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관련하여 글 쓰는 입장에서 하는 말이니까..이 글 연담란의 성격에 맞는 거겠죠?(혹시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이동시켜 주세요..;;;)
글쓰다 막간을 이용하여 한 마디 해봅니다.
소설의 3대 구성 요소에 대해서는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거니까요.
네. 인물, 사건, 배경이죠.
문피아는 장르문학을 위주로 하는 연재 사이트입니다.
음..장르문학에서, 특히 판타지 소설에서, '판타지'라고 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요?
판타지=환상.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하여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죠. 하지만,
모든 소설은 허구의 문학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수정과 각색이 들어간 허구죠. 그런 게 전혀 없다면 그건 역사섭니다^^;;
그러니까, 인물이나 사건의 부분에 있어서는, 판타지소설이 아니라 하더라도 모두 허구에서 나온 상상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상상의 이야기라고만 해서는 판타지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소설의 '배경'이 상상일 때 판타지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여기서 현대 배경의 판타지 소설은 제외합니다. 그 이유는 밑에 따로 설명드리죠)
소설에서 적어도 우리나라는, 3대 구성 요소중 배경에 비중을 그다지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인물과 사건이 중요하죠. 하지만 판타지에서만큼은 배경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경. 우리가 살고 있는, 혹은 살았던 세상을 그 배경으로 한다면 그 소설이 어떻게 판타지일 수 있을까요.
생각해봅시다.
주인공(즉 인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갈등구조(즉 사건)가 나옵니다.
간략하게 주인공이 자신의 원수와 싸움이 붙었다고 칩시다.
이것의 배경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과거, 혹은 현재의 세상이라고 한다면..판타지 아니죠?
하지만, 용이 날아다니고 요정들이 돌아다니는 세상으로 그 사건의 발생 장소를 옮겨 놓습니다. 판타지가 되죠. 순식간에 사건의 진행이 달라지고 인물의 설정이 달라집니다.
설명하기가 난해한데,
제가 말씀드리는 배경은 단순히 어떠어떠하게 생겨먹은 세상, 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배경이라 함은 그 세상의 모양과 더불어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제한요소나 초월요소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즉,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데, 주인공이 자신의 원수와 싸우면서 마법을 사용하고 용을 하수인으로 거느릴 순 없죠. 만약 그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건 사건의 문제가 아니라 배경의 문제입니다.
그 소설에서는 그게 가능한 세계를 묘사한 거고, 자연히 그 배경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현실은 아닌 다른 배경인 거죠.
이 점에서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들은 판타지 맞습니다. 배경의 기본형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세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현실과는 다른 세계라는 거죠. 이차원의 공간이 존재하고, 숨겨진 마법이 존재하는.
그러나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그런 게 전혀 없는 정말 현실과 동일한 배경이라면...주인공은 자신의 원수와 싸우기 위해 총칼을 들고 덤빌 겁니다. 원수는 주인공을 피해 자동차를 타고 도망다닐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기타 모든 사건은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한 것들 뿐일 겁니다.
배경이 현실이기 때문에, 그런 제한이 걸리는 거죠.
이해가 되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제가 생각하기에는 판타지라고 부를 수 있는 소설들은 인물이나 사건이 아닌 배경에서 환상적 요소가 들어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 엘프나 드워프 등의 인물들이 나온다면 그것도 판타지일 텐데(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건 인물에 포함되는 게 아니냐?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것도 사실은 배경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배경이 엘프도 살고 드워프도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거죠. 그렇지 않다면 등장할 수 있었을 리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 엘프나 드워프가 어떻게 등장할 수 있겠습니까. 현실에서 불가능한 사건들을 집어넣지 않고서는(차원이동이라거나 하는) 가능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가능한 사건은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그마저 배경에 속해있기 때문에, 결국 그 인물들은 배경에 의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고, 따라서 판타지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니까, 반론은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것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아래에 이어 말씀드릴 것 때문입니다.
위의 제 생각이 맞다는 가정하에서 본다면, 판타지소설에서 배경은 아주 중요합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판타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그 사람의 판타지에 댓글을 다는 것과 같을 뿐 본문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되, 그것을 인물이나 사건에서 펼치는 것이 아니라(물론 이것도 중요합니다만), 그 배경에서 남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기존의 작품들에서 모티프를 따오는 것은 허용이 되어야겠죠. 모든 창작은 모티프를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모티프를 따오는 과정이 말그대로 따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베끼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면, 적어도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는 그걸 진정한 자신의 창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게 아닐까요?
모티프를 따오는 것과 베끼는 것의 구체적인 선을 가르자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테니 생략하고(그건 우리 각자 생각해보기로 하죠), 제가 드린 이 말씀을 다시 풀이하자면.
다른 사람의 판타지를 답습했을 뿐인 나의 소설=>본문이 아닌 댓글.
이유.
그것은 그 다른 사람의 판타지를 현실로 가정한 소설, 즉 또다른 현실일 뿐이다..라는 겁니다.
신이(무신론자의 경우는 다른 자연법칙이), 만든 이 세상을 배경으로 한 것이 판타지가 아니듯, 내가 만들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만든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면 그건 판타지가 아닌거죠.
판타지에 틀이란 있을 수 없고, 틀이 생기면 이미 그건 판타지가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어디까지나 제 의견일 뿐입니다.
틀린 의견은 없다, 단지 나와 다른 의견만이 있을 뿐이다. 염두하며 읽어주세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이 글에 댓글로 반론을 제기하실 경우 충분히 수용하겠습니다^^
저와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의견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제 의견 역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입니다.
문피아에 글을 연재하시는(특히 판타지를 연재하시는) 여러 작가분들께 한 말씀 올려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글이 연담란의 성격에 맞는 것인지 아직 아리송하군요. 일단 맞다고 생각해서 연담에 올리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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