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51 십팔반무예
작성
06.07.22 03:41
조회
1,065

한동안 소홀히 했던 고무판에 다시 돌아와 선작들을 지우기도 하고, 다시 늘이기도 했습니다. 오래도록 보아온 무협보다 판타지에 비중을 두다보니 고무판 접속이 뜸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무판에서 판타지의 위상이 낮을지라도 양적으로 보았을 때 좋은 글의 수는 고무판이 타싸이트에 비해 결코 적지 않더군요.

두 명의 인물이 두드러집니다. 하급귀족의 자녀들이 모인 대륙제일의 엘리트 대학. 그곳에 처음으로 들어온 고위 귀족의 자녀들. 레티시아 공주와 하인리히.

레티시아 공주가 시민의 권위와 가능성을 의식하고 이들을 미래 세상의 중심 세력으로 이해한다면, 하인리히는 철저히 귀족으로서 자신의 위치와 권위를 내세웁니다. 그러면서도 귀족으로서, 자기 아래 수십만 '버러지들'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을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책임감에서 그의 남에게 숙일 수 없는 자존심은 비롯됩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무너지는 일은 자기 아래 사람들이 추락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인물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레티시아 공주의 생각을 깨어난 선각자처럼, 계몽적인 인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하인리히의 대사가 멋지다고 갈채를 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위선을 봅니다. 시민의 권리를 외치면서도 결국은 이들의 힘을 새시대의 '자신의' 통치기반으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하는 레티시아 공주. 자신의 자리에 지워진 책임을 의식하면서도 결국에는 수십만 영지민들의 머리 위에 서야 하는 하인리히.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낭만적인 수사가 결국 귀족의 특권을 정당화할뿐이듯이 스스로의 위치에서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는 이들의 논리는 지독한 위선입니다. 귀족으로 자랐기에 합리적 사고방식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사고의 한계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귀족입니다. 대륙 제일의 지성인들로서 인식론을 떠들고 미학을 논한다고 해도 레티시아와 하인리히의 권위 앞에 허리를 굽히는 여타 학생들과 교수들 또한 위선자들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학식은 결국 지적 유희에 불과합니다. 물질적인 어떠한 변화도 없이 순수하게 머리 속에서만 울려퍼지고 나아간 이들의 지식은 현실의 실천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에르체베트님은 독자들이 소설을 통해 철학을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글을 쓰셨습니다. 이런 '계몽적인' 목적에서 이런저런 현학적인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발칙하게 저는 이런 내용들을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이들의 지적 유희, 이건 다름아닌 귀족이 평민들과 거리를 두는,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방식입니다. 수많은 교양 지식들, 이건 살롱이라 불리는 그들만의 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관문으로서 작용합니다. 여기에 이 소설의 새로움이 있습니다. 무력을 기반으로 멋대로 행하는 귀족이 아니라, 지식에서 신분의 정당성을 찾는 귀족. 그렇게 합리적인 사고 방식에서 얻은 '진리'들을 외치면서도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권위를 내세우고, 더 높은 신분에 굴하고, 종교에 굴하는 모습. 이런 모순 속에서 나오는 귀족클럽의 분위기.

참고로 이 소설은 옴니버스 형식이나 TV 애니매이션 형식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대한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큰 이야기와 인물들의 변화가 진행되겠지요. 하나의 소소한 사건들에 에르체베트님이 들인 정성은 감탄할만 합니다. 내용이나 갖가지 표현들, 때로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래서 연재가 좀 뜬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위트있는 표현들, 치밀하게 구성된 작은 사건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입따로 몸따로 노는 귀족들이 보여주는 색다른 '귀족스러움'. 이를 마음 편히 조롱할 수 있는 현대의 독자들이 봐줘야하지 않겠습니까.

참, 학원물입니다.

참2, 한편 분량이 꽤 깁니다. 개인적으로 각주는 보기가 힘드니 본문중 괄호 안에 넣어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이 기회에 에르체베트님께 전해봅니다.

쓰고보니 추천이 아니라, 무슨 평론같군요.....


Comment ' 10

  • 작성자
    Lv.1
    작성일
    06.07.22 04:03
    No. 1

    그렇다면 그닥 판타지 같다는 느낌은 안들겠군요.
    현대를 사는 제 입장에서는 글 속의 귀족이란
    유희꺼리에 지나지 않는데, 서양 중세를 반영한 귀족이라면
    식상하지용..ㅎㅎ 악플이 되려나;
    그런데 시민의식의 발현을 감지하는 왕족까지라면...
    현실로 치자면 시대적 배경이 대충 르네상스로
    접어들 무렵 쯤 될라나요? 아니면 더 이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만성졸림증
    작성일
    06.07.22 04:39
    No. 2

    청님 마법과 칼쌈질이 나와야만 판타지가 아닙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월하인
    작성일
    06.07.22 05:53
    No. 3

    추천 제목처럼 정말 색다른 재미가 있는 글이죠...^^a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지만,
    읽다 보면 슬며시 웃게 하는 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AERO
    작성일
    06.07.22 07:53
    No. 4

    바이스켈을 뚝 떨어뜨려놓아 보고 싶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사란
    작성일
    06.07.22 10:06
    No. 5

    멋진 추천이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mj4359
    작성일
    06.07.22 10:40
    No. 6

    아아, 추천 멋집니다. 저 재밌게 읽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에르체베트
    작성일
    06.07.22 14:24
    No. 7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십팔반무예님.
    그리고 단순한 추천글로 그치지 않고 정성어린 감상을 적어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덧. 각주에 대한 부분은 출판본이라면 각 페이지 하단에 기재하면 되겠지만, 웹연재의 특성상 연재분 하단에 정리할수 밖에 없어 아쉽군요(분량이 적은 각주는 최대한 본문에 기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구소
    작성일
    06.07.22 14:45
    No. 8

    좋은 추천이지만.......
    ........

    귀족이라는 직위 자체에 가지는 혐오감이 심해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청풍야옹
    작성일
    06.07.22 15:52
    No. 9

    추천 멋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자제
    작성일
    06.07.22 18:13
    No. 10

    같은 글을 읽어도 생각이 다르군요. 역시. ^^ 저는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정성스러운 추천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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