놓습니다' 라고 해서 그말만 철썩같이 믿고

있던 독자들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홧병으로 몸져 누운 자들도 있다네. 머잖아 이곳에서 만나게 될테니 자세한건 그들에게 직접 확인해봐."

금강은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그런 금강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인 염라대왕이 우렁한 음성으로 판결을 시작했다.

"죄인 금강은 들으라! 그대는 인간인 주제에 감히 신이 되려 했다. 기타 그 밖의 자잘한 죄 역시 범인들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무거워, 지옥 최초로 특급 죄수로 정한다. 금강은 앞으로 이곳에서 쉬지않고 글을 써서 연참하도록 하라!"

"......!"

금강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어디선가 나타난 나찰들에게 이끌려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만 달랑 있는 독방에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후 독방 안에서 짤깍거리는 기계식 키보드의 타이핑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를 밖에서 듣고있던 염라대왕의 얼굴에 흐뭇함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와 달리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있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금강을 지옥으로 끌고온 저승사자였다.

"염라대왕님,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뭐가?"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염라대왕과 달리 저승사자는 불안한 표정으로 금강이 갇힌 독방을 힐끔거렸다.

"중도에 그를 가로챈것이 천계에 알려진다면......"

"쉿!"

재빨리 저승사자의 말을 자른 염라대왕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이에 저승사자는 흠칫하며 고개를 숙였다.

"천계에 알려지면 절대 안된다. 만약 그가 천계에 가버리면 나는 소림사 후속권을 볼 수 없지 않느냐? 누구 좋으라고 순순히 넘겨줘?"

그때였다.

콰앙!

"염라대왕님!"

지옥문이 벌컥 열리며 수문장을 맡고 있던 나찰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짜증스러운 염라대왕의 표정에 잠시 흠칫했던 수문장이 이내 사색이 된 채 보고를 올렸다.

"밖에 진무대제가 천계의 군대를 이끌고 왔습니다."

"진무대제? 그놈이 왜?"

"옥황상제의 사신으로 왔답니다."

그제서야 염라대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진무대제는 청룡, 백호, 주작과 함께 도교의 호법신이며 검은옷을 입고 손에는 검은깃발과 항마검을 들은 북방의 신이다. 진무는 현무 또는 흑제 라고도 한다. 그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섰다니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았다.

"진무대제가 뭐라디?"

염라대왕의 질문에 수문장이 급히 대답했다.

"빼돌린 것 알고 있다고... 지금 당장 금강을 내놓으랍니다."

"안 내놓으면?"

염라대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옥문 밖에서 쩌렁한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당연히 전쟁이지!"

염라대왕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표정을 보고 있는 지옥의 나찰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그가 진정 분노했을 때만 이처럼 웃는 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나찰들을 향해 염라대왕이 짤막하게 입을 열었다.

"애들 모아라. 진무대제가 많이 심심한가 보다."

"헉! 염라대왕님! 설마 천계와 전쟁을?"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되옵니다!"

만류하는 나찰들을 향해 염라대왕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안되긴 뭐가 안돼? 니들 그럼 금강 넘겨줄래? 소림사 읽기 싫어?"

"...... 연장도 챙길까요?"

설마 이런 사태가 벌어질리야 없겠지요? ㅎㅎㅎ 금강님 소림사 빨리 내주십시오.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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